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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변동성 키운 `맹탕` 밸류업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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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공개
기업 자율공시로 자율성 부여
'알맹이' 없는 정책 지적 나와
6월께 최종 가이드라인 확정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변동성 키운 `맹탕` 밸류업 정책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26일 오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세미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제공.

오는 7월부터 상장사들에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스스로 세워 공시하게 된다. 의무가 아닌 자율 사항으로 페널티는 없다.

기업가치 우수 기업에 자금이 유입될 수 있도록 관련 지수 및 상장지수펀드(ETF)를 연내 출시하고, '큰 손' 연기금 등의 투자에도 활용될 수 있도록 '스튜어드십 코드'(행동 지침)도 개정한다.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 차원이다.

금융위원회는 26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의 세부안에 대해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이른바 '알맹이' 없는 정책이라는 지적과 함께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날 보험(-3.8%), 금융(-3.3%), 유통(-3.1%), 증권(-2.9)% 등 '저(低) 주가순자산비율(PBR)' 수혜 업종을 중심으로 매도물량이 쏟아지면서 하락세를 보였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변동성 키운 `맹탕` 밸류업 정책
이번 정책의 핵심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상장 기업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수립하고 이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구조다. 하지만 당국 차원에서의 유인책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사실상 기업의 '자율성'에만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마련된 인센티브는 모범납세자 선정·R&D 세액공제 사전심사 우대 등 5종의 세정 지원과 우수기업 표창 수여, 그리고 현재 거래소에서 개발 중인 밸류업 관련 지수 편입 우대 등에 그친다.

최종 가이드라인은 오는 5월 개최될 2차 세미나를 통해 시장 의견을 수렴 후 6월에나 확정될 예정이다.

증권 전문가들은 그간 '저 주가순자산비율(PBR)주' 기대감을 반영해왔던 시장이 단기적으로 실망 매물을 출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단기적으로 앞서간 시장의 기대, 이로 인해 급등한 '저PBR주들의 후폭풍은 감안해야 한다"며 "기대감이 컸던 이슈가 현실화되는 과정에서 기대와 현실 간의 괴리가 축소되는 국면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1월 24일 당국이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해 언급한 이후 은행지주와 보험 등 금융업종과 자동차 업종이 '저 PBR' 수혜주로 묶이면서 최근 랠리를 이어왔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의 수급이 몰리면서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23일까지 보험과 자동차 업종은 각각 33%, 27% 상승했고, 은행 업종 역시 17% 오른 바 있다. 이 기간 외국인 순매수는 8조원에 달한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현재 개인 투자자가 저PBR 관련 테마주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일본 동경거래소 역시 기업 가치 제고 정책 시행 시 무작정 기업의 PBR을 1배 이상으로 올리라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학계에서도 실질적인 인센티브 제도 없이 기업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 수립·이행을 자율에만 맡기는 것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이상복 서강대 교수는 "이미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이 증시에 선반영된 상태에서, 구체적인 내용이 포함되지 않아 추가 상승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세제혜택의 경우 법 개정이 필수인 만큼 총선 결과까지 고려해야 하며 특히 당장 6월 가이드라인에 참여 기업에 대한 세제혜택이 확정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한국거래소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1차 세미나에 패널로 참석한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책 시행 전 세부적인 조율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코스닥의 경우 대기업의 하청업체이거나 중소벤처 기업인 경우도 많아 모험자본적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시장·업종별뿐 아니라 기업의 성격이나 기업 특성에 따른 차별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이사회 책임이 가중된다거나,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과도한 소통 또는 기관 투자가의 과도한 경영간섭이 이뤄지는 등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기 때문에 사전 단계에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기업 입장에서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부회장은 "기업가치 제고나 공시와 관련해서 기업의 인센티브는 사실상 의미가 없고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며 "기업이 현금 여력이 없는데 쥐어짜는 방식으로 PBR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은 거품에 불과하기 때문에 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세제 혜택을 고심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이날 논평을 통해 "시장은 인내심이 없다"면서 "5월 중 2차 세미나 개최 후 6월 가이드라인 확정까지 4개월이 필요하다는 금융 당국의 주장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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