국가 경쟁력에 직결되는 저출산 문제 해소를 위해서는 결국 일자리를 늘려야 하는 만큼, 새로 꾸려질 22대 국회가 산업 발전을 막는 규제해소에 주력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 법인세·상속세 등 각종 규제와 세제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조정해 우리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국산업연합포럼(KIAF)은 27일 서울 서초동 자동차회관에서 열린 '22대 국회에 바란다-규제개선 정책제언'을 주제로 개최한 산업발전포럼에서 이 같은 의견이 나왔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정만기 KIAF 회장은 "우리 경제는 역사상 최대 위기에 처했고, 이는 다름 아닌 세계 최고의 저출산율에 기인한다"며 "다양한 저출산율 요인에도 불구, 근본은 좋은 평생 직장 부족에서 온다는 평범한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이어 저출산의 근본 원인이 양질의 일자리 부족 때문이라고 지목했다. 그는 "대기업은 중소기업 대비 결혼율과 출산율이 1.4배정도 높고 정규직은 비정규직 대비 1.9배 정도 높은 상황"이라면서 "우리 근로자중 대기업 근무 근로자 비중은 2021년 13.6%임에 비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30.9%로 나타났고, 우리 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중은 26%로 OECD평균 11%대비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성장 촉진 환경을 조성하여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 출산율 제고의 상식"이라며 "산업정책과 출산정책이 다르다는 생각으로 시행된 역대 정부의 정책 전환은 물론 도입 취지와 달리 부작용을 양산하는 정책의 과감한 폐지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기조연설자로 나선 제임스 김 암참(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은 "암참 조사에서 한국은 3년 연속 다국적기업들이 아태지역본부로 가장 선호하는 국가 2위에 올랐지만, 응답자 중 40% 이상은 한국만의 독특한 노동정책과 규제를 주요 위험 요소로 봤다"며 "최고의 글로벌 인재 모집을 위해서라도 일본·홍콩에 비해 매우 경직적인 한국 노동시장에 혁신과 유연성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정주 한국경제인협회 기업제도팀장은 "한국의 잠재성장률 하락과 청년실업·저출산 등 경제·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선 규제 환경이 우선 개선돼야 한다"며 "현재의 탄력적·선택적 근로시간제는 단위 기간을 1년으로 확대하고, 중대재해처벌법은 처벌 수준을 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 팀장은 "해외 주요 국가에서 사례를 찾아볼 수 없는 '갈라파고스'적인 대기업집단 지정제도는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위 수준(50%)인 상속세 최고세율을 30%로 인하하고, 기술경쟁력 강화에 필수적인 일반 연구·개발(R&D) 세액공제율을 대기업 기준 최대 2%에서 6%로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김윤경 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학부 교수는 "한국적 특수성 논의에 매몰돼 글로벌 스탠더드에 뒤처진 국내 기업환경의 개선이 절실하다"며 "과도한 규제와 기업인에 대한 과잉 범죄화 법제를 개선해 국내외 기업의 투자와 고용 활성화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KIAF)은 27일 서울 서초동 자동차회관에서 열린 '22대 국회에 바란다-규제개선 정책제언' 포럼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KIAF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