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코앞인데 로드맵 폐지? `총선용 부자감세`일 뿐" [이미연의 발로 뛰는 부동산]

입력: 2024-03-20 09:59 이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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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 3년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尹 "전면 폐지" 선언
참여연대 "폐지시 부동산 불평등 및 세수 부족 문제만 더욱 심화"

"선거 코앞인데 로드맵 폐지? `총선용 부자감세`일 뿐" [이미연의 발로 뛰는 부동산]

사진 연합뉴스

"총선이 한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이하 '로드맵') 폐지 발표는 고가 주택이 많은 서울과 수도권 지역의 표를 계산한 매표 행위다. 실질·공평과세 원칙을 실현하기 위한 로드맵인데 폐지는 조세 원칙에 맞지 않다."(참여연대)

안녕하세요 정치정책부로 부서가 바뀐 이미연입니다. 애정(?)과 애증(??)이 반반씩 담겼던 코너라 어찌해야하나 살짝 고민했는데, 여태 그 고민 괜히 해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민할 시간에 맛있는 거 먹고 그냥 쓴다-가 정답이었습니다.

자 그럼 바로 이슈로 뛰어들겠습니다. 어제 윤석열 대통령이 21번째 민생토론회을 열고 선언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폐지'가 이번 시간 주인공입니다.

아니 그게 뭐냐-고 물으실 분을 위한 대략 설명부터 갑니다. 문재인 정권 시기였던 2020년에 부동산 공시가격의 시세 반영률을 2035년 90%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이 도입됐는데요.

아니 그게 왜 필요했는데-라고 되물으실 것 같습니다. 왕 복잡한 이슈인데요, 나름 간단 정리하겠습니다. 문 정부 이전부터 '적정가격'을 기초로 결정한 공시가격이 그 정의와 달리 실제 부동산 가격과 차이가 크다는 점이 꾸준히 지적되어 왔는데요. 특히 지역·유형·가격별로 큰 차이가 있었던데다가 집값 급등에 본격 공론화됐고, 전 정권에서 결국 '현실화 로드맵'이라는 카드를 썼던 겁니다.

그럼 뭣이 문젠디-라고 물으시겠죠? 전문가분 잠깐 모셔오겠습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로드맵은 주택 유형과 가격대별로 목표 기간과 현실화율을 다르게 설정하고, '부동산 시장에 큰 변동이 없음'을 전제로 공시가격을 시세의 90%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라 구조적 한계가 분명하다"며 "매년 부동산 가격이 상승한다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으므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진즉부터 지적하셨네요.

그 한계 중 하나가 로드맵 도입 후 바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집값 상승과 현실화율 상향 조정이 겹친 2021~2022년에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가 '세금 폭탄' 수준으로 급증했거든요. 공시가격이 주택 보유세뿐 아니라 건강보험료와 기초연금, 국가장학금 등 67가지 행정·복지 제도의 기초 자료로 활용되는터라 세금 이외의 부담도 덩달아 커졌고, 이 후에는 예상치못했던 집값 하락기가 급 찾아오는 바람에 공시가격이 시세보다 높아지는 역전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이에 윤 정부는 지난해부터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로드맵 도입 이전인 2020년 수준(공동주택 69%)으로 낮춘 뒤 로드맵 수정 혹은 폐기 여부를 논의해왔습니다. 작년 11월에 개최한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공청회'에서는 이미 '공시가격 동결 및 현실화 계획 재수립 방안' 등을 언급한 바 있는데요, 여기에 어제 윤 대통령이 아예 '전면 폐기'를 선언한 겁니다.

사진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전날 민생토론회에서 "과거 정부는 부동산 정책 실패로 집값이 오르자 이를 징벌적 과세로 수습하려 했다"며 "특히 공시 가격을 매년 인위적으로 상승시키는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시행했는데 곳곳에서 엄청난 부작용이 드러나고 국민의 고통만 커졌다"고 언급한 배경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정부는 내년 공시가격부터 현실화율 로드맵을 적용하지 않겠다는 계획인데요, 법 개정이 필요해 실제 폐기 시점은 아직 불확실한 상태입니다.

