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오늘의 DT인] "날 뛰게 하는건 후세대에 대한 부채감… AI시대 SW 위상 바로 세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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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희 한국SW산업협회장 겸 유라클 회장
아내 덕에 대학 총학생회장들과 친분 쌓으며 세상 다양함 느껴
반도체·배터리 잘 나가지만 SW 근로자 대우 못 받아 부끄러워
협회 정회원사 3000여곳… AI 플랫폼 응용 서비스 활성화 시급
[오늘의 DT인] "날 뛰게 하는건 후세대에 대한 부채감… AI시대 SW 위상 바로 세울것"
조준희 회장



"탄자니아 잔지바르 공항입니다. 곧 출발해서 두바이를 거쳐 귀국합니다. 가자마자 평양물냉면과 빈대떡을 먹고 싶네요!"

조준희(55·사진) 한국SW(소프트웨어)산업협회 회장 겸 유라클 회장이 최근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이다. 조 회장은 두바이 기업가의 초청으로 탄자니아를 방문해 현지 기업가들과 협력 기회를 모색한 경험을 공유하며 "산업 보국을 위해 더 정진하겠다"고 썼다.

한달 전인 1월 초에는 "조금 늦게 CES에 참관하러 간다"며 인천공항에서 글을 올렸다. 그로부터 한달 전인 작년 12월 초에는 라스베이거스 AWS(아마존웹서비스) 연례행사 '리인벤트'에 가서 국내 SaaS(서비스형 SW) 기업의 해외 진출방안을 논의했다.

조 회장은 스케줄 많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일정을 소화하며 맹렬히 활동하고 있다. 작년에만 11번 해외를 다녀왔다. 이력에 따라붙는 직함도 여러 줄이다. SW협회장과 유라클 회장을 제외하고도 대한폴로연맹 회장, 대통령 직속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글로벌DPG얼라이언스 의장,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부회장, 한국공학한림원 회원,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민간위원을 맡고 있다. 누가 보면 '자리 욕심 꽤나 있나 보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름만 걸어놓은 게 아니라 하나하나의 활동에 진심이고 열심이다.

그는 2021년 2월 SW산업협회장이 되자마자 자신이 2001년 창업한 모바일 솔루션 기업 유라클의 경영을 오래 호흡 맞춘 전문 경영인과 함께 하는 체계로 바꿨다. 그러곤 입에서 단내 나도록 쉼 없이 달리고 있다. SW산업을 챙기는 중간중간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와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현장 활동을 부지런히 챙긴다. 서울 송파구 협회 근처 한 식당에서 만난 조 회장은 "더 열심히 일하기 위해 연초부터 좋아하는 술도 끊으려 노력 중"이라면서 "무알콜 맥주, 무알콜 와인을 구해서 분위기를 살리며 함께 마신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SNS에 종종 '한번도 타협하지 않고 자존심을 지키며 꿈 꾸던 삶을 살게 돼서 감사하다'는 글을 올린다. "CEO라면 사업을 하면서 무릎도 꿇고 타협도 해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묻자 "타협하면서 이룬 것은 이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빨리 가려면 그렇게 해야 되겠지만 그 기억이 나를 괴롭히거나 지배한다면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답이 돌아왔다.

대전에서 유복하게 자란 조 회장은 특유의 친화력과 리더십, 세상의 이슈를 넓게 바라보는 시각을 가졌다. 그 배경에는 중학교 졸업 후 만나 결혼에 이른 부인의 영향이 컸다. 조 회장은 "아내가 대학생 때 학생운동을 열심히 하는 바람에 주요 대학 총학생회장들과 형, 동생 하며 친분을 쌓았다. 그들을 통해 세상의 다양한 면을 보게 됐다"고 했다. 여자친구를 보기 위해 그들과 만나 매일 술잔을 기울이다 보니 총학생회장들이 친한 형, 동생이 됐다. 각 학교를 이끄는 총학생회장들을 동생으로 두니 자연스럽게 네트워크와 리더십이 커졌다. 사회에 대한 관심이 지금 SW산업협회장으로 활동하는 계기가 됐다.

그는 비상근으로 일하던 전임 회장들과 달리 주 이틀 협회로 출근한다. 출근하지 않는 날도 협회 관련 일정이 많다. 회장을 맡은 후 SaaS, AI(인공지능),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제도 등 산업 관련 주요 이슈를 직접 챙기고, 기업들을 참여시켜 협의회를 만들었다. 그가 맡은 후 협회의 위상과 역할, 규모가 크게 성장했다.

그는 협회장을 맡은 이유를 '부채 의식'이라고 설명했다. "우리가 반도체, 배터리 등 다 잘 나가잖아요. 그런데 근로자들이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는 산업이 SW예요. 미국의 70%밖에 못 받죠. 기업 가치는 미국의 10분의 1이에요.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부끄러운 일이죠. 전임 회장이나 다른 협회 회장들이 바쁜 데 봉사한다고 생각하는데 제 생각은 달라요. AI 시대에 SW의 가치를 제대로 받도록 만들어야죠. 그런 부채의식 때문에 열심히 하는 겁니다."

정부 위원회, 자문회의 등의 활동을 통해 SW 산업의 중요성과 문제점을 이해시키는 노력을 펼친다. "과거에는 '이러면 우리 다 죽는다'는 식으로 떼를 썼는데, 그런 식으로는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협회 정회원사는 3000곳이 넘었고, 임원사는 종전에 50여 곳에서 90여 곳으로 늘었다. SaaS협의회, 초거대AI협의회 등 산업 변화를 다루는 협의체를 만들어 정부와 소통하니 기업들의 참여가 자연스럽게 늘었다. 그가 요즘 꽂혀있는 키워드는 AI와 SaaS다. 특히 AI는 응용에서 승부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우리나라가 초거대 AI 플랫폼을 보유한 글로벌 5~6개국 중 하나라는 것만으로도 대단하지만 더 큰 가치는 이를 기회로 기업이 커지고 고용이 늘어나는 거라고 봅니다. 이를 위해선 응용 서비스가 활성화돼야죠. 클라우드가 2~3개 회사로 평정되듯이 AI 기반기술은 2~3개 기업 중심으로 정리되고, 결국 응용서비스가 폭발적으로 커질 것입니다. 우리가 집중해야 할 분야지요."

이는 서비스 형태의 SW인 SaaS와도 연결된다. SaaS를 통해 SW산업의 방식을 바꾸고 이를 무기로 수출시장에 나가야 한다는 게 그의 신념이다. 클라우드의 부상으로 기업들이 자체 해외 조직을 두지 않고도 SW를 수출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지금까지는 주로 정부에 대가를 더 달라는 얘기를 했지만 이제 우리 스스로 수출산업이자 거대한 변혁의 주인공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작년 12월 24일로 창립 23년을 맞은 유라클은 성장일로다. 관계사까지 포함하면 연매출이 500억원에 달한다. 주식시장 상장도 준비하고 있다. 회사를 이끄는 권태일 대표는 창업 당시 대리로 출발해 24년간 호흡을 맞춰온 사이다. 유라클은 증권서비스 플랫폼 '모바일로'를 시작으로 모바일 금융·증권 솔루션, 블록체인 미들웨어, 클라우드 기반 모바일 프레임워크 등 대부분의 솔루션을 국내 최초로 내놓으며 성장해 왔다. 창업 당시부터의 목표는 30년 안에 국내 30대 기업이 되겠다는 것이다. 회사의 성장과 SW산업의 발전을 함께 이루겠다는 각오다.

"유라클과 SW산업, 협회가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본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습니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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