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컬처] “관심 추구는 사회 본질”…능수능란한 관종들의 전략 탐구

입력: 2024-03-18 16:49 박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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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현대미술관, 국제기획전·소장품섬·대규모기획전 동시 진행

부산현대미술관 국제기획전 '능수능란한 관종' 전경. 사진=박은희 기자

일부러 특이한 행동을 해 관심 받는 것을 즐기는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인 '관종'(관심종자의 준말)을 주제로 한 전시가 지난 16일 부산현대미술관 지하 1층 전시실 2·3에서 개막했다. 익숙하고 솜씨가 좋다는 뜻의 '능수능란하다'와 합쳐 '능수능란한 관종'으로 이름붙인 이번 국제기획전은 관심을 갈망하는 인간의 본능적 욕망을 탐구하고 이를 다양한 맥락에서 고찰한다.

부산현대미술관 국제기획전 '능수능란한 관종' 전경. 사진=박은희 기자

지난 15일 부산시 사하구 부산현대미술관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최상호 학예연구사는 "능수능란한 관종은 다양한 상황에서 능수능란한 접근을 통해 주변의 관심을 끌어내고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타인과 상호작용하는 개인"이라며 "개인의 가치관과 문화적 배경, 당시 행동의 맥락에 따라 긍정과 부정의 구분은 매우 주관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시는 관종이라는 다소 과격한 용어를 넘어 관심을 추구하는 행위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직면한 사회의 본질적인 부분임을 탐색하고 예술·광고·정치 등 다양한 영역에서 관심을 얻기 위해 사용되는 전략들을 조명한다"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모순 그리고 창의성을 들여다본다"고 소개했다.

부산현대미술관 국제기획전 '능수능란한 관종' 전경. 사진=박은희 기자

작가, 비평가, 큐레이터, 연구자 등 국내외 23팀(32명)이 회화, 조각, 사진, 영상, 설치, 비평, 연구, 아카이브 자료 등 다양한 분야의 136점 작품을 출품했다. 작가들은 각자의 표현방식으로 관심에 관한 개인적 해석과 관종에 관한 사적인 경험을 드러낸다.

다수의 자아를 창조해 변화와 갈등의 경계에서 예술을 탐구하는 듀킴, 작가의 몸과 행위를 예술의 주요한 매체로 작품을 제작하는 성능경, 내재적 자아와 설정된 페르소나 사이의 간극을 찾아내는 이목하 등 한국 작가 13명이 참여했다.

해외에서는 현대인의 위태로운 현실을 반영하며 정신적·육체적 한계에 끊임없이 도전했던 크리스 버든(미국), 대중 담론을 형성하고 사고와 존재에 대한 대안적 모델을 제시하는 토마스 허쉬혼(스위스), 예술의 본질에 의문을 제기하는 작품으로 개념미술의 선구자인 피에로 만초니(이탈리아) 등이 함께 했다.

부산현대미술관 국제기획전 '능수능란한 관종' 전경. 사진=박은희 기자

강승완 부산현대미술관장은 "관심과 관종이라는 현상에 대해 솔직하고 모험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전시의 핵심"이라며 "이번 전시를 통해 예술의 규범을 절묘하고 세련되게 재단하는 능수능란한 관종들을 마주하고 단순히 관심을 받고자 하는 욕구를 넘어 우리가 서로를 인식하고 연결하는 방식에 관해 질문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부산현대미술관 국제기획전 '능수능란한 관종' 전경. 사진=박은희 기자

부산현대미술관은 같은 날 전시실 1에서 올해 소장품섬 첫 전시도 공개했다. 지구 생물종의 균질화 과정으로 인한 우리 삶과 환경 변화에 관한 사실적 탐구를 실시간 정보 시각화로 보여주는 마크 리의 '나의 집이었던 곳'(2021)과 미래 유전자 변형 생명체에 대한 디스토피아적 상상을 동화적으로 구현한 스튜디오1750(김영현·손진희)의 키네틱 설치 'LMO3116'(2016) 두 작품을 선보인다.

부산현대미술관 대규모 기획전 '이것은 부산이 아니다: 전술적 실천' 전경. 사진=박은희 기자

1·2층 전시실과 야외정원에서는 지난달 24일부터 대규모 기획전 '이것은 부산이 아니다: 전술적 실천'을 마련해 관람객을 맞고 있다. 지역소멸위기를 이야기하는 현시대에 중심과 주변이라는 위계적 도식에서 벗어나 로컬리티의 의미를 탐색하고 재정의를 시도하는 전시다.

부산현대미술관 대규모 기획전 '이것은 부산이 아니다: 전술적 실천' 전경. 사진=박은희 기자

51팀(63명)의 국내외 작가가 149점의 작품으로 꾸민 전시는 부산·경남을 기점으로 활동하는 9명의 기획자·작가들이 모여 추진위원회를 구성한 뒤 진행했다. 소주제는 '요충지_소문의 곳' '체화된 기억' '미래로의 연결망' '그 풍경은 늘 습관적으로 하듯이' '불안-조율-공존' '경계감각' '복수의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등 7개다.

김소슬 학예연구사는 "전술은 문화적 구조를 재정향하고 고유한 위치 없이 탈주하고 전복하는 것을 가리킨다"며 "경험, 만남, 연대 등 공동의 실천을 소개하는 것은 하나의 영역으로 국한할 수 없기에 7가지 전술로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부산현대미술관 대규모 기획전 '이것은 부산이 아니다: 전술적 실천' 전경. 사진=박은희 기자

3개 전시 모두 무료 관람이며, 7월 7일까지 이어진다. 부산현대미술관은 "다양한 문화체험과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옥상 전망대를 개방하며, 추진 중인 로비 리모델링을 통해 4월 중 안내, 휴게, 판매, 카페 공간을 개선·공개할 것"이라고 전했다.박은희기자 ehpark@dt.co.kr

부산현대미술관 대규모 기획전 '이것은 부산이 아니다: 전술적 실천' 전경. 사진=박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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