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기업 의결권 행사 번번히 무산
대한항공·롯데칠성음료 등에 이어
네이버·셀트리온 주총서도 무반영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6년 국민연금
실효성 갖추기 위해선 '힘보다 원칙'
전문가 "임팩트 실종… 질적 점검을"
대한항공·롯데칠성음료 등에 이어
네이버·셀트리온 주총서도 무반영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6년 국민연금
실효성 갖추기 위해선 '힘보다 원칙'
전문가 "임팩트 실종… 질적 점검을"
스튜어드십 코드란 큰 저택의 집안일을 맡은 집사처럼 기관투자자가 맡은 돈을 잘 관리하도록 만든 모범규범을 말한다.
국민연금은 소유지분을 내세워 임원 보수한도 증액, 사외이사 선임에 반대했으나 나머지 주주들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도입 6년차를 맞은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가 실효성을 갖추기 위해선 경영권에 대한 '힘 자랑'식 개입보다는 명확한 원칙과 기준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셀트리온은 이날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주총에서 이사 보수한도를 종전 9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올리는 안건을 상정, 원안대로 가결했다.
이와 관련, 국민연금은 "보수한도 수준이 보수금액에 비춰 과다하거나, 보수한도 수준·보수금액이 경영성과 등에 비춰 과다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반대표를 행사했으나 안건은 통과됐다.
통상 이사 보수한도를 조정하는 경우는 먼저 실 지급액이 한도액에 육박하는 경우, 그리고 실적이 크게 호전될 것으로 예상하는 경우를 꼽는다.
또 이사진 퇴직금 지급을 대비하기 위해 증액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셀트리온의 경우 작년 90억원 한도액 중 62%(56억원)를 지급해 한도가 크게 남았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작년 한도액은 70억원이었다.
신민철 셀트리온 사장은 이날 주총서 "셀트리온은 작년 헬스케어와 합병하면서 양사 이사회가 통합 재구성됐다"며 "작년 양사 합산 이사보수 실적은 112억원으로 단독 이사보수였던 90억원을 상회해 이사보수한도의 증액이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보수한도 확대의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주주연대 대표 등이 국민연금 주장 등을 근거로 보수한도에 압박을 가하자 결국 주총 결의와 무관하게 회사 측은 '120억원 내 집행'을 약속했다.
이 같은 주주들의 목소리에 셀트리온은 주총 결의안와 무관하게 방침을 변경했지만, 그 외 대부분은 국민연금의 의결권이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대표적으로 이날 네이버의 경우 국민연금이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의혹 등을 사유로 변재상 미래에셋생명 고문의 사외외사·감사위원 선임안에 반대했지만 이날 주총에서는 별다른 반대 없이 통과됐다.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 받는 과정에서 엄정한 검증과 해소 절차를 거치는 과정에서 법상 결격사유나 윤리적 결격이 없었다는 이유다.
지난 20일 열린 롯데칠성음료 주총에서는 국민연금이 등기이사 보수 한도 증액과 사외이사 선임 건에 대해 모두 반대표를 던졌다. 국민연금은 작년 말 기준으로 롯데칠성음료 지분 11.6%(107만5793주)나 보유하고 있었지만, 두 안건은 원안대로 통과됐다.
국민연금은 이 밖에도 대한항공 주총에서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의 건에 대해 '주주권익 침해 행위에 대한 감시의무 소홀'을 이유로 반대했지만, 조 회장은 사내이사에 재선임됐다. HD현대중공업의 경우 이상균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안건에 대해, 한화시스템의 경우 어성철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안건에 대해 각각 반대했지만 원안대로 통과됐다.
국민연금은 2018년 7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이후 책임투자 등을 위해 주주권 강화 방침을 내세웠다. 당시 재계에서는 국민연금의 지나친 간섭이 민간기업의 경영권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지만,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를 쥐었을 때는 오히려 소극적 판단을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반대 의결권 행사 비중을 점차 늘려왔으나, 지난해에는 감소세를 보였다. CEO스코어 조사에 따르면 모든 안건을 통틀어 국민연금의 주주총회 안건 반대율은 2020년 11.2%, 2021년 11.4%, 2022년 15.3%에서 지난해 13.8%로 하락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초기 당시의 임팩트가 현재는 없는 상황"이라며 "제도 도입 후 국민연금이 판세를 바꾸는 역할을 하고 있는지, 특히 정성적(질적인 분석)인 부분에서 점검할 시기라고 본다"고 진단했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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