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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증원 반대] "의사 질 떨어뜨려, 의사부족은 시스템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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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현 정형외과 전문의·의학박사
[의대증원 반대] "의사 질 떨어뜨려, 의사부족은 시스템문제"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해 집단 사직서를 낸 전공의가 1만명을 넘어섰다. 의료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는 전체의 72.3%인 9000여명에 이른다. 암 수술이 연기되고 응급실에서 응급처치를 받지 못한 환자들이 속출하는 비상상황이다. 26일 정부는 전공의들의 불법 행위에 대해 오는 29일까지 복귀하면 불문에 부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공의들이 병원으로 돌아올 가망은 아직 없어 보인다. 게다가 대한의사협회와 의과대학 교수들까지 전공의 행동을 옹호하면서 정부와 의사계가 강대강 대치 중이다. 디지털타임스는 의대정원 증원을 놓고 정부와 의사계가 주장하는 상반된 근거와 논리는 무엇이고, 과연 현 사태를 풀 해법은 없는지 살펴본다. 정부 입장을 지지하는 전문가 기고, 의사계 입장을 지지하는 전문의 기고를 함께 싣는다.

"대량증원 의사 질 떨어뜨릴 우려

수도권으로만 집중 시스템 문제"


의사는 아픈 사람을 돌보는 최첨단의 현장에 있는 직업인이다. 올해로 의사 생활 43년째, 개업의로만 34년째 진료실을 지키고있다. 어느덧 칠순이 되어가는 나이에 돌이켜보면 '의업과 의술은 인술이다'라는 인식을 갖게 된다.

의료의 공공성과 그 의료를 제공하는 의사로서의 사적인 위치에서 균형을 잘 맞춰나가는 균형 감각도 중요한 것 같다. 앞으로 의사 생활을 얼마나 더 할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의료 연륜과 인생의 경륜인지, 병원을 찾아오는 아픈 사람들에게 적합한 최선의 의료 서비스를 베푸는 것에 대한 보람과 자부심도 느껴진다.

연전에 응급실 뺑뺑이 진료 실태와 지방의료원의 의사가 없어서 진료 공백이 심각하다는 언론 기사를 봤다. 역시 우려했던 바가 현실로 나타났다. 우려했던 것은 전문가 의사집단들을 투명인간 취급하면서 의료정책 등을 만드는 포퓰리즘이었고 현실은 그 정책을 그대로 발표해 버린 것이다.

포퓰리즘의 표를 의식한 지난 좌파 정권 때도 공공의대 설립 등 의사 수 증원에서는 조심스러웠고, DJ 시절(김대중 정부 시기)의 의약분업 강행 때는 DJ조차도 의약분업에 대해서 솔직히 잘 모르는 상태에서 무리하게 시행을 했다고 퇴임 후 자서전에서 토로하고 있다.

일반 국민들이 볼 때는 의사가 부족해서 이런 사태가 초래되었고, 대중적으로 의사를 늘여야 한다는 공감대를 불러 일으키는 데는 성공하였을지는 모르겠으나, 알면서 모르는 듯 가장 중요한 점을 간과한 것 같다.

인구절벽으로 인구는 줄어들고 있다. 지금도 한해 3000명이 넘는 의사가 나오고 있고 그 숫자는 쌓이는 중이다. 지방의 의사 부족 사태는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수도권으로만 몰리는 집중현상으로 시스템의 문제다. 한해 만명을 뽑은들 전부 다 서울로만 몰린다면 그 또한 의사 부족 사태가 초래될 것이다.

의사 수를 OECD 국가 순위로 단순 평가하는데 있어 크게 간과하는 것이 있다. 우리나라는 인구밀도가 세계적으로는 25위 , OECD 중에서는 인구밀도가 1위라는 점이다. 인구밀집도와 의사밀집도가 높다는 의미다. 좁은 국토로 인해 인접해 이용할 수 있는 의사 수도 상대적으로 많다는 것이다.


멀리 있는 의사 3명 보다 가까이 있는 의사 2명이 훨씬 나은 이치다. 의사는 공장에서 벽돌 찍어내듯이 손쉽게 척척 만들어지는 존재가 아니다. 70년대 중반에 입학해 100여명이 넘는 학생을 콩나물 시루 같은 강의실에서 수업을 받은 경험이 있는 의사로서 갑자기 늘어난 학생을 수용할 의대 교육인프라와 자재는 턱없이 부족하다 .
의학 교육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해부학 실습을 할 수 있는 카데바(해부용 시신)는 지금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인조 마네킹을 해부학 실습대에 놓고 해부학 실습을 하는 우스꽝스런 광경이 올 것이고, 이런 과정을 통해서 양산된 저질 의사로 인한 폐해는 전적으로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 명약관화하다.

예전에는 행려병자 등의 무연고자 등으로 그럭저럭 충당되었고, 지금도 자발적 시신기증자 덕에 학생들이 벌떼처럼 머리만 디밀고 실습을 하는 상황인데, 2000명이 증원된 후의 해부학 실습은 부실 교육이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의학 교육의 실제와 현장 상황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정책입안자들의 포퓰리즘식 졸속 행정이 낳을 미래의 의료 후환이 두려울 뿐이다. 문제는 증원도 증원 나름이다. 증원 규모도 중요하다. 그저 의사 수를 양산하면 편안히 양질의 치료를 받을수 있겠지 하는 일반 국민들의 순진한(?) 기대를 여론인양 오도하는 것이다.

교육지백년대계(敎育之百年大計)이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를 만드는 의대 교육을 착한 국민과 여론을 등에 업고 졸속 결정과 행정으로 밀어붙이면 얼마나 큰 부작용과 국민 부담이 생길지는 생각하지 못한 것 같다.

대담함이 과하면 폭거라고 부른다. 일거에 의대생 2000명을 증원하는 처사는 국민건강권을 볼모로 한 의료 공산주의로, 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자연인이 아닌 사람을 치료하는 도구나 포퓰리즘을 의식한 표얻기 식의 방책이 아닐까 싶다. 단순히 쉽게 생각해서,우리 시에 3000개의 식당이 있는데 시민들이 이용이 불편하다고 당국에서 2000개를 더 만들어주는 격이다. 그럼 5000개의 식당이 앞을 다퉈서 시민들에게 서비스를 잘하고 양질의 식사를 싸게 제공할 수 있을까?

면허관리 선진화를 명분으로 5년마다 주기적으로 개원 유지 여부를 대학병원 교수 등으로부터 평가받도록 하는 개원면허 도입과 주기적 재평가 등의 대목에서도 충격과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다.

의료서비스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최고이자 최후의 서비스이며 그 때문에 공공의 성격이 매우 강하다. 정부에서 의보수가를 일률적으로 정해서 의사에게 대가를 나눠주는 식이다. 최근의 소아과 폐과 선언이나 몇몇 과에서 전공의 미달 등의 일련의 사태가 왜 일어났는지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의사 수천명을 더 뽑은들 해결될 일이라고 보는가?

밀어내기식 증원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다. 아무리 양보하고 생각해도 관 주도의 일방적 증원이 아니라, 민간전문가와 관계 부처 기관이 협조해 민관이 어우러진 의대 입학정원 조정기관 등을 설립해 이 문제를 논의한 후에 결정해야 됐을 사안이다.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기 마련이다. 급히 먹는 밥은 체하게 된다. 아무리 배고파도 첫술부터 차근 차근 먹어야 체하지 않고 소화도 잘 되는 법이다. 아무쪼록 지나가는 목마른 나그네가 청한 표주박에 버드나무 잎을 띄어주는 아낙의 지혜를 배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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