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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서 칼럼] 영원한 통치자 푸틴, 러 국민은 왜 그를 지지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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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서 논설위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예상대로 대선에서 압승해 집권 5기의 문을 열었다. 올해 72세인 푸틴은 오는 2030년까지 6년 더 권력을 쥐게 됐다. 2000년부터 집권했으니 이번에 임기 6년을 채우면 이오시프 스탈린 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의 29년 장기집권 기록(1924년 1월~1953년 3월)을 깨게 된다. 더구나 푸틴은 지난 2020년 개헌으로 2036년까지 집권할 수 있는 길도 열어둔 상태다. 사실상 종신집권이 가능한 셈이다.

당초 푸틴의 5선은 기정사실로 여겨졌으니 관심의 초점은 연임 성공 여부가 아닌 득표율에 있었다. 우크라이나 침공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푸틴 입장에선 러시아 국민들의 지지를 보여주는 높은 득표율이 반드시 필요했다. 푸틴은 안간힘을 쏟았다. 그 결과 푸틴의 득표율은 87.28%를 기록했다. 역대 최고 득표율이었다.

'살인 독재자'라는 비난까지 받는 그가 이렇게 높은 지지를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상당수 러시아 국민들은 푸틴 치하의 안정적인 러시아를 원하고 있다. 특히 중년 이상들은 이를 절실하게 생각한다. 소련 붕괴 이후 사회와 경제의 전례 없는 대혼란에 대한 기억 때문이다.

1985년 소련 공산당 서기장에 오른 미하일 고르바초프는 글라스노스트와 페레스트로이카로 불리는 개혁개방 정책을 도입했다. 소련의 전체주의는 조금씩 무너졌으나 혼란이 왔다. 개혁 반대파는 1991년 8월 쿠데타를 일으켜 고르바초프를 감금했다. 소련에 소속된 러시아의 대통령 옐친은 시민들에게 봉기를 촉구하며 쿠데타 세력을 몰아냈다. 쿠데타는 실패했지만 세상은 더 나빠졌다.

고르바초프는 1991년 12월 25일 소련 대통령직을 사임했고, 다음날 소련은 완전히 해체되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다음해 1월 옐친 러시아 대통령은 '충격요법'을 내놓았다. 시장경제로의 급속한 전환이었다. 결과는 참담했다. 국가 기반시설은 일부 자산계층이 독점하며 '올리가르히'라는 신흥 재벌을 낳았다. 물가는 1992년 한 해에만 2600% 상승했다. '하이퍼 인플레이션'이었다. 환율 자유화로 루블화는 폐지가 되었다. 예금 자산이 날라가면서 대다수 일반인들은 빈민층으로 전락했다.

러시아 국민의 삶은 무너졌고 일상은 비참해졌다. 도시에 노숙자가 넘쳐났다. 상점에는 상품이 거의 없었다. 실업 청년들은 볼펜, 커터칼 등 값싼 중국 상품을 노상에서 팔았다. 폐지나 고철 등을 주워서 파는 노인들은 빈 깡통 1개를 놓고 싸움을 벌였다. 1998년 8월 채무불이행에 빠지면서 러시아는 다시 실업자로 넘쳐났다.


많은 국민들의 눈에는 고르바초프는 미국에 매수된 인물이었고, 옐친은 서방의 앞잡이로 비춰졌다. 그들이 추진한 '민주화'에 절망했다. 레오니트 브레즈네프 서기장 재임 시절(1964~1982)을 그리워했다. 공산당 일당 독재 시절이었지만 그래도 그 때가 행복한 시기였다고 돌아봤다.
옐친은 1999년 12월 31일 사임했고, 당시 총리였던 푸틴은 대통령 권한대행이 됐다. 다음해인 2000년 3월 대선에서 푸틴은 52%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푸틴은 강력한 지도자로의 면모를 과시했다. 혼란을 수습하면서 경제를 안정시켜 나갔다.

이후 푸틴은 높은 지지율을 유지해 오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자 서방에선 푸틴 지지도가 떨어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오히려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보다 높았다. 물론 이번 대선 압승의 이면에는 공정하지 않은 측면이 많다. 정치적 탄압으로 대항마가 부재했다. 푸틴의 반대자들 중 상당수가 투옥됐거나, 강제 추방 또는 의문의 죽음을 맞았다. 투표율 제고를 위해 당원, 공무원, 국영기업 직원들을 대거 동원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는 폐쇄된 독재국가의 특징이다. '답정너' 대선이라는 비난이 나올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러시아 국민들은 '스트롱맨' 푸틴에게 나라를 또 맡겼다. 당분간 푸틴을 대체할 만한 다른 지도자가 없으니 장기 집권을 계속 이어갈 수밖에 없다. 전 세계는 앞으로도 푸틴의 러시아를 상대해야할 운명이다. 신냉전은 가속화될 것이고 북중러는 더욱 밀착될 것이다. 이것이 전 세계가 겪어야할 현실이다.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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