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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원짜리 티눈 수술로 20억 챙긴 부녀 [임성원의 속편한 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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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티눈 피부질환 면책 해당 판단
수술 보험금 청구 시 약관 부지급 사유 확인 필수
3만원짜리 티눈 수술로 20억 챙긴 부녀 [임성원의 속편한 보험]
<사진=연합뉴스>

최근 질병수술비 보험금 관련 '도덕적해이'(모럴헤저드, moral hazard)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일부 보험 가입자의 무분별한 '의료쇼핑'과 병의원의 '과잉 진료' 등으로 실손의료보험 재정이 줄줄 새는 가운데 질병수술비 보험도 교묘한 보험사기 수법 등으로 민원·분쟁을 유발하고 있다.

질병수술비 보험은 사람의 신체에 생긴 수술과 관련한 손해를 보상, 인(人)보험에 해당한다. 질병보험의 보상 방식은 정액 비정액 보상을 모두 허용한다. 질병으로 인해 발생한 치료비를 보상할 수 있고, 치료비와 무관하게 일정액을 보상할 수도 있다. 실제 소요된 의료비를 기준으로 삼지 않아 질병수술비를 보상받는 여러 보험에 가입해도 해당 계약을 통해 제한 없이 보험금을 모두 받을 수 있다.

최근 이를 악용한 부녀 사례가 있었다. 발바닥 티눈과 굳은살에 대한 수천번의 냉동응고술을 받고 수십억원의 고액 보험금을 타 내다가 법원으로부터 제동이 걸렸다. 단순한 티눈에 대한 질병수술비 보험금의 액수로는 유례가 없는 고액의 보험금 청구 건이었다. 냉동응고술은 액체질소를 분사해 티눈을 괴사시켜 피부에서 떨어트리는 매우 간단한 수술이다.

피보험자 여성 A씨는 2015년 3월부터 2017년 3월까지 질병수술비 보험을 포함해 총 18건의 계약을 체결했다. 2016년 한해에만 질병수술비 보험 관련 계약을 13건 가입했고, 이 중 2건은 하루에 두곳의 보험사와 계약을 맺을 정도였다. A씨는 매달 보험료로 약 80만원을 납부했다. 같은 기간 A씨의 월급이 약 180만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달 수입의 절반 가까이 보험료 납부에 사용한 셈이다.

질병수술비 담보 특약이 포함된 여러 보험사의 계약을 체결한 피보험자 여성 A씨는 수년간 거의 매일 같이 발바닥 티눈과 굳은살 수술을 받고, 수술 1회당 각 보험사로부터 총 160만원의 질병수술비 보험금을 수령했다. A씨가 냉동응고술 치료비로 병원에 낸 돈은 3만원에 불과했지만, 보험사로부터 받은 보험금은 건당 30만~40만원에 달했다. A씨 아버지도 함께 서울 강남·동대문, 경기 성남 분당 등 약 20곳의 병원을 돌아다니며 보험금을 받았다. 부녀가 6년간 수천회에 걸쳐 이 같은 수법으로 받은 보험금은 20억원에 달했다. 이후에도 병원을 순회해 청구한 보험금이 수백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후 보험사들이 보험금 지급 거부를 통보하자, A씨는 각 보험사를 상대로 질병수술비 보험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각기 나눠 별소로 제기했다.

최근 대법원은 보험사들이 질병수술비 보험금 지급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티눈 및 굳은살에 대해 보험 계약 약관상 면책 질병에 해당하는 피부질환이라고 판시했다. 해당 보험 약관상 면책 조항으로 △주근깨 △다모 △무모 △백모증 △딸기코(주사비) △모반 △여드름 △노화현상으로 인한 탈모 등 피부질환을 규정,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티눈은 만성적으로 지속되는 과도한 기계적 비틀림이나 마찰력이 표피를 자극하게 되면 표피층의 과다한 각화 현상이 일어나 발생하는 국한성의 각질비후증이다. 과도한 기계적 비틀림이나 마찰력이 비교적 넓은 부위에 작용하면 굳은살, 국소 부위에 집중되면 티눈이 된다.
대법원은 "이 사건의 면책 규정은 위와 같은 성격의 피부질환 등에 대해 30만~40만원 상당의 질병수술비를 제한 없이 지급하는 것은 질병수술비 담보의 도입 취지에 맞지 않고, 과잉 진료와 보험 계약을 악용해 부정한 이득을 얻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 사건의 면책 규정은 그 목적과 취지를 고려해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평균적 고객의 이해가능성을 기준으로 객관적이고 획일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 질병·상해·간병 등을 보장하는 제3보험 상품이 다양하고 복잡해지면서 이 같은 분쟁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도 보험 가입자와 보험사 간 관련 민원·분쟁이 늘어나자, 소비자 유의사항을 발표하는 등 감독 강화에 나섰다.

금감원은 "보험 가입자는 약관상 보험금 지급 사유와 부지급 사유(면책사유)를 꼼꼼히 살펴 보험금 청구 시 불이익이 없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며 "수술 보험금은 약관에서 정하는 수술의 정의에 해당하지 않으면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성원기자 son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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