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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도 속을 살인계획`…`해킹·음성변조·문서위조` 총동원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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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서 양아들 같은 직원이 사장 부부 계획살인
휴대폰에 해킹앱 설치 후 8개월 간 기다려 범행
펜타닐로 독살하고 몰래 설치한 폰으로 지켜봐
이상하게 생각한 경찰이 휴대폰 감식해 드러나
`귀신도 속을 살인계획`…`해킹·음성변조·문서위조` 총동원 [SNS&]
아들 같이 아끼던 직원에게 죽음을 당한 노부부. 사진=데일리메일

계획부터 실행까지 한치의 빈틈도 없었다. 서두르지도 않았다. 휴대전화에 해킹앱을 설치하고도 8개월간 활성화하지 않은 채 기다렸다. 그 사이에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희생자들의 마음을 사고 마치 양아들 같은 관계로 발전시켰다. 계획을 실행으로 옮긴 후에는 희생자들의 유언장을 신속하게 위조해 그들의 재산을 가로채려 했다. 영국에서 자신이 일하던 회사의 부부 경영자를 독살한 한 IT 직원이 경찰에 붙잡혔다. 치밀한 기법부터 속임수까지 밝혀지면서 소셜미디어(SNS)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15일(현지시간) 백만장자 부부를 펜타닐로 독살한 혐의로 기소된 IT기술자가 재판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자신과 친분이 두텁던 부유한 부부를 독살하고 그들의 유언장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위조한 혐의로 기소된 이 피의자는 휴대전화에 설치한 몰래카메라 앱으로 부부의 죽음을 지켜봤다고 법원 측이 밝혔다.

스티븐 백스터(61)씨와 그의 아내 캐럴(64세)씨는 영국 에식스주 웨스트 머시의 자택에서 지난해 4월 사망했다. 그런데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은 그들과 친분이 깊었던 루크 드윗(33)의 휴대전화 앱에서 두 사람이 쓰러져 숨져 있는 모습이 담긴 이미지를 발견했다. 또 이웃집에 설치된 CCTV 영상에는 피의자가 사망 당일 부부의 집 밖에서 휴대전화로 뭔가를 확인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귀신도 속을 살인계획`…`해킹·음성변조·문서위조` 총동원 [SNS&]
사건이 일어난 날 저녁 피해자 부부의 집을 나오는 피의자. 사진=데일리메일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는 사람들이 아기나 동물을 지켜보는 용도로 자주 사용하는 홈 시큐리티 앱을 휴대전화 두 대에 설치했다. 그 중 한 대는 피해자 부부 집에 몰래 설치하고, 다른 한 대는 그 집에서 찍은 사진을 받을 수 있도록 자신이 갖고 있었다. 이 앱은 2022년 8월 6일 휴대전화 한 대에 설치됐고, 지난해 4월 7일 오후 4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인증번호를 통해 활성화됐다. 약 한 시간 후인 같은 날 오후 5시가 조금 넘어 두 번째 휴대전화에도 앱을 다운로드하고 인증했다. 이 앱을 이용하면 작은 움직임만 있어도 동영상이 촬영된다.

그런데 피의자가 갖고 있던 휴대전화에서 작년 4월 7일 오후 의자에 앉은 채 얼굴이 검게 변한 부부의 모습이 담긴 6개의 이미지가 발견됐다. 이웃집의 CCTV에는 피의자가 이날 피해자들이 의식을 거의 잃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간에 피해자 부부의 집을 향해 걸어가는 모습이 찍혔다.

