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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이 멈추라고 소리쳤다"...160㎞ `바클리 마라톤` 최초 완주한 여성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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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이 멈추라고 소리쳤다"...160㎞ `바클리 마라톤` 최초 완주한 여성 [SNS&]
바클리 마라톤을 완주한 재스민 패리스. 사진=인스타그램(하위 스턴)

"당신 자신을 믿고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그리고 리스크를 기꺼이 감내하세요.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믿으세요."

여성 최초로 '바클리 마라톤'을 완주한 40세의 영국인 재스민 패리스가 마라톤을 완주한 후 한 얘기다.

두 아이의 엄마인 패리스는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마라톤 대회로 꼽히는 '바클리 마라톤'에서 여성 최초의 완주자로 역사에 남게 됐다.

맨체스터 출신의 수의사이자 연구자인 그녀는 미국 테네시주 프로즌헤드 주립공원에서 열린 올해 바클리 마라톤 대회에서 100마일(약 161㎞)을 제한 시간인 60시간을 불과 1분 39초 남기고 59시간 58분 21초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그녀를 응원하는 수많은 이들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숨막히는 그녀의 질주를 함께 지켜봤다. 결승선을 통과한 후 패리스는 온몸에서 모든 에너지가 빠져나간 듯 땅바닥에 쓰러졌다.

◇에베레스트산 두배 높이 오르내리며 60시간 동안 160km 완주

바클리 마라톤은 현재 코스가 사용되기 시작한 1989년부터 지금까지 완주자가 20명에 불과할 정도로 혹독한 대회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간 단 1명도 완주에 성공하지 못했을 정도다.

참가자들은 이틀 하고도 12시간 만에 어떤 도움도 없이 오로지 기억에 의존해 20마일(약 32㎞) 코스를 다섯 바퀴 돌아야 한다. 거기에다 완만한 경사가 아니다. 마라톤 코스는 매년 바뀌지만, 에베레스트 산 높이의 약 2배에 달하는 6만피트(18.2km)를 오르내려야 한다.

GPS(위성측위장치) 시계를 차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참가자들은 코스 중간에 있는 9권에서 14권 사이의 책(정확한 숫자는 매년 달라짐)을 찾은 후, 각 책에서 자신의 레이스 번호에 해당하는 페이지를 제거해 완주를 증명한다. 참가자들은 각 랩이 끝날 때마다 페이지를 대회 감독에게 전한다. 이 페이지를 놓치면 실격한다.

◇경기 감독이 담배에 불 붙이면 출발 신호

마라톤 대회는 대회 당일 자정부터 정오까지 언제든지 시작할 수 있으며, 레이스 시작 1시간 전까지 소라고둥을 불며 신호를 보낸다. 대회 감독이 담배에 불을 붙이면 공식적으로 레이스가 시작된다. 코스는 표시가 없는 만큼 참가자들이 미리 코스를 외워야 한다. 첫 번째와 세 번째 루프는 시계 방향으로, 두 번째와 네 번째 루프는 시계 반대 방향으로 달린다. 네 번째 루프의 첫 번째 완주자는 마지막 루프에서 어느 방향으로 갈지 정할 수 있다.

"온몸이 멈추라고 소리쳤다"...160㎞ `바클리 마라톤` 최초 완주한 여성 [SNS&]
바클리 마라톤을 완주한 재스민 패리스. 사진=인스타그램(하위 스턴)

패리스는 극한의 지형과 종종 길이 없는 땅을 헤쳐나가야 했고, 밤새도록 계속 달려야 했다. 울창한 숲의 가파른 비탈길에서 날카로운 덤불을 헤치며 가야 했다.

그녀는 "바클리 마라톤은 정말 독특한 도전이다. 지난 몇 년 동안 이 마라톤을 뛰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다. 흥분과 긴장이 뒤섞인 기분이 든다. 매우 힘들고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지만, 동시에 그것이 뛰고 싶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60시간을 3분 앞두고 터진 함성과 응원…"렌즈 뒤에서 눈물이 났다"

패리스를 응원하는 이들은 SNS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그녀가 달려올 때 결승선은 기대감으로 가득했다. 60시간 제한시간 3분을 남기고 고함과 함성이 들려왔다. 사람들이 패리스를 응원하는 소리였다. 패리스는 남은 힘을 다해 전력 질주했다. 그렇지 않았으면 제한시간에 통과하지 못할 상황이었다.

사진작가 데이비드 밀러는 "재스민은 결승선에 닿자마자 지쳐서 쓰러졌는데 지금껏 본 것 중 최고의 장면이었다. 정말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고 밝혔다. 이어 "역사의 한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매우 집중했지만, 동시에 너무 감동적인 순간이었기 때문에 렌즈 뒤에서 눈물이 났다"고 했다. 올해는 패리스를 포함해 5명만 완주에 성공했다. 패리스는 이 대회에서 최초로 제한시간 안에 완주한 여성이다.

