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자본시장 선진화 간담회
기재부, 주주 환원 확대 유도
주주배당 증가분도 세금 감면
방식 등 구체적 기준은 안밝혀
선심성 지적엔 "2월부터 준비"
기업의 자사주 소각이나 주주배당 '증가분'에 대해 일정 부분 법인세를 감면해준다. 또 배당받은 주주에 대해서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또는 세액공제 방안이 추진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자본시장 선진화 관련 전문가 간담회를 갖고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주주환원을 확대하면 법인세와 배당소득세를 경감해준다는 방침을 밝혔다. 최 부총리는 "보다 많은 기업이 배당·자사주 소각 등 주주 환원 확대에 참여토록 유도하기 위해 주주 환원 증가액의 일정 부분에 대해 법인세 부담을 완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배당 확대에 따라 주주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더 돌아갈 수 있도록 배당 확대 기업 주주에 대해 높은 배당소득세 부담을 경감하겠다"며 "구체적인 지원대상과 경감방안 등은 다양한 의견을 듣고 시뮬레이션을 거쳐 결정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세제 인센티브는 국제적으로 전례가 없는 밸류업 정책이다. 미국이나 일본 등은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을 늘린다고 법인세를 깎아주지 않는다. 이처럼 파격적인 인센티브가 나오는 것은 우리 기업이 그만큼 주주환원에 인색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기재부는 올해 세법 개정안에 주주환원 인센티브 내용을 반영할 수 있도록 서둘러 개정 작업에 나서기로 했다.
다만 기재부는 이날 어떤 방식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할지, 어떤 기준으로 지원대상을 선정할지 등 구체적인 기준은 밝히지 않았다. 기재부 관계자는 "자발적으로 주주환원 노력을 열심히 한 기업을 대상으로 하겠지만, 대상 선정은 추후 시뮬레이션을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당소득세나 법인세 인하 비율, 예상 총액 등에 대해서도 "시뮬레이션을 해보고 최대한 빨리 확정하겠다"고 했다.
총선을 앞둔 설익은 선심성 정책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2월말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을 발표할 때 세정지원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고, 그때부터 이번 대책을 검토해왔다"고 말했다.
주주환원 '증가액'에 대해 세제 인센티브를 제공키로 하면서 역차별 우려도 나올 수 있다. 평소 주주환원이 미비했지만 인센티브를 노리고 '체리피킹'하는 기업이 받은 혜택이 주주환원 모범기업보다 더 많아질 수 있어서다. 이에 기재부측은 "증가액 기준을 전년 대비로 할지, 몇년 평균으로 할지 시뮬레이션 해보겠다"며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서 예측 가능성이 있고, 실효성 있는 지원제도가 되도록 설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박근혜 정부 시절인 지난 2014년 세법개정안에서도 비슷한 '배당소득 증대세제'가 도입된 바 있다. 배당 성향과 증가율이 일정 수준 이상인 기업 주주에 대해 세금을 깎아주는 제도였다. 분리과세 원천세율을 14%에서 9%로 낮춰주고, 종합과세 대상이라도 25% 선택적 분리과세를 허용했다. 3년 한시로 시행됐던 이 제도는 고소득자에게만 배당소득이 집중된다는 비판을 받고 2017년 자동 폐지됐다. 법인세까지 깎아주는 정책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주식 시장은 배당보다는 차익 실현에만 집중하는 구조라 장기적으로 기업가치가 제고되기 어려웠다"며 "기업에 충분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서 배당 성향을 높인다는 측면은 좋은 취지라고 본다"고 말했다.
최상현기자 hyun@dt.co.kr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자본시장 선진화 관련 업계 간담회에 참석해 정부가 마련한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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