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의대증원 찬성] "필수ㆍ지역 의료 붕괴 막으려면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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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의대증원 찬성] "필수ㆍ지역 의료 붕괴 막으려면 불가피"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해 집단 사직서를 낸 전공의가 1만명을 넘어섰다. 의료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는 전체의 72.3%인 9000여명에 이른다. 암 수술이 연기되고 응급실에서 응급처치를 받지 못한 환자들이 속출하는 비상상황이다. 26일 정부는 전공의들의 불법 행위에 대해 오는 29일까지 복귀하면 불문에 부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공의들이 병원으로 돌아올 가망은 아직 없어 보인다. 게다가 대한의사협회와 의과대학 교수들까지 전공의 행동을 옹호하면서 정부와 의사계가 강대강 대치 중이다. 디지털타임스는 의대정원 증원을 놓고 정부와 의사계가 주장하는 상반된 근거와 논리는 무엇이고, 과연 현 사태를 풀 해법은 없는지 살펴본다. 정부 입장을 지지하는 전문가 기고, 의사계 입장을 지지하는 전문의 기고를 함께 싣는다.

"필수·지역 의료 붕괴 막으려면

정원 확대는 불가피하고 긴급해"


현대사회로 넘어오면서 건강과 의료가 국민의 기본권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래서 국가는 모든 국민에게 소득수준이나 경제적 능력에 관계없이 필수적인 의료를 보장해야 한다는 인식이 보편적인 현상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를 위해서 보건의료인력을 충분히 확보하고 효율적이고 공평하게 배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의료서비스는 노동집약적인 서비스로 대부분 보건의료인력에 의해서 제공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실은 이와는 다소 다르다. 현재 우리나라는 보건의료인력 특히 의사 공급부족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의사부족 문제는 총량적인 공급부족과 함께 지역 간 불균형 문제와 전문과목 간 불균형 등 다양하고 복잡한 양상을 띤다. 우리나라 의사수는 2021년 인구 1000명 당 2.56명으로 OECD국가 평균인 3.73명의 68.6% 수준으로 최하위권에 속한다. 우리나라의 의사통계는 한의사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한의사를 제외하면 인구 1000명 당 의사 수는 2.1명으로 OECD국가에서 가장 낮다.

앞으로가 더 큰 문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에 의하면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2035년 2만 명 이상의 의사가 부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러한 의사부족 문제는 지역 간 의료 접근성의 격차를 확대시키고 의료 취약 지역을 늘린다. 특히 응급의료, 분만, 소아청소년과 같은 필수의료 분야에서 의료 취약 지역이 증가하고 있다. 2023년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전남, 인천, 경기, 강원을 포함한 전국에서 총 98개의 의료취약 지역이 발생했다. 또한 분만을 위한 산부인과가 없거나, 산부인과가 있더라도 분만이 어려운 지역은 전국적으로 72개의 지역에 달한다. 더구나 전문 질환 자체 충족률도 지역 간 차이가 크다. 서울은 92.9%로 가장 높은 반면, 경북은 25.6%, 세종은 8.4%에 그치고 있다. 그리고 급성기 중증 응급환자에 대한 입원 치료 제공률 및 발병 후 입원 소요시간도 지역 간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필수의료분야에서 지역 간 의사의 격차는 지역 간 사망률과 건강 불평등의 격차를 심화시키고 있다.

의사인력의 수급 불균형 문제는 의사가 환자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정보의 비대칭성, 질병이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질병 발생의 불확실성, 그리고 이로 인한 공급자 유인수요와 같은 공급자 중심의 의료 특성상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가 직면한 문제다. 이러한 문제는 의료의 특성상 시장기능에 의해서는 저절로 해결되지 않는다. 외국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와 함께 정부가 의료취약지역에 직접 의과대학을 설립해 필요한 의사인력을 양성하는 등 적극적인 맞춤형 정책을 실시해 오고 있다.


