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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화 열풍 끝?… 공사비 급등에 `가성비` 먼저 따지는 재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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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제3구역 '커튼월' 비중 줄여
저렴한 화강석 외벽 채택 검토
다운그레이드 현상 확산될수도
고급화 열풍 끝?… 공사비 급등에 `가성비` 먼저 따지는 재건축
서울 서대문구 홍제3구역 재건축 조감도. 조합은 공사비를 낮추기 위해 아파트 외벽 '커튼월' 비중을 줄이고 있다. <서울시 제공>

서울 아파트 재건축 현장에서 공사비를 낮추기 위해 고급화를 빼고 실용성·합리성을 추구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그간 재건축 사업에선 신축 아파트 프리미엄을 더하기 위해 고급화 열풍이 대세였다. 하지만 부동산 침체가 이어지고 건설 공사비가 크게 뛰면서 '가성비'가 새 트렌드로 등장하고 있다.

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홍제3구역 조합과 현대건설은 재건축 공사비를 줄이기 위해 아파트 마감재 등급을 낮추는 쪽으로 사업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고급화 아파트를 추구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아파트를 고급화할 경우 공사비가 늘어 재건축 사업성이 낮아지게 된다.

이에 조합과 현대건설은 아파트 외벽에 적용 예정인 '커튼월' 비중을 줄이고, '스카이 브릿지' 등 커뮤니티를 없애는 방식으로 아파트 조경 조건을 낮출 계획이다. 커튼월은 건축미를 살리기 위해 건물 외벽에 부착하는 구조물을 말한다.

지정환 홍제3구역 재건축 조합장은 "아파트 외벽에 커튼월을 부착하면 공사비는 높아지지만 얻을 수 있는 실익은 크지 않다고 판단해 커튼월 비중을 낮추고 있다"며 "공사비가 저렴한 화강석 외벽을 채택하는 방향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합이 마감재 '다운 그레이드'를 추구하는 이유는 공사비 부담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건설 주요 자재인 철근·시멘트 가격은 2022년 초에 비해 30% 가량 상승했고, 건설 분야 물가지수인 건설공사비 지수는 2020년 1월 118.30에서 올해 1월 154.60으로 높아진 상황이다. 현대건설이 책정한 홍제3구역 재건축 공사비도 2020년 3.3㎡당 512만원 이었으나, 지난해 하반기 기준으로 3.3㎡당 800만원 대로 크게 올랐다.

지정환 조합장은 "현대건설이 2020년 도급계약 체결 당시보다 높은 공사비를 요구하고 있지만, 건설 공사비가 크게 뛴 점 역시 공감하고 있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최선의 공사비를 도출하기 위해 시공사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건설 역시 조합의 아파트 마감재 하향 요구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건설사 입장에서 아파트를 고급화 하는 것이 수익성에 도움되지만, 조합과 상생하며 재건축 사업을 이끌어가기 위함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합리적인 공사비를 도출하기 위해 조합과 방법을 찾아가는 단계"라며 "힐스테이트 아파트 마감재 등급을 충족하는 선에서 열린 자세로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비업계에서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에서 마감재 다운 그레이드 현상이 확산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건설 원자재 가격이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2014년 이후 집값이 우상향을 거듭하면서 대부분 조합들이 아파트 고급화를 선택해왔다"며 "하지만 현재는 정부·서울시가 나서 아파트 층수 제한을 풀어준다고 해도 조합이 공사비 부담을 덜고자 이를 거부하는 상황이며, 시공사 역시 합리적인 공사비 도출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순원기자 ss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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