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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의대 증원` 尹정부 총선 명운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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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사단체 정면충돌 예고
의협 前회장 "정부, 의사 못이겨"
15일부터 전국 곳곳서 궐기대회
대통령실 "명분없다" 강경 대응
정부와 의사단체가 정면충돌로 치닫고 있다. 의사단체는 집단행동을 통해 정부의 양보를 얻어내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의과대학 정원 2000명 확대를 발표한 정부는 "여기서 밀리면 끝장"이라며 배수진을 친 상태다. 특히 연금 노동 교육 등 3대 개혁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여기서 밀리면 총선에 치명적이라는 인식이 여권내 팽배하다. 비교적 국민적 공감대가 큰 이 문제에서 3대 개혁의 실마리를 찾겠다는 의지도 강하다. 강대강 충돌이 예상되는 이유다.

의료계 현장의 분위기는 강경하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의대 증원 발표 후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글에서 "(정부가) 의사들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것 자체가 어이없을 정도로 어리석은 발상이다. 문제는 그 재앙적 결과가 국민의 몫이라는 점이다. 재앙은 시작됐다"고 말했다. 국민의 엄청난 피해가 예상되지만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에 나서며 "더 이상 의사들을 범죄자 소탕하듯이 강력하고 단호하게 처벌하려 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면서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우리 모두 응급의료 현장을 떠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의협은 지난 7일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비대위 전환 방침을 정하면서 "정부가 싫증 난 개 주인처럼 목줄을 내던지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비난했다. 주수호 전 의협 회장은 SNS에 "의사 알기를 정부 노예로 아는 정부"라고 공격했다.

의협은 연휴가 끝난 후 본격적인 집단행동을 예고했다. 15일 전국 곳곳에서 궐기대회를 열기로 했다. 일부 의사들은 궐기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단축 진료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17일에는 서울에서 전국 의사대표자회의를 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집단행동을 이끌 비대위원장은 김택우 강원도의사회장이 맡았다.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상급종합병원 전공의들은 자체 설문조사를 통해 집단행동에 참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전공의들까지 가세하면 중환자실과 응급실 등 의료 현장에서 진료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의료계 내에 반대 목소리만 있는 건 아니다. 의사를 비롯한 보건의료인 단체인 더좋은보건의료연대는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에 응원과 지지를 보낸다"고 밝혔다. 차기 의협 회장 출마를 선언한 정운용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부산·경남 지부 대표도 의대 증원에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또 대정부 투쟁을 하더라도 총파업이 아닌 여론전을 펴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집단행동 움직임에 '엄정 대응' 카드를 꺼내 들었다. 대통령실은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명분이 없다"고 못박았고, 보건복지부는 의대 증원 규모 발표 전부터 파업 돌입 즉시 업무복귀 명령을 내리고 따르지 않는 경우 징계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또 의협이 집단행동 방침을 밝힌 후 의료법에 근거해 보건의료 위기 단계를 '경계'로 상향하고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설치해 의협 집행부에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를 명령했다. 의료법 59조에 따르면 복지부 장관과 시도지사는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의료기관 개설자가 집단 휴업·폐업해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이유가 있으면 '업무개시'를 명령할 수 있다. 전공의 교육을 담당하는 수련병원에는 '집단 사직서 수리 금지'도 명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의대 정원 증원은 오래 전부터 논의했음에도 불구하고 한 걸음도 전진하지 못했다. 정책실행 타이밍을 여러 이유로 놓쳤고, 지금은 제 생각에는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지 않았나 생각한다"면서 "의대 정원을 늘리자는 논의는 정권 차원을 떠나 지속적으로 이뤄져 왔고, 의사들도 대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명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등 의료진 부족 징후가 여러 차례 나타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는 게 대통령실의 인식이다. 국민의힘 역시 정광재 대변인 논평에서 "그동안 의사 단체는 의대 증원을 추진할 때마다 파업을 무기로 반대해 왔고, 이는 현재 의사 부족과 필수·지역의료 공백이라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의사협회가 또다시 파업으로 응수한다면 '밥그릇 지키기' '국민 건강을 볼모로 한 투쟁'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지지부진한 3대 개혁에 이어 의료 개혁까지 물러설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정부·여당이 모두 강경 기조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11일 복지부 공식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에 '전공의들께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전공의 여러분께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그러나 존경과 감사, 격려만으로는 체제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정부 정책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이어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의대 정원 확대는 해묵은 보건의료 문제를 풀어나가고, 전공의들이 과중한 업무 때문에 오히려 수련에 집중하지 못하는 체계를 개선해 수련 기간 역량과 자질을 더 잘 갈고닦을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라며 "생명을 살리는 일은 항상 어려울 수밖에 없지만, 적어도 더 많은 사람이 그 일에 함께해 부담이 줄어들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간 의료민영화와 공공의대 신설 등 의료 관련 개혁정책은 의사단체의 반대에 막혀 번번이 무산됐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그동안은 의대 정원 증원을 둘러싸고 정부와 의료계와의 갈등이 커 조율이 어려웠지만, 지금은 국민들이 의료진 부족을 다 느끼고 있는 시점이라 정부에 조금 더 명분이 있고, 더 강경한 대응을 보일 수 있다"면서 "의대 정원을 하루 아침에 2000명까지 늘리는 것은 의대 인프라도 그렇고 쉽지 않지만, 순차적으로는 그런 수준으로 가게 될 수밖에 없다. 필요의료 수가 조정 등 정부가 가진 여러 선택지를 활용해 의료계와 충분히 협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민성·김미경기자 k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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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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