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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감 품목 끝없이 러시아로…"비결은 중앙아, 中상품 수출 `세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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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드론 등 공수…美싱크탱크 "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行 중국 수출 급증"
민감 품목 끝없이 러시아로…"비결은 중앙아, 中상품 수출 `세탁처`"
러시아-카자흐스탄 국경 검문소 앞에 늘어선 화물차들 [EPA 연합뉴스자료사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는 3일(현지시간) 작년 1∼7월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을 거쳐 러시아에 들어간 이중용도 물품이 최소 6400만 달러(약 850억원)에 이른다고 미 비영리 싱크탱크 선진국방연구센터(C4ADS)를 인용해 보도했다. 중앙아시아 등을 경유한 '이중용도 물품'의 러시아 반입이 계속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중용도 물품은 컴퓨터용 반도체 칩과 라우터, 볼베어링 등 민간용으로 개발·제조됐어도 군사용으로 전용될 우려가 큰 상품을 일컫는 용어다.

다만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가 교역 관련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 상황에서 상업적으로 공개된 정보만으로 추산한 결과인 만큼 실제 이뤄진 거래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수 있다고 C4ADS는 분석했다.

카자흐스탄과 러시아는 약 7600㎞에 걸쳐 국경을 맞대고 있다. 키르기스스탄은 러시아와 직접 국경이 닿아있지는 않지만, 러시아의 최대 무역상대국인 중국과 카자흐스탄 사이에 위치해 역시 중계무역 거점으로 활용된다고 한다.

튀르키예, 아랍에미리트(UAE) 등도 이중용도 물품 반입 경로로 거론되지만, 유독 이 두 국가가 주목받는 이유는 제재 가능성이 큰 '민감' 품목을 다루는 경우가 잦아서다.

작년에만 45억 달러(약 6조원)어치의 이중용도 물품을 러시아에 팔아치운 중국이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을 위험 품목, 특히 서방 기업이 중국 등지에서 생산한 물품 등을 러시아에 수출하기 위한 일종의 '세탁처'로 쓰고 있다는 것이다.

C4ADS의 나탈리 심슨 애널리스트는 "중국 기업 자체 제품의 경우 (중·러) 국경을 넘는 직접적 경로를 이용할 수 있지만, 서방 제품을 환적하는 이들은 종종 (추적을) 더욱 어렵게 할 방법을 원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런 이들은 중앙아시아에서 원하던 걸 찾을 수 있다"면서 "중앙아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개인적 소비를 위한 (서방제) 반도체와 차량부품, 사치품 등이 운반되는 핵심 경로가 됐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작년 6월에는 IBM의 중국 자회사가 생산한 3700 달러(약 500만원) 상당의 컴퓨터용 부품이 키르기스스탄 내 무역업자를 거쳐 러시아에 넘어갔다.

비슷한 시기 미국 반도체 제조업체 비샤이 인터테크놀러지의 중국 내 공장에서 생산한 트랜지스터도 카자흐 기업을 경유해 러시아 전자제품 도매상에 팔렸다. 우크라이나 외교부는 이 반도체가 러시아군 정찰 드론(무인기)과 군사용 위성통신 장비 등에 사용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해당 거래에 관여한 카자흐 기업 엘렘 그룹은 텍사스 인스트루먼츠, 아날로그 디바이시스 등 다른 미국 기업들에서도 대량의 상품을 구매해 작년 3월부터 8월 사이에만 115만 달러(약 15억원)어치의 물품을 러시아에 넘겼다.

엘렘 그룹의 설립자는 러시아인으로 확인됐으며 직원 수는 '5명 미만'이었다. 이 회사가 수입한 물품의 35%는 중국에서 왔고, 미 상무부는 작년 12월 엘렘 그룹을 대러 제재 블랙리스트에 추가했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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