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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자산운용사 베팅이 부른 `IPO 거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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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가 희망범위 초과 비일비재
NH투자證 주관 HB인베도 근접
작년 파두 실제매출 턱없이 낮아
주가 급등락 투자자 피해 불보듯
올 들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확정 공모가가 업체의 희망 공모가격 범위(밴드)를 넘어서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운용사가 IPO를 주관하는 증권사로부터 공모 물량을 더 많이 배정 받기 위해 수요예측 기간 동안 치열한 공모주 확보 경쟁을 벌인 결과다.

이같은 과열 경쟁은 '몸값 거품'(기업 가치의 지나친 고평가)을 낳고 결국 일반 투자자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증시를 뒤흔든 데이터센터용 반도체 설계업체 '파두 사태'가 대표적이다. 파두는 IPO 흥행 소식에 투자자가 몰려 상장 초기에 주가가 급등했지만 기대에 못 미친 실적으로 이내 폭락해 논란이 일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상장한 우진엔텍, HB인베스트먼트, 포스뱅크, 현대힘스 등의 확정 공모가가 수요예측에서 모두 공모가 희망밴드 상단을 초과했다.

이들 업체 가운데 HB인베스트먼트와 포스뱅크의 주가는 상장 초반에 치솟았다가 순식간에 가라앉아 최근 공모가에 근접했다.

HB인베스트먼트의 종가는 이날 3650원이다. 상장 첫 날(1월 25일) 장중 1만1400원까지 올랐지만 공모가(3400원) 근처까지 빠진 것이다. 포스뱅크 역시 상장 당일(1월29일)에 5만6300원까지 치솟았지만, 10거래일 동안 내리 하락해 이날 2만25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공모가는 1만8000원이다.

주가 하락률이 가장 높은 HB인베스트먼트의 주관사는 NH투자증권이다. NH투자증권은 HB인베스트먼트의 희망 밴드인 2400~2800원을 넘어선 3400원을 확정 공모가로 제시했다. 기업가치 산정기준은 주가수익비율(PER)이었다. 인수금액이 높게 책정되면서 덩달아 수수료도 커졌다. NH투자증권의 주관 대가(인수대가)는 약 7억원이었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파두'의 IPO를 주관하면서 진통을 겪었다. 파두는 작년 8월, 1조원 넘는 몸값으로 코스닥에 입성했다. '핑크빛' 연간 매출 전망치(2023년 1203억원)에 힘입어 높은 몸값을 책정받았지만, 실제 매출은 2분기 5900만원, 3분기 3억2000만원으로 터무니없게 낮았다. 당시 37억원의 인수대가를 받았던 NH투자증권의 주관 과정에 대해, 시장에서는 지표를 숨긴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IB업계 관계자 A씨는 "운용사들의 물량 배정 경쟁이 결국 공모가 고평가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최근 운용사 등이 '트렌트'처럼 공모가를 띄우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운용사들은 수요예측 과정에서 공모주를 더 많이 받기 위해 공모가액을 경쟁적으로 높게 써내고 있다. 수요예측 기간이 2~5일 늘어난 것도 과열 경쟁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운용사는 빨리 참여할수록 가점을 더 받고, 가점이 높으면 공모주를 더 많이 배정받는 구조 탓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HB인베스트먼트의 경우 업계 상황을 감안하면 PER가 높게 책정되기 어렵다. 하지만 희망밴드를 넘어섰다. 기업가치가 보수적으로 책정되지 않은 것 같다"면서 "파두 사태를 겪고 난 후 금융감독원에서도 이를 들여다본다고 했는데, 주관사들이 발행사의 가치를 정밀하게 따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경렬기자 iam10@dt.co.kr

[기획] 자산운용사 베팅이 부른 `IPO 거품`
<한국거래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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