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주도한 국제공동연구팀이 우리 은하 중심에 위치한 초거대질량블랙홀 주변에서 나선형으로 정렬된 자기장 구조를 포착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2021년 외부 은하의 M87 블랙홀에서 자기장 구조를 포착한 것과 매우 유사한 것으로, 블랙홀 주변에서 많은 물질을 빨아 들이는 과정에서 발생한 플라즈마 제트 분출이 우리 은하의 블랙홀에도 존재함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국천문연구원은 사건지평선망원경(EHT) 관측을 통해 우리 은하의 초거대질량블랙홀의 편광 영상을 새롭게 공개하고, 블랙홀 가장 자리에서 나선형으로 정렬된 자기장 구조를 포착했다고 27일 밝혔다.
블랙홀은 시공간의 휘어짐으로 중력을 설명한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을 검증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대상이다. 초대질량블랙홀은 활동성 은하의 중심에 있는 우주에서 발견되는 가장 강력한 천체 중 하나다. 엄청난 크기의 중력으로 인해 많은 양의 물질을 빨아 들이고, 그 과정에서 플라즈마 제트를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분출해 수천 광년 떨어진 곳까지 뿜어낼 수 있다.
이번에 공개된 영상은 지난 2022년 국내 연구진이 우리 은하 중심에 있는 블랙홀의 편광(특정한 방향만으로 진동하며 나아가는 빛) 관측을 통해 규명한 것으로, 영상에서는 블랙홀 주변의 자기장에 의해 빛이 일정한 방향으로 정렬돼 편광 현상이 관측됐다.
블랙홀 주변 플라즈마에서는 입자들이 강한 자기장에 의해 움직이고, 이런 입자들이 방출하는 빛은 자기장 방향에 수직 구조를 띤다. 편광된 빛을 관측해 블랙홀 주변의 자기장 구조를 파악할 수 있는데, 이는 블랙홀 바로 바깥에서 물질의 유입과 방출이 일어나는 원리를 제공하는 단서로 활용된다. 연구팀은 우리 은하 블랙홀에서 포착된 자기장 구조가 지난 2021년 관측에 성공한 M87 블랙홀의 자기장 구조와 매우 유사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다음달 사건지평선망원경을 활용해 우리 은하 중심 블랙홀을 다시한번 관측하고, 천문연이 운영하는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도 본격 활용할 계획이다.
손봉원 천문연 책임연구원은 "두 초대질량블랙홀은 전혀 다른 형태와 크기를 가진 은하에 속해 있고, 두 블랙홀의 질량과 크기가 약 1500배 차이가 나는 점을 고려하면 자기장 구조가 다른 블랙홀에서도 같을 수 있음을 암시한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관측결과"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천체물리학(3월호)'에 실렸다.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한국천문연구원은 사건지평선망원경으로 우리 은하의 초거대질량블랙홀 가장자리에서 나선형으로 정렬된 자기장 구조를 포착했다. 천문연 제공
2021년 공개한 M87 은하 중심에 있는 초대질량블랙홀의 편광 영상(왼쪽)과 이번에 공개한 우리 은하 중심에 있는 초대질량 블랙홀 편광 영상(오른쪽) 모습. 두 블랙홀이 질량과 크기가 다름에도 주변에서 나선형의 자기장 구조를 관찰할 수 있다. 천문연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