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신체와 건전한 정신을 기르기 위한 장이 돼야 할 청소년올림픽에서 콘돔을 나눠주는 것은 올림픽 정신을 훼손하는 행위다."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선수들에게 콘돔을 무료로 지급하자 학부모 단체가 강하게 반발했다.
24일 스포츠계에 따르면 조직위 의무팀은 최근 콘돔 3000개를 확보해 선수촌과 의무실에 비치했다. 강릉원주대 선수촌에 2500개, 정선 하이원 선수촌 의무실에 500개를 뒀다. 선수들은 언제든 무료로 이 콘돔을 가져갈 수 있다.
이와 관련 전국학부모단체연합은 "건강한 신체와 건전한 정신을 기르기 위한 장이 돼야 할 청소년올림픽에서 콘돔을 나눠주는 것은 올림픽 정신을 훼손하는 행위"라는 내용의 성명을 지난 23일 발표했다.
이들은 "성병은 국대를 가리지 않고, 콘돔은 접촉성 성병을 예방하지 못한다"면서 "엄마들은 한순간의 쾌락을 즐기고자 성관계 유혹에 빠지는 국대를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청소년에게 콘돔을 나눠주면서 '호기심 많은 10대'라고 궁색한 변명을 하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일"이라며 "이런 일이 되풀이된다면 청소년올림픽은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9일 막을 올린 이번 대회에는 전 세계 78개 국가올림픽위원회(NOC) 소속 14~18세 선수 1802명이 참가했다. IOC는 성적 에너지와 호기심이 한창인 청소년올림픽 참가자들에게도 성인 선수들과 동일하게 콘돔을 제공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어차피 성생활을 막을 수 없다면, 원치 않는 임신이나 감염 등을 줄이기 위한 취지다.
우리나라 선수촌에서 콘돔이 처음으로 배포되기 시작한 것은 1988년 서울올림픽부터다. 당시 국내에서 처음으로 에이즈 환자가 발생하자 확산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8500개를 지급했다.
2016 리우올림픽에서는 무려 45만개의 콘돔이 배포됐다. 당시 남미 지역에 유행한 지카바이러스 감염을 막기 위한 조치로 여러 대의 '콘돔 자판기'가 설치되기도 했다. 2018년 부에노스아이레스 하계청소년올림픽, 2020 로잔 동계청소년올림픽에서도 IOC 방침에 따라 선수에게 콘돔을 무료로 제공했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2024 강원겨울청소년올림픽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 18일 강원 강릉원주대학교에 마련된 선수촌 숙소 침대에 기념품 등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