우리나라와 유사한 의료체계를 갖고 있는 일본에서도 의료취약지역과 지역의 의사부족 문제에 직면했었다. 일본 정부는 지역의 의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1972년 공공의과대학인 자치의과대학을 설립해서 지역에 근무할 의사인력을 직접 양성하여 배치하고 있다. 지금까지 졸업 후 의무복무 기간을 마친 의사 중 69.6%가 지역에서 근무하고 있어 성공적인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자치의과대학은 지역의사 양성의 성공적인 모델이지만, 입학정원(2017년 123명)은 한정되어 있어 지역의 의사부족문제를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지역의 의사부족 문제와 함께 고령화에 따른 의료수요 증가에 대처하기 위하여 일본 정부는 2006년 '신(新)의사확보종합대책'과 2007년 '긴급의사확보종합대책'을 수립해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2008년 7793명에서 2023년 9384명으로 지속적으로 확대해오고 있다. 특히, 지역의 의사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일정기간 해당 지역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지역의사제도를 크게 확대하였다. 지역의사제도는 1997년 2개 대학에서 입학정원 11명으로 시작하여 2020년에는 대부분의 의과대학(1679명, 전체정원의 9384명의 17.9%)으로 확대되었다. 의과대학 졸업 후 의사의 지역 정착 비율을 보면, 지역의사제도로 선발된 의대생이 졸업 후 대학이 있는 지역에서 의사로 근무하고 있는 비율이 2017∼2019년 87.8%로 지역의사제도 역시 성공적인 제도로 평가받고 있다.

2000년대 이후, 일본을 비롯한 대부분의 OECD 국가들은 고령화로 인한 의료 수요 증가와 지역 간 의사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확대해왔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1989년 이후 지난 30년 이상 입학 정원을 늘리기는 커녕, 의료계가 정원 감축을 요구하는 파업으로 2006년부터 2009년 사이에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10% 감축해 의사 부족 문제가 더 심화되고 있다. 역사에는 가정이 없다고 하지만, 당시 입학정원을 감축하는 대신 10% 증원했다면, 그리고 일본의 사례처럼 지역 간 의사 인력 격차를 해소하기 위하여 공공의과대학을 설립하고 지역의사제도를 도입하여 증원된 정원을 이에 배정했었다면, 의사 부족 문제는 지금처럼 심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나라가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의료수요 증가뿐만 아니라 현재 당면한 필수 의료 분야의 의사 부족, 의료 취약 지역, 그리고 지역의 의사부족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재 의과대학 입학 정원과 교육제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의료 특성상 시장기능이 작동되지 않기 때문에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며 이제 더는 늦출 수가 없다.

이러한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한 정부는 2035년까지 1만명의 의사를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2025년 2000명의 입학정원을 증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의료계는 일시에 대규모의 입학정원 증원이 의학교육의 부실을 초래하고, 또한 필수의료분야가 아닌 상대적으로 수입과 근무여건이 좋은 전문과목 중심으로 의사가 양성되어 의사들의 수도권 집중현상이 심화될 것을 우려하며 입학정원의 증원을 철회해달라는 요구하면서 파업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따라서 정부의 정책목표를 달성하면서 의료계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의사인력확보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2025년에 한꺼번에 2000명의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증원하는 대신, 2025년부터 2028년까지 4년 동안 매년 누적적으로 710명씩 증원하는 방안이다. 증원된 입학정원은 필수 의료 분야의 의사를 양성하고, 의료 취약 지역과 지역의 의사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일본의 사례처럼 공공의과대학 설립과 함께 지역의사제도를 도입하는데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러한 방안을 통해 2035년 의사인력 1만명 확보, 필수의료분야 의사인력 확보 그리고 지역간 의사인력 불균형 개선이라는 정부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의료계가 우려하는 의학교육 부실과 의사인력의 수도권 집중 등의 우려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고 당면한 의사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는 이제 더는 늦출 수 없는 시대적인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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