아니 그거 시끄럽고 말도많아보이는데, 그냥 확 없애면 안되겠느냐-라고 하실 분이 분명 계실 거라 믿습니다. 네 안됩니다. 대한민국은 법치국가거든요. 사회적 합의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제도 개편은 반발을 불러올 수 밖에 없습니다.
우선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폐기 후 내년 공시가격을 어떻게 산정할지에 대해서도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입니다. 현재 국토연구원이 수행하고 있는 연구용역 결과를 반영해 올해 7~8월쯤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구요.

참여연대 측은 "로드맵 폐지가 고가 주택 소유자들에게 더 큰 혜택을 준다는 사실을 보여주는데도, 윤 정부는 시세를 반영하지 못하는 공시가격이 야기하는 보유세 누락 등의 문제를 외면한 채 로드맵이 '공시가격을 매년 인위적으로 상승시키고 있다'고 왜곡하고 있다"며 폐지 선언을 즉각 철회할 것을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여기에 "정부는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공시가격 상승을 로드맵 때문이라고 호도하며, 로드맵 폐지로 인한 세수 감소를 보완할 대책도 내놓지 않았다. 이대로 로드맵이 폐지된다면, 부동산 불평등과 세수 부족 문제만 더욱 심화될 것이 자명하다"는 비판과 함께입니다.

사진 연합뉴스

앗 매운 맛 지적도 이어집니다. 정부가 로드맵 폐지로 공시가격이 하락하면 다주택자나 고가 부동산 보유자 등 자산가 계층이 얻을 감세 효과를 얻게될 것이고, 기초생활보장 등 복지 제도 수혜 대상도 넓어진다며 '복지 정책의 확대로 포장하고 있다'고 꼬집습니다. 정부가 부동산 보유세 과세 왜곡과 자산양극화 문제를 해소하기는커녕 되레 심화시키는 셈이라는 지적인데요.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 교수는 "부동산 가격 현실화 로드맵은 공정과세, 조세정의 구현을 위해 지역, 유형, 가격대별 불형평성을 해소하는 형평성 제고와 현실화 수준을 높여 실효세율을 높이는 것"이라며 "현 정부가 현실화 수준 제고는 폐기하더라도 최소한 첫째 목적인 형평성 제고를 위한 로드맵은 유지, 아니 더 신속하게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노동, 세입자, 종교, 청년, 주거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2024 총선주거권연대와 주거네트워크는 당장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폐지를 규탄하는 긴급 기자회견'에도 나설 예정이라고 합니다.

앞서 잠깐 언급한 '공시가 현실화 폐기'가 정부 의지만으로는 안된다는 점, 잊지 않으셨죠. 로드맵 폐기는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부동산공시법) 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인데요. 내년 공시가격 산정 기준을 발표해야 하는 11월 전까지 국회에서 법 개정안이 통과돼야만 합니다. 그 기간을 넘긴다면? 분양가상한제 주택에 대한 실거주 의무 폐지 정책처럼 법안 표류로 1년 넘게 시행되지 못할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습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실화 계획 폐지가 2025년 공시부터 바로 적용될 수 있도록 2월부터 추진 중인 연구용역을 적극 활용해 이행방안을 마련하고, 부동산공시법 개정 등 후속조치도 완료하겠다"고 말했지만, 하 역시 다시 이슈가 총선으로 되돌아오네요. 총선 결과에 따라 법안 통과 향방이 갈릴테니 아 이거 총선 이슈가 맞긴 한 듯한 느낌적인 느낌도...?

아 모르겠다 어렵다, 관심 끄고 싶으시다구요? 네 그래도 되십니다...만 다음달 투표권은 꼭 반드시 기필코 행사하고 끄는 걸로 약속해주십시오!!! 그럼 이번 시간은 여기까지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이미연기자 enero2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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