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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잇슈] 아이들 웃음소리 사라진 교정…위기에 빠진 `100년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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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잇슈] 아이들 웃음소리 사라진 교정…위기에 빠진 `100년 학교`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서울재동초등학교 정문 앞. <박상길 기자>

저출산에 따른 인구감소 후폭풍은 100년 이상의 전통을 이어온 초등학교들에게도 매섭기만 했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교육기관들조차 학급생이 매년 줄어들면서 '폐교'라는 문턱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어서다. 서울 한복판에 있는 서울교동초등학교와 서울재동초등학교 역시 '저출산의 저주'에 걸려 언제 폐교될 지 모를 조마조마한 상황을 해마다 겪고 있다.

27일 오후 찾아가본 서울 교동초등학교는 개학을 1주일가량 앞두고 있어선지 학교 내부는 조용했으며, 학생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미리 개학 준비를 하기 위해 나온 소수의 학교 관계자들이 오가는 모습만 확인할 수 있었다.

서울교동초등학교는 1894년 고종 31년에 왕실 자녀를 교육하기 위해 세워진 우리나라 최초의 교육기관으로, 올해로 13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이 학교는 윤보선 대통령을 비롯해 소설가 심훈, 강수연 배우 등 사회 유명 인사를 숱하게 배출한 명문 학교다. 하지만, 인구 감소와 도심 공동화 영향을 피하지 못해 전교생이 161명밖에 되지 않는 작은(과소) 학교가 되고 말았다. 한 학년이 겨우 평균 2개 학급이란 사실이 이같은 현실을 실감나게 한다.

교동초등학교는 실제로 10여년쯤 전에 거의 폐교 단계까지 갈 뻔했다. 학생 수가 100명 아래로 떨어지면서다. 다만, 국내서 가장 오래된 초등교육기관이란 상징성 덕분에 교육청의 지원과 언론의 관심을 받게 되면서 학교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보다 1년 늦게 설립된 서울재동초등학교의 상황도 이와 비슷하다. 학교 관계자는 "현재 전교생이 195명 정도인데, 학급이 1개만 운영되는 학년도 있다"고 전했다.

학교 인근의 한 문구점 주인은 "학급 당 학생 수가 많을 때는 오가는 어린이들로 동네 전체에 활기가 넘쳤는데, 이제는 거리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은 거의 노인들뿐"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역사와 전통이 깊은 학교도 피하지 못한 인구 감소의 영향은 서울 전역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4년 뒤에는 서울시내 초등학교 6곳 중 1곳의 한 학년 학생이 40명도 안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시교육청의 2024∼2028학년도 초등학교 배치계획에 따르면 2028년 학생 수가 240명 이하인 '소규모 초등학교' 수는 2024년 69곳과 비교해 약 1.5배 늘어난 101곳이 된다. 휴교를 제외한 전체 초등학교 604곳의 17%에 달하는 수치다.

[이슈잇슈] 아이들 웃음소리 사라진 교정…위기에 빠진 `100년 학교`
지난 13일 폐교 후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는 서울 광진구 화양초등학교 교정의 모습. [연합뉴스]

물론 학생 수가 줄었다고 해서 당장 '폐교'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해당 학교로선 운영의 어려움이 클 수 밖에 없다. 학생 수가 적더라도 급식실, 특수학급, 방과후교실 등이 구비돼 있다. 상담교사와 보건 교사도 운영해야 한다. 하지만, 학생이 줄어 수요가 적으면 방과 후 프로그램을 개설한다거나 현장학습 등을 진행하기가 어려우며, 학교 급식 단가를 맞추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경우 폭넓은 교우 관계를 형성하기 어렵고, 줄어든 학생 수만큼 교사들이 담당해야 할 행정업무는 많아진다. 이같은 운영 상 어려움이 지속되면 장기적으론 통폐합이나 분교 등의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인구 절벽의 위기를 넘지 못해 폐교되는 사례가 지방 뿐만 아니라 서울에서도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광진구 화양초등학교가 문을 닫은 데 이어 올해는 서울 도봉고등학교, 성수공업고등학교, 덕수고등학교가 폐교 수순을 밟는다.

지난 2003년 개교한 도봉고는 개교 20년 만인 다음달 1일 문을 닫는다. 도봉고는 개교 이후 한때 학생 수 200명을 유지했으나, 지난 2021년과 2022년에는 각각 75명과 45명으로 줄어 더이상 학교를 유지할 수 없게 됐다. 학교 관계자는 "지난달 4일 졸업식 이후 학교를 찾는 이가 거의 없다"면서 "이대로 문을 닫을 것이란 생각을 하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성동구의 성수공고도 다음달에 폐교될 예정이다. 성수공고는 학령 인구 감소에다 극심한 취업난에 따른 특성화고 기피 현상까지 더해져 해마다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에 지난 2021년 동대문구의 휘경공고와 통폐합하기로 결정됐다. 학교 부근의 한 가게 주인은 "10여년 전만 해도 등하교 하는 학생들로 거리가 시끌벅적했다"며 "점차 학생이 줄더니, 2~3년전 부터는 교사가 학생 수보다 많게 됐다"고 말했다.

올해 처음 문을 닫는 도봉고와 성수공고를 시작으로 앞으로 서울에서도 문을 닫는 중·고등학교가 더 많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의 '2024~2029년 학생 수 추계' 자료를 보면 전국 초·중·고교생 수는 올해 513만1218명에서 2026년 483만3026명으로 줄어 500만명 선이 무너질 것으로 예상된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이슈잇슈] 아이들 웃음소리 사라진 교정…위기에 빠진 `100년 학교`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서울교동초등학교 전경. <박상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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