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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DT인] `30년 외길` 바이오정책통… "`4학기 박사` 배출 힘들다고 했는데 해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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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병환 대전대 융합컨설팅학과 교수
科 개설 8년 만에 '100호 박사' 성과… 지난달 14명 추가 배출
각자 직장 다니며 산학연 협력교수로 활동… 전문서적 출간도
[오늘의 DT인] `30년 외길` 바이오정책통… "`4학기 박사` 배출 힘들다고 했는데 해냈죠"
현병환 대전대 교수

"처음에는 4학기 만에 어떻게 박사를 배출하냐고 모두들 회의적이었죠. 저 역시 말을 꺼내 놓고, 과연 가능할지 걱정되고 조마조마했죠. 그런데 뭘 하기도 전에 미리 못한다고 결정해 버리면 '어떤 일인들 할 수 있겠어'라는 각오로 했더니 과(科) 개설 8년 만에 100호 박사까지 배출했네요. (웃음)"

현병환(63·사진) 대전대 융합컨설팅학과 교수는 지난달 14명의 박사 졸업생이 논문 심사를 최종 통과함으로써 114호 박사를 배출했다. 2015년 융합컨설팅학과 신설과 함께 대전대 교수로 부임한 뒤 8년 만에 거둔 성과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30년 간 근무한 '바이오 정책통'인 현 교수는 생명연 생명공학정책센터장을 거쳐 대학교수로 변신했다. 대학에서는 '4학기 박사 배출'이라는 목표를 향해 좌고우면 하지 않고 쉼 없이 달려 왔다.

그는 "부임 이전에 정부 사업 지원을 받아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면서 대학원을 운영할 수 있었는데, 사업이 종료되면서 앞으로 과를 어떻게 운영할 지 고심 끝에 나온 게 '4학기 박사'였다"고 설명했다. '4학기 박사'는 현 교수가 과의 미래를 위한 절박함에서 꺼내 든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박사학위 프로젝트'인 셈이다.

[오늘의 DT인] `30년 외길` 바이오정책통… "`4학기 박사` 배출 힘들다고 했는데 해냈죠"
현병환 대전대 교수

현 교수는 "학과 동료 교수들에게 '4학기 박사'를 제안하자 다들 '그게 가능하겠어요'라며 고개를 갸웃했다. 모두 부정적인 반응이었다"면서 "사실 저도 '가능할까' 수 백번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 끝에 '그래 한번 해 보자'는 결론에 도달해 시작할 수 있었다"고 했다.

4학기 박사라는 목표를 이뤄내기 위해 박사 과정생들이 제대로 된 논문을 쓸 수 있도록 단계별 논문 작성법, 스킬 등을 첫 수업부터 집중적으로 가르쳤다. 학생들의 논문 작성 교육을 위해 손수 '논문 쓰기 10단계'라는 강의 교재도 만들었다.

그는 첫 수업 시간에 모든 학생들에게 졸업계획서를 작성하게 한다. 이 졸업계획서는 앞으로 2년 간 박사학위를 받기 위한 일종의 '타임라인'이다. 그 다음은 연구 주제를 정하고, 그와 관련된 논문 100편을 찾아 선행 논문과 연구 모형 등을 학습하도록 연계한다. 그런 후에 학생들이 자기 논문 주제를 정해 가설을 세우고, 이를 입증하기 위한 통계분석과 연구방법론 등을 확립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마지막 단계로 정책 제언을 통해 결론 짓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현 교수는 "우리 과의 박사과정생 평균 연령이 46세이고, 모두 20년 가까이 근무해 해당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며 "이런 점을 살려 다른 대학 박사과정과 달리 우리는 학자나 연구자가 아닌 전문가 양성에 초점을 맞춰 지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사과정은 매주 토요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속된다. 방학에도 쉴 틈이 없다. 방학 동안 스터디 모임을 운영해 선·후배들이 함께 공부하도록 하고, 방학 때 열리는 학회에서 자신이 준비한 논문을 발표해야 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방학을 이용해 기술가치평가사, 기술거래사 등 컨설팅 관련 자격증 취득에 도전해 졸업 때까지 평균 3개 이상 따야 한다.

그는 "모든 박사과정생들이 직장인인 점을 감안하면 4학기 안에 박사를 받으려면 주중에 잠을 쪼개 공부하고, 주말에는 학위 공부에 매달려야 겨우 수업을 따라갈 수 있어 한 마디로 팍팍하게 학위 일정이 2년 동안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박사과정을 마치면 전공시험과 등재 후보지 이상에 해당하는 학술지에 논문 2편 이상 또는 SCI급 저널에 논문 1편 이상을 실어야 박사논문 쓸 자격이 주어진다.

주변에선 '4학기에 제대로 된 박사학위자를 배출하겠어'라는 우려가 없지 않다. 현 교수는 이런 불식을 해소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각자 몸담고 있는 분야와 관련된 주제로 논문을 쓰도록 독려한다. 해당 분야에서 20년 넘게 근무한 전문성을 토대로 학위 주제를 정하면 남들보다 현장에 기반해 깊이 있는 논문을 남보다 빠르게 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오늘의 DT인] `30년 외길` 바이오정책통… "`4학기 박사` 배출 힘들다고 했는데 해냈죠"
현병환 대전대 교수

현 교수는 2015년 박사과정생 10명을 처음 받은 이후, 정확히 2년 후인 2017년 4명의 박사를 졸업시키는 결과를 냈다. 지금까지 박사과정생의 80%가 2년 안에 졸업했고, 매년 평균 14∼15명의 박사를 배출하고 있다. 100명의 졸업생 중 41명은 각자의 직장을 다니면서 산학연 협력교수로 활동하며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 중 20명은 해당 분야에서 학문적 역량을 인정받아 전문서적을 출간하기도 했다.

현 교수는 "처음으로 4명의 박사학위자를 배출했을 때 너무나도 감격스러웠고, 40이 넘는 나이에 직장을 다니면서 힘든 과정을 묵묵히 따라와 준 제자들을 보면서 참으로 훌륭하고 존경스럽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며 환하게 웃었다.

'4학기 박사'가 현실화되자 입소문을 타고 융합컨설팅학과 석·박사 과정생의 입학이 늘었고 경쟁률도 덩달아 높아졌다. 대전대 전체 박사과정생 10명 중 4명이 융합컨설팅학과가 차지할 정도로 대학 내 위상이 커졌다. 올해 전기 박사 신입생으로 20명이 입학할 예정이다. 학생들의 지역은 대전 이외 서울, 청주, 세종, 광주, 전주, 원주 등 전국구로 넓혀졌다. 현 교수는 100호 박사 탄생을 제자들과 자축하기 위해 다음달 22일 '홈 커밍 데이'를 열 예정이다.

현 교수는 이들에게 박사가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강조한다. 그 스스로도 2년 남은 정년과 그 이후 특임교수 활동을 통해 '200호 박사' 배출을 목표로 더욱 정진하고 있다.

그는 "제자들에게 80살까지 해당 분야 전문가로 활동하면서 국가에 세금을 내는 당당한 일원이 되자고 의지를 다진다"면서 "무엇을 하기 전에 '할 수 있을까, 없을까'를 고민하다 보면 머리가 복잡해져 제대로 할 수 없다. 우리 학생들은 '볼을 차기 전에 생각하지 말고, 볼 차면서 생각하자'를 학과 모토로 정해 실천하고 있다"고 했다.

글·사진=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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