부부의 시신은 이틀 후 그들의 딸이 전화를 받지 않는 부모님의 집을 찾아가서야 발견됐다. 검찰이 촬영 이미지를 분석한 결과 이틀 동안 부부는 움직이지 않았다. 법원은 사망 후 백스터 부인의 심장 박동기를 심장 전문의에게 보내 분석했는데, 평소 24시간 동안 300분 정도 움직였던 백스터 부인은 이날 오후 4시 51분부터 다음날 늦은 오후까지 총 2분 움직인 게 다였다. 이를 토대로 심장 전문의는 그녀가 4월 8일 오전 11시에서 오후 2시 사이에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을 내렸다. 피의자가 집을 방문했을 때 이미 혼수상태에 빠졌을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귀신도 속을 살인계획`…`해킹·음성변조·문서위조` 총동원 [SNS&]
백스터 부부 살인 혐의를 받는 루크 드윗. 사진=데일리메일

부부의 사업체에서 IT 담당자로 일했던 피의자는 4월 7일 7시 45분에 부부의 집을 나서는 모습이 초인종 카메라에 촬영됐다. 이후에는 그 집으로 들어가는 사람이 없었다. 법원은 피의자가 자신의 휴대전화에 이 집 초인종 카메라 앱도 설치해서 피해자 부부의 시신이 발견되기 약 4시간 전에 앱에 접속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시신이 발견된 후, 경찰은 백스터 부인의 휴대전화가 사건이 일어난 이틀 후인 4월 9일 저녁 피의자의 집에 있는 와이파이 공유기와 연결된 것을 발견했다. 다음날 확인한 결과 피의자가 피해자의 휴대전화 앱에 접근해 초인종 카메라에 찍힌 영상을 다운로드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이후 5월 31일과 6월 26일에 초인종 카메라 동영상을 삭제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인터넷 검색을 하기도 했다.

검찰은 피의자가 피해자 부부를 펜타닐로 독살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가 백스터 부인이 앓고 있는 갑상선질환 환자를 위한 가짜 온라인 지원 단체를 만들고, 음성변조 프로그램을 이용해 마치 의사인 양 백스터 부인에게 치료에 대한 조언을 하는 등 치밀한 속임수와 조작을 이어갔음을 밝혀냈다.

`귀신도 속을 살인계획`…`해킹·음성변조·문서위조` 총동원 [SNS&]
휴대전화로 위조한 것으로 보이는 유언장. 사진=데일리메일

조언에는 가족과의 접촉을 제한하는 것도 포함됐다. 그는 또 연극 프로듀서인 제니라는 가상의 여성을 만들어 부부의 딸이자 가수 지망생인 엘리에게 연락해 공연 계약을 제안하기도 했다고 한다. 재판부는 피의자가 피해자 부부의 딸에게 전화를 걸기 전 리허설에서 여성의 목소리를 흉내 내서 음성 녹음을 한 파일을 확보했다.

검찰은 배심원들에게 "완벽하게 속이기 위해 실시간 통화 중에 목소리를 변조하는 방법을 웹에서 검색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피의자는 백스터 부인을 위한 약초 음료도 만들어 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에 체포됐을 당시 피의자는 일부 봉지가 개봉된 펜타닐을 가지고 있었다. 희생자 부부의 집에서도 같은 종류의 봉지가 발견됐다. 피의자는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감기약에 사용되는 항히스타민제인 프로메타진(promethazine)이 든 캡슐도 갖고 있었다. 캡슐에는 일반적인 처방량의 4배에 달하는 양이 담겨 있었다. 이 약물은 펜타닐과 함께 백스터 부인의 혈액에서 치명적인 농도가 발견됐고 이것이 사망 원인으로 확인됐다. 피의자가 자신의 집에서 도구를 이용해 정제를 갈아서 캡슐에 넣은 증거도 발견됐다.

경찰은 또한 부부가 숨진 채 발견된 다음 날 피의자가 자신의 휴대전화를 사용해 그들의 유언장을 위조해, 그가 회사를 이끌도록 유언을 바꿨다고 밝혔다. 피의자의 집을 수색했을 때 백스터 부인의 보석도 발견됐다. 피의자는 살인, 절도, A급 마약 소지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며 재판은 계속 진행 중이라고 데일리메일은 전했다. 김영욱기자 wook95@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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