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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의 세계대전도 버텼는데"…"170년 된 정육점 문닫아요"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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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배 된 전기요금에 타격...고깃값·치즈값도 60% 뛰어
"두번의 세계대전도 버텼는데"…"170년 된 정육점 문닫아요" [SNS&]
두 차례의 세계대전 때도 살아남았지만 최근 에너지 요금 급등과 인플레이션을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은 영국 뉴어크의 정육점 'GH 포터 프로비전스. 사진=구글맵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가게를 운영할 돈이 바닥 났어요."

영국에서 170년 된 정육점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에 지역 주민들이 소셜미디어(SNS)에서 안타까운 심정을 공유하고 있다. 주인공은 영국 뉴어크에 위치한 정육점 'GH 포터 프로비전스(GH Porter Provisions).' 주민들이 고기를 사는 곳 이상의 장소였던 이곳은 작은 마을의 회복력과 공동체 정신에 대한 증거였다. 1890년에 문을 연 후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슈퍼마켓의 출현, 경제위기, 디지털 혁명에서도 살아남았기 때문. 그런데 이곳에 결정적 타격을 가한 것은 최근 무섭게 오른 영국의 전기요금이다.

주인인 톰 블레이크모어(Tom Blakemore)씨는 "최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례 없는 에너지 요금 상승과 변화하는 소매 환경에 굴복할 수 없었다"며 가게의 유리창에 사연을 남기고 떠났다.

그는 "가게를 폐업하기로 결정해 마음이 매우 무겁지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에너지 위기가 절정에 달했을 때 가게의 에너지 요금이 월 600파운드(약 101만원)에서 3000파운드(약 507만원)로 올랐고, 고기와 치즈 가격은 60%나 올랐다"고 설명했다. 또 변화하는 시장에 발맞추기 위해 온라인 판매와 비건 제품군을 도입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역부족이었다고 밝혔다. 그가 종이에 인쇄해서 붙인 사연은 소셜미디어에 공유돼 수천개의 '좋아요'를 얻었다.

주민들은 댓글에서 "이 멋진 가게를 폐업하기로 결정한 것은 매우 슬픈 일"이란 반응을 남겼다.

주인은 충성도 높은 고객들을 '실망시킨' 것에 대해 사과하며 추억담을 올렸다.

"두번의 세계대전도 버텼는데"…"170년 된 정육점 문닫아요" [SNS&]
두 차례의 세계대전 때도 살아남았지만 최근 에너지 요금 급등과 인플레이션을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은 영국 뉴어크의 정육점 'GH 포터 프로비전스가 문들 닫으면서 창문에 붙인 설명문. 사진=페이스북

그는 "사별부터 새로운 직장이나 관계, 결혼, 출산 같은 특별한 날을 포함해 여러분의 삶을 지켜본 것은 지난 수년간 제게 크나큰 특권이었다"고 썼다. 그러면서 "가게에 스티커를 보관하고 있는데, 그 중 대부분은 평생을 알고 지냈고 냄새가 조금 나더라도 가게에 오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들"이라며 "여러분들이 제 인생의 일부였던 것처럼 저는 여러분들의 삶에 작은 부분이었다는 것에 감사하며 여러분 모두를 애틋하게 기억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육점 주인은 전기요금뿐 아니라 인플레이션도 어려움을 가중시켰다고 설명했다. 생활비 급등으로 사람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고기가 훨씬 덜 팔렸다는 것.

그는 직원들을 언급하며 "직원들은 최저임금보다 약간 많은 임금을 받고 육체적으로 힘든 일을 오랫동안 해왔다. 그들은 제 비즈니스의 얼굴이었으며 도시 전역의 사람들이 그들을 그리워하고 잘 되기를 기원하는 데 동참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누구든지 이들에게 일자리를 줄 수 있다면, 추천서를 전달하겠다. 그들은 여러분의 팀에 헌신적이고 충성스러운 일원이 될 것"이라고 했다.

소셜미디어에서 한 네티즌은 "이 글을 보고 울음을 터트렸다. 울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부끄럽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 엑스(X·옛 트위터) 사용자는 "톰 블레이크모어씨가 가게를 운영하기 전부터 40년 넘게 이곳에서 쇼핑을 했다. 이 가게는 1893년부터 있었는데 지금은 사라졌으니 정말 비극이다. 이보다 더 좋은 베이컨, 고기, 파이, 치즈 등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우리에겐 이런 가게가 필요하다"고 썼다.

또 다른 네티즌은 "뉴어크 근처에 오랫동안 살면서 커피를 마시러 포터스를 단골로 방문했는데, 비건 메뉴를 시작했을 때 정말 놀라웠다"고 했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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