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지원 유세를 이유로 대장동 관련 재판에 불출석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재판부가 '강제 소환' 카드를 꺼내자 법정에 나갔다. 이 대표는 선거가 임박한 가운데 재판에 출석하는 것에 대해 불쾌한 심기를 드러냈고 여당은 "어불성설"이라고 비난했다.
이 대표는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김동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대장동·백현동·성남FC 관련 배임·뇌물 등 혐의 재판에 출석했다. 이 대표는 절차 조율 과정 중 "저는 검찰의 입장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제 반대신문은 끝났고 정진상 측 반대신문만 있어서 제가 없더라도 재판 진행에 아무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 변호인은 "변론 분리가 되면 많은 절차상 문제가 해결된다. 더군다나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관련 재판의 다음 기일을 오는 29일과 다음달 2일·9일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총선 하루 전날까지도 재판장에 출석해야 하는 것이다. 공직선거법 위반 관련, 위증교사 관련 재판은 총선 이후인 4월 12일과 22일이 기일이다.
이 대표 측은 "총선 이후로 기일을 잡아달라"며 "후보자 지위뿐 아니라 제1야당 당대표 지위·활동이 있는데 선거 직전까지 기일을 잡는 것은 너무나 가혹하다"고 했다. 나경원 전 의원의 사례도 예시로 들었다. 이 대표 변호인은 "나 전 의원은 재판이 사실상 공전 중인 상태에서 선거기간을 빼고 (기일을) 지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대표가 출석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재판부는 "정치 일정을 고려해 재판 기일을 조정하면 특혜란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며 "강요는 아니지만 불출석할 경우 구인장 발부는 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재판 출석 전 출근길 인사에 나선 이 대표는 서울 아현역 1번 출구 인근에서 출근인사를 하며 "정말 중요한 시기인데 제가 지금 재판에 가는 길"이라며 "검찰이 정치를 하다 보니 제가 없어도 될 재판을 굳이 와야 한다고 주장하는 바람에 가게 됐다"고 했다.
여당은 이 대표의 발언을 문제삼았다. 장동혁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이 같은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해 중앙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마디로 자다가 봉창을 두드리는 소리"라며 "재판부에서 구인장 발부까지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이유는 범죄가 중대하고 그동안 이 대표가 특별 이유 없이 불출석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장 총장은 "형사소송법 276조에는 피고인의 출석 없이, 특별한 예외적 사건이나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판을 열지 못하게 돼 있다"며 "오죽했으면 오늘 재판장이 '절차는 제가 정한다'고 했겠느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모든 것을 검찰 핑계 대며 검찰 독재를 말하는데 이거야 말로 범죄자 독재 아니냐. 이 대표가 국회의원·당대표가 돼서 2년간 의회를 어떻게 이끌어왔는지 국민은 지켜보셨다"고 말했다.
안소현기자 ashright@dt.co.kr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성남FC 뇌물'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