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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발니 부인, 전면 등판…러시아 反푸틴 세력 새 구심점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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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갑작스런 죽음에 막후 지원군에서 투사로…"계속 싸울 것"
정치에 뜻 없었지만…"모든 결정 관여", 독살 테러 당시 기지 빛나기도
나발니 죽음에 뭉치는 서방…삐걱대던 단일대오 강화
러시아 반정부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47)의 석연찮은 죽음 이후 그의 부인 율리아 나발나야가 남편의 유지를 이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맞서겠다고 선언했다.

나발나야는 19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올린 동영상을 통해 "알렉세이는 푸틴에 의해 살해됐다"며 "나는 알렉세이가 하던 일을 계속할 것이며 우리나라를 위해 계속 싸울 것"이라고 선언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나발나야는 1976년 모스크바에서 태어났다. 과학자 부친과 경공업 관련 부처에서 일하는 모친 사이에서 성장해 플레하노프 경제대학에서 국제관계를 공부한 뒤 은행에서 일했다. 그 뒤 1998년 튀르키예에서 휴가를 보내던 중 나발니를 만나 2000년 결혼해 슬하에 두 자녀를 뒀다. 자녀의 양육에 전념하며 전업주부로 지내던 나발나야는 애초에 정치 참여에는 뜻을 두지 않았다고 나발니의 측근들은 전했다.

실제 나발나야는 과거 한 인터뷰에서 "나는 유명한 변호사나 야당 지도자와 결혼한 것이 아니라, 알렉세이라는 청년과 결혼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발니의 정치 여정 곳곳에서 나발나야는 남편의 커다란 조력자였다고 한다. 무명의 반부패 운동가로 시작해 2013년 모스크바 시장에 도전하고, 2018년 대선 출마를 시도하면서 푸틴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존재감을 키워가는 과정에 반려자 나발나야가 늘 함께했다는 것이다. 특히 2020년 나발니가 비행기에서 독살 테러를 당했을 당시 나발나야의 기지가 빛났다고 측근들은 전했다. 당시 나발니는 시베리아 도시 옴스크에서 모스크바로 이동하던 중 기내에서 독극물 중독 증세를 보이며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진 뒤 옴스크 병원으로 치료를 받았다. 그때 나발니를 독일 병원으로 옮겨 회복하도록 추진한 사람이 나발나야였다.

그는 옴스크 병원으로 카메라팀을 데려가 의사들을 압박하는 동시에 푸틴 대통령에게 남편을 풀어달라고 직접 호소했고, 결국 나발니는 독일 베를린의 병원으로 이송돼 회복할 수 있었다. 또한 2014년 나발니의 가택연금 당시 집의 인터넷이 끊기자 나발나야가 직접 '메신저' 역할을 하며 나발니의 활동을 도운 것으로 전해졌다.

나발니 가족과 가까운 세르게이 구리예프 파리정치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나발나야는 정서적 안정감뿐 아니라 모든 정치적 결정에 관여하며 나발니를 지원했고, 나발니는 그녀의 조언에 늘 기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나발나야는 정치인과 함께 살면서 그 일이 얼마나 위험하고 어려운 일인지 알고 있었다"며 "하지만 이번에는 그녀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나발니 죽음에 서방이 일제히 러시아를 향해 손가락질하면서 뭉치고 있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오는 24일로 만 2년이 되는 가운데, 최근 전선이 교착되고 전쟁에 대한 피로감이 쌓이자 유럽과 서방은 전쟁 초반 때와는 달리 우크라이나의 지원에 주춤한 모습을 보여왔다. 하지만 전쟁 발발 2주년을 코앞에 두고 나발니의 급작스러운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서방은 러시아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한 목소리로 맹비난하면서 흐트러졌던 단일대오를 재정비하려는 듯한 모양새다.

유럽 주요국에서는 19일(현지시간)에도 자국 주재 러시아 대사의 초치 행렬이 이어졌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스테판 세주르네 프랑스 외교부 장관은 이날 방문지인 아르헨티나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이 다시 한번 민낯을 드러냈다"며 프랑스 주재 러시아 대사의 초치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앞서 영국과 독일, 스페인 등도 자국 주재 러시아 대사를 외교부로 불러들여 나발니의 죽음에 항의하고 정확한 진상 조사를 촉구했다. 노르웨이 외교부도 이날 성명을 내고 나발니의 죽음을 논의하기 위해 자국 주재 러시아 대사를 곧 초치할 것이라며 "러시아 당국에 이번 죽음에 대한 책임과 투명한 조사의 중요성에 대한 노르웨이의 의견을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와 긴 국경을 맞대고 있는 핀란드도 러시아 대사 초치에 가세했다. 핀란드 외교부는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헬싱키 주재 러시아 대사를 초치한 것을 확인하면서 러시아에는 "모든 정치범을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토비아스 발스트룀 스웨덴 외교장관도 이날 성명을 내고 나발니의 죽음에 항의하기 위해 러시아 대사를 불러들인 사실을 공개하면서 유럽연합(EU)이 러시아를 상대로 추가 제재를 고려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러시아 고위 관료들의 부정부패를 폭로하고 정부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해오던 나발니는 지난 16일 북극권의 한파 등 극한 환경으로 악명이 높은 시베리아 교도소에서 급작스럽게 사망했다. 나발니의 측근과 서방은 피살 의혹을 제기하며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부에 책임을 묻고 있지만 푸틴 대통령은 침묵으로 일관 중이다.

러시아 당국은 아직 그의 시신조차 유족에게 보여주지 않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나발니의 갑작스러운 사망과 관련해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나발니 사망에 따른 대러시아 추가 제재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이미 제재를 하고 있지만 추가 제재를 검토 중"이라고 확인했다. 강현철기자 hckang@dt.co.kr





나발니 부인, 전면 등판…러시아 反푸틴 세력 새 구심점 되나
유럽연합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한 율리아 나발나야[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나발니 부인, 전면 등판…러시아 反푸틴 세력 새 구심점 되나
지난 18일 독일 베를린의 러시아 대사관 앞에서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안드레이 나발니의 사망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그의 사진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4.2.19 (베를린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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