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그들만의 리그 `전략공천·혁신공천`

프린트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그들만의 리그 `전략공천·혁신공천`
22대 국회의원 선거일이 45일 앞으로 다가왔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4·10 국회선거를 앞두고 지역구 후보 선정에 주력하고 있다. 모두 이 과정을 '전략공천' '혁신공천' '시스템공천' 등으로 표현한다. 하지만 두 정당의 공천경쟁은 유권자인 국민이 배제된 그들만의 리그에 불과하다.

국회의원은 흔히들 민의(民意)의 대변자로 불린다. 전국을 단위로 하지 않고 지역구를 특정해서 지역구 국회의원을 뽑는 것은 국회의원이 지닌 지역 대표성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의 공천과 당내 경선과정은 지역민이 배제된 정치 엘리트들의 논의로 그치고 있다. 공천관리위원장을 두었으나 이는 유력 정치인들의 의견이 반영되는 통로라는 것을 국민들은 잘 알고 있다. 현재 사용되는 험지출마, 전략공천이라는 단어 역시 유명 정치인들의 지역구 이전을 합리화하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최근 공천갈등을 빚고 있는 민주당의 경우, '시스템공천'이라는 이름 아래 과거 이재명 대표에게 쓴 소리했던 사람들에게 불이익을 주고 있다. 국회부의장을 지낸 김영주 의원(영등포갑)을 비롯, 김한정·박영순·박용진·설훈·송갑석·윤영찬 의원 등 최소 7명이 현역 의정활동 하위 20% 이하로 통보받았다. 설훈(부천을)·박용진(강북을)·윤영찬 의원(성남 중원)은 아예 하위 10%로 분류돼 경선에서 득표의 30%가 감점돼야 한다. 사실상 '공천배제'라는 통보를 받은 셈이다.

민주당에서는 이를 시스템에 따라 합리적 기준으로 경쟁력 있는 후보를 골라내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한다. 배제된 의원들의 지역구에는 대신 친(親)이재명계 인사들이 후보로 유력하게 언급되고 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영등포갑)이, 정봉주 전 의원(강북을), 이수진 의원(비례, 성남 중원) 등이다. 이들은 해당 지역 토박이가 아니라 선거를 앞두고 해당 지역으로 급하게 이주해와서 민의 대변자라고 내세우기도 머쓱하다.


국민의힘도 '전략공천'과 '험지출마'를 강조한다. 당의 중진 및 다선 의원들은 자신의 지역구를 정치 신인 등에게 건네주고, 다른 지역구로 배치되었다. 외교부 장관 출신의 박진(강남을) 의원은 서대문을에서, 제주도지사 출신의 원희룡 전 국토부장관은 인천 계양에서 공천을 받았다. 김태호·조해진·서병수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가 아닌 경남 양산시을, 김해시을, 부산 북구·강서구갑 등에서 각각 공천 받았다. 유명 정치인들의 지역구 이동은 본선경쟁력으로 포장된다. 하지만 이는 지역민을 무시하는 중앙집권적 사고의 발현이다. 국민의힘 공천과정은 비록 민주당에 비해 잡음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그렇지만 감동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의회 선진국인 미국에서는 낙하산 공천, 전략공천이 없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당선될 수 없기 때문이다. 미 하원의원의 경우, 미국 시민권을 획득한 지 7년이 지난 25세 남녀라면 누구나 경선에 출마할 수 있다. 정당의 최종 후보가 되는 것은 철저하게 해당 지역민들의 선호도에 맡겨진다. 과거 일부 주에서는 12개월 해당 지역 거주를 명문화하기도 했으나 지금은 대법원에 의해 선거당일 해당지역 거주자로 바뀌었다. 그럼에도 지역민의 지지를 받아 당선되기 위해서는 해당 지역구에 오랫동안 거주해야 한다. 선거 직전 지역구로 이사하는 '벼락 이웃'으로는 당선이 불가능하다.

'떴다방'처럼 선거철에 이합집산으로 나타나는 정당과 표심을 얻기 위해 지역구를 달리하는 후보로는 대의민주주의가 발전할 수 없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정당 엘리트가 아닌 지역 주민이 경선후보를 직접 고를 수 있어야 한다. 불행히도 현 정당의 지역구 후보 선출과정에서 유권자인 국민들은 사실상 배제되어 있다. 대신 거대정당이 여의도 밀실에서 '전략공천'과 '시스템공천' 통해 후보를 선정하면, 유권자는 그중 한명을 선택하도록 요청받고 있다. 불과 몇 달 전만해도 특정 지역 출마를 공언했던 후보가 어느 날 다른 선거구로 옮기는 것이 이제 흔한 일이 되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국회의원 피선거권자에게 거주지 제한을 둘 필요가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지방의회의원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되기 위해서는 60일 이상 해당지역 관할 구역에 주민등록을 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지역구 국회의원에 출마하려면 선거 최소 2개월 전부터는 해당지역에 거주하도록 하면 어떨까. 6개월이면 더 좋다. 해당 지역을 잘 알고, 사랑하는 인물이 민의 대변자로 나서야 한다.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