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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실의 서가] 다문화 시대를 받아들이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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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라 벤하비브
정채연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
[논설실의 서가] 다문화 시대를 받아들이는 방식
2023년 말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현재 대한민국에 체류 중인 외국인 수는 250만명을 넘어선다. 총 인구 수의 4.89%다. 한국의 저출산 추세를 고려하면 그 비율은 앞으로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선 한 나라의 외국인 비율이 5%를 넘는 사회를 '다문화 사회'로 정의하고 있다. 단일민족·단일문화로 오랜 기간 살아온 우리는 과연 다문화 사회에 진입할 준비가 되어 있을까? 언어와 문화가 다른 이들과 더불어 살아갈 채비가 되어 있을까?

세일라 벤하비브(1950∼)는 외국인, 이주민, 난민, 망명자 등 이른바 '이방인' 문제에서 비롯하는 정치적·법적 쟁점에 천착해 온 정치철학자다. 그는 한 사회의 문화는 고정불변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인 주류·선주 집단과 '그들'인 비주류·이주 집단의 경계가 형성되고 재구성·재협상되는 과정에서 계속 달라질 수 있는 것이라고 보았다. 이런 관점을 가지고 그는 갈등과 충돌을 극복할 방법을 제시해 왔다.

책은 다문화 사회에 부합하는 문화 개념인 '비본질주의적 문화'부터, 문화 간 대화의 토대가 될 '숙의 민주적 모델'과 '민주적 반추', 난민 문제와 직결되는 '보편적 환대권'과 '국경의 다공성' 에 이르기까지 벤하비브의 사상을 구성하는 열 가지 키워드를 해설한다. 책에서 소개된 벤하비브의 다문화 연구는 우리 또한 앞으로 자주 당면할 문제를 방관하지 않고 이에 책임 있게 임하는 데 기반이 되어 줄 것이다.

벤하비브는 한나 아렌트 이후 가장 주목할 만한 여성 철학자로 평가받는 미국 학자다. 튀르키예 이스탄불 태생이자 유대인 혈통으로서, 비서구 사회 속 유대계 여성 이방인이라는 다양하고 중첩적인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현재 예일대 정치학과 명예교수이자 컬럼비아로스쿨 연구학자와 교수직을 겸하고 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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