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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걸 칼럼] 무수오지심 비인야<無羞惡之心 非人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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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홍성걸 칼럼] 무수오지심 비인야<無羞惡之心 非人也>
염치란 '체면을 차릴 줄 알고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을 뜻한다. 선거를 앞두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이 정치판에 뻔뻔한 얼굴을 내밀고 있다. 동방예의지국이라는 우리나라가 언제부터 이처럼 염치없는 나라가 되었나. 4.10 총선을 앞두고 파렴치한 사람들이 너나없이 출사표를 내는 것을 보니 절로 한숨만 나온다.

이재명 대표는 제 형과 형수에게 사람으로서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쌍욕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은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성남 시장과 경기도 지사를 지냈고, 당시의 행위로 지방자치단체장들에게 가장 흔한 범죄인 인허가와 관련한 배임과 횡령 의혹으로 7~8건이 수사 중이거나 기소되어 재판 중이다. 별정직 공무원을 고용해 부인의 수행비서까지 시키면서 각종 식사 대금 등을 결재하는 등 도민의 세금을 물 쓰듯 썼다.

그것도 모자라 경기도 지사 시절에 샴푸와 샌드위치, 고기 등을 법인카드를 사용해 탈법적 방식으로 결재했다. 최근엔 집에서 먹는 과일 구입에 쓴 법인카드의 누적 액수만도 1000만 원에 달했다고 한다. 집에서 새는 바가지가 나가도 샌다고, 경기도 지사 때만 이런 일이 있었을까 의구심이 들 정도다.

대장동 사건의 재판이 진행되는 가운데 백현동 사건의 첫 판결이 나왔다. 1심 판결에서 재판부는 이재명·정진상을 상대로 한 알선·청탁을 인정해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 대표에게 징역 5년에 추징금 63억5000여만 원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이재명 대표와 정진상이 김인섭과 특수관계였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이 대표는 '백현동 특혜개발사건'에 배임 혐의로 기소되어 있다. 자신이 직접 관련되고 심지어 기소되어 재판까지 받는 사건의 1심 판결에서 자신의 유죄 가능성이 제기되었는데도 아무런 입장 표명이 없다는 것은 공인으로서는 물론이고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지난 2월 8일, 항소심에서 자녀의 입시 비리, 딸 장학금 수수의 청탁금지법 위반, 유재수 감찰무마 관련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3가지 모두 유죄가 인정되어 징역 2년과 추징금 600만 원을 선고받은 조국 전 법무장관은 검찰독재 청산을 내세우며 정치 참여를 선언했다. 정치 참여야 개인의 권리이니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2년의 실형 선고를 받고 법정구속만 간신히 면한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고자 한다면 유죄판결에 최소한 사과의 변이라도 있어야 할 텐데 아무 말도 없다.


지금까지 기소된 모든 사건에 대해 조국은 어떤 잘못도 인정한 적이 없고, 사과도 없었다. 자신은 항상 옳고 이를 기소한 검찰과 그 기소를 인정해 유죄로 판결한 재판부가 잘못이란다. 억울하다는 생각에 유죄를 인정하기 어려울 수는 있다. 그러나 검찰은 몰라도 1심에 이어 2심 재판부까지 유죄로 인정한 이유가 무엇인가를 한 번이라도 생각해볼 수는 없었을까.
그동안 법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한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영향력에 있었다. 대법원장이 바뀐지 얼마되지 않아 정치적 판결이라고 비난할 수도 없는 일이다. 더욱이 입시 비리 관련 인턴증명서를 써준 최강욱 전 의원은 김명수 대법원에 의해 유죄가 확정되어 의원직까지 잃었다. 그런데도 자신의 유죄를 인정하기는커녕 납득조차 하지 못하는 조국은 스스로 법 위에 존재하는가, 아니면 치외법권이라도 있다고 믿는 것인가.

사람은 누구나 생김새가 다른 것처럼 생각도 다를 수 있다. 그래도 같은 공동체의 일원으로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기본적으로 공통의 예의와 염치를 공유해야 한다. 이재명과 조국의 행위에 대해 서로 다른 생각을 할 수는 있지만 최소한 객관적으로 드러난 사실은 인정하고 부끄러움을 알아야 한다.

맹자는 수오지심(羞惡之心)은 의지단야(義之端也)며, '무수오지심 비인야'(無羞惡之心 非人也)라 했다. 자신의 잘못을 부끄러워하고 남의 잘못을 미워하는 마음은 세상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본이며, 이를 모르면 사람이 아니라는 뜻이다. 국회의원으로서 나라를 이끌어가겠다는 사람들이 자신의 잘못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그들의 잘못을 미워하지 않는 지지자들은 옳고 그름을 판단할 최소한의 기본조차 갖추지 못한 비인(非人)들이다. 그런 '무수오지심' 자들에 의해 이 나라의 민주주의가 죽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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