경기를 마친 후 패리스는 뉴욕타임스에 "마지막 몇 분은 너무나도 힘들었다. 그 모든 노력 끝에 오르막에서 스프린트가 시작되자 온몸이 멈추라고 소리쳤다"면서 "결승선에 닿았을 때는 내가 해냈는지조차 몰랐다. 그저 모든 것을 쏟아 부은 다음 숨을 헐떡이며 쓰러졌다"고 말했다.

"온몸이 멈추라고 소리쳤다"...160㎞ `바클리 마라톤` 최초 완주한 여성 [SNS&]
여성 최초로 바클리 마라톤을 완주한 재스민 패리스. 사진=인스타그램(하위 스턴)

◇"나는 실패했지만 그녀의 성공이 나를 위로해준다"

영국의 동료 선수이자 두 번이나 바클리 마라톤 대회에 출전했지만 완주에 실패한 데미안 홀은 "재스민이 완주에 성공하고 역사를 만드는 것을 보는 것은 놀라운 경험이다. 그것은 내 개인적인 실망감까지 대부분 날려버렸다. 내가 본 가장 위대한 스포츠 업적"이라고 말했다.

패리스의 완주 소식에 SNS에는 흥분한 러너들의 글이 쏟아졌다.

"바클리 마라톤을 완주한 최초의 여성인 재스민 패리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이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스포츠 성과 중 하나입니다. 달리기를 하는 모든 이들이 당신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유명한 사진작가이자 바클리 마라톤의 사진을 주로 찍는 하위 스턴은 이번 경기 내내 패리스의 사진을 찍었다. 그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테네시의 작은 공원에서 펼쳐지는 어두운 세계에 마음과 영혼을 쏟아 부은 재스민에게 감사 드린다. 그녀는 전 세계 여성과 남성의 마음을 사로잡고 영감을 줬다"고 썼다.

◇"한발을 다른 발 앞에 갖다 대는 것뿐" "딸에게 할 수 있다는 믿음 주고파"

한편 패리스는 2019년 268마일(약 431㎞)을 달려야 하는 스파인 마라톤에서도 기존 기록을 12시간이나 앞당기면서 여성 최초로 우승한 바 있다. 2017년 낳은 딸 로완이 14개월일 때였는데, 경기 중간 잠시 쉬는 시간에 어린 딸을 안아들고 젖을 먹이기도 했다.

2019년 대회에서 우승한 후 그녀는 영국 보그지와의 인터뷰에서 "정말 힘들었을 때 어린 딸을 생각했다. 딸이 하는 다양한 일들을 상상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힘든 것을 잊고 즐거운 마음을 가졌다"면서 "어떤 때는 정말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한 발을 다른 발 앞에 갖다 대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온몸이 멈추라고 소리쳤다"...160㎞ `바클리 마라톤` 최초 완주한 여성 [SNS&]
여성 최초로 바클리 마라톤을 완주한 재스민 패리스가 2019년 268마일(약 431㎞)을 달려야 하는 스파인 마라톤 대회 당시 휴식시간에 14개월 된 딸에게 입을 맞추고 있다. 패리스는 당시 대회에서도 기존 기록을 12시간이나 앞당기면서 여성 최초로 우승했다. 사진=인스타그램(inov-8)

어린 아이를 키우면서 훈련을 이어가는 것이 쉽지 않지만 패리스는 자신의 모습이 아이에게 영감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보그지와의 인터뷰에서 "딸이 커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패리스는 리버풀대학 재학 중에 야외활동에 심취했다. 2010년부터 달리기를 더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2014년과 2015년에 스코틀랜드 힐 러닝 챔피언십에서 우승했고 2015년과 2018년에는 브리티시 펠 러닝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2015년에는 초장거리 달리기에서 더욱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해 6월 웨일스에서 열린 5일간의 드래곤스 백 레이스에서 여성 최초로 종합 2위를 차지했다. '펠 러닝'이란 약 36km 이상 산길을 주어진 코스 없이 지도와 나침반에 의존해 달려 목적지에 도착하는 경기다. 패리스는 딸을 낳기 10일 전까지 경주에 참가하기도 했다.

◇암 줄기세포 연구로 박사학위도 받아

2016년, 패리스는 육상 선수 콘래드 롤릭과 결혼해 두 자녀를 두고 있다. 쉼 없이 달리는 중에도 학업과 연구에 열중해 2020년 에든버러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20년에 둘째인 브린도 태어났다. 박사학위 논문 제목은 '급성 골수성 백혈병에서 암 줄기세포 생물학의 새로운 조절자'였다. 현재 소동물 수의사이자 에든버러대학교 왕립 수의과대학의 선임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패리스가 바클리 마라톤에 참가하게 된 계기는 바클리 마라톤을 만들어내고 대회를 운영하는 라즈 레이크가 대회 참가를 요청하면서다.

레이크는 패리스를 본 후 그녀가 바클리 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는 유일한 여성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레이크는 마틴 루서 킹 암살범인 제임스 얼 레이의 1977년 탈옥에서 영감을 얻어서 이 대회를 만들었다.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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