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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정지에 묶인 돈 8.2조… 당국 "좀비기업 상폐 절차 단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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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 잠식 등 71개사 정지 사유
코스피 개선기간 최장 4년→2년
코스닥은 '3심제→2심제' 방침
거래정지에 묶인 돈 8.2조… 당국 "좀비기업 상폐 절차 단축"
연합뉴스 제공.

자본잠식, 의견거절 등 상장폐지 사유로 수년째 거래가 정지된 기업들에 8조원이 넘는 자금이 묶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종 상폐가 결정되기 전까지 소요되는 기간이 지나치게 길어 증시 활력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당국이 상폐 절차를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감사보고서 의견거절, 자본잠식 등으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지만 개선기간이 부여돼 거래정지 상태에 놓인 유가증권·코스닥시장 상장사는 71개사로 집계됐다.

코스피 상장기업이 17개사, 코스닥 시장 상장사가 54개사로 이들의 시가총액 규모는 8조2144억원이다. 2020년 3월 거래가 정지된 주성코퍼레이션과 아리온, 이큐셀 등이 대표적인 장기 거래정지 상장사다.

현재 한국거래소는 상장사에 자본잠식, 매출액 미달, 횡령 및 배임, 영업정지 등 시장거래 부적합 사유가 발생하면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를 열도록 규정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의 실질 심사는 기업심사위원회(기심위)와 상장공시위원회 등 2심제로 운영되고, 코스닥시장에서는 기업심사위원회, 1차 시장위원회, 2차 시장위원회 등 3심제로 진행된다.

기심위는 심의를 통해 상장유지나 상장폐지, 개선기간 부여를 결정한다. 개선기간은 최대 1년이지만, 특별한 사유가 있을 경우 1년을 추가로 부여할 수 있다. 기심위 결정에 상장사가 이의신청을 할 경우 코스피에선 상장공시위원회가, 코스닥시장에서는 시장위원회가 상장폐지 여부나 개선기간 부여를 다시 결정한다. 상장공시위원회가 추가로 최대 2년의 개선기간을 부여할 수 있어 코스피 상장사는 최장 4년의 개선기간을 받을 수 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개선기간이 최대 2년을 초과할 수 없다.

금융권에서는 '좀비기업'들이 시장에 잔류하면서 주가조작 세력이나 기업 사냥꾼의 타깃이 돼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또 심사 과정에서 과도한 개선기간을 부여하면서 투자자들의 자금이 장기간 묶이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금융당국은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상장폐지 절차에 소요되는 기간을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코스피는 개선기간을 최장 4년에서 2년으로, 코스닥은 3심제에서 2심제로 절차를 한 단계 단축하는 방안이다.
상폐 절차 단축과 함께 상장 유지 요건 강화도 함께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기보고서 미제출, 감사인의견 미달, 자본잠식, 매출액 미달, 시가총액 미달 등으로 정해진 상장폐지 요건을 강화하는 방안이 검토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시장퇴출 요건으로 '주주환원'을 언급하면서 이번 상장폐지 요건 강화가 앞서 정부가 발표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채찍'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원장은 지난달 28일 "금투사든 상장기업이든 오랜 기간 재무지표가 나쁘거나 인수합병 세력의 수단이 되거나 하는 기업들을 10년 이상 시장에 그대로 두는게 맞느냐"며 "지표를 만들어 거기에 미달하는 경우 예를 들면 주주환원과 관련된 것들이 충족하지 못할 경우 고려해볼 수 있는 것들을 다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국은 상장폐지 심사 제도 개선과 밸류업 프로그램이 별개라고 선을 그었지만, 상장폐지 요건에 주주환원 관련 지표가 추가된다면 사실상 주주환원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기업에 페널티로 기능할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좀비 기업이 적극적으로 퇴출되면 시장 주가수익비율(PER)이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올라가며 시장 전체의 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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