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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희의 정치사기] 조선 `조말생 게이트`를 통해 본 김건희의 디올백 수수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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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희의 정치사기] 조선 `조말생 게이트`를 통해 본 김건희의 디올백 수수 의혹
조말생 초상<국립중앙박물관 e뮤지엄>

1426년 조선 세종 8년 3월 4일, 사헌부에서 보고가 올라왔다.

"송사에서 제 힘으로는 이길 수가 없다고 생각한 김도련이 힘 있는 사람에게 뇌물을 공여하여 승소판결을 받아냈습니다. 우의정 조연은 15명, 곡산부원군 연사종은 10명, 병조판서 조말생은 24명을 받았습니다. 조말생은 당시 형방 대언으로 노비소송 문제를 도맡아 왕명을 출납하였는바 그는 뒤에서 김도련을 조종하여 그로 하여금 유리한 판결을 받게 한 뒤 뇌물을 받았습니다."

세종은 소상히 조사해서 보고하라고 명했다. 사헌부가 정밀 조사를 한 결과 충격적인 진실이 밝혀졌다. 태종 시기 승정원에 있으면서 형조의 노비 소송 업무를 담당했던 조말생이 노비를 뇌물로 받고 김도련에게 제기된 소송을 편파적으로 끌고 간 것이다.

당시 사건이 가져 온 파장은 컸다. 조정은 발칵 뒤집혔다. 소송을 제기한 김송은 김도련의 아버지로 인해 노비로 전락한데다, 선대에 억울하게 재산을 뺏겨 판결로 정상화해야 할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중대한 역할을 해야 할 조말생이 노비를 가장 많이 증여(사헌부 조사 결과 36명)받고, 부정까지 저지르니 논란은 가중됐다.

현 시대에 '조말생 게이트'라 불리듯이, 혐의가 중대해진 것은 당연지사였다. '대명률'에 따르면, 조말생이 받은 노비는 장물로 계산하면 780관(貫)으로 교수형 대상이었다. 대간들의 사형 요구는 빗발쳤다.

세종은 예상 밖의 판결을 했다. 조말생을 충청도 회인(오늘날 충청북도 보은근 회인면)으로 유배를 보내는 데 그쳤다. 세종은 탄식했다. "옛적 정치가 잘 되던 세상에서는 절대로 없었던 일이다."

그도 그럴 것이 조말생은 세종이 가장 아끼는 권신 중의 권신이었다. 문과에 장원 급제했고 이조정랑 등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특히 승정원에 7년 동안 있으면서 출셋길을 달렸다.세종 즉위를 앞두고는 형조판서가 됐다가 즉위 후 병조판서로 8년간 있었다.

솜방망이 처벌에 조정은 계속 들끓었다. 여론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그때마다 세종은 처벌을 가중시키라는 요구를 고사했다. 결국 1년 후, 세종은 조말생의 유배를 풀어줬다. '법대로 해야 한다'고 삼사(三司)가 들고 일어났지만 세종은 모른 체 했다.

이야기의 결말도 씁쓸하다. 조말생은 판중추원사 등 요직을 차지하고 78세까지 천수를 누리다 죽었고, 사건의 주범 격인 김도련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 억울하게 노비가 된 김생과 후손들은 신분을 회복하지 못하고 노비로 살다가 죽었다.

600여년이 지난 지금은 얼마나 다를까. 2023년 11월, 인터넷 매체 '서울의 소리'는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명품 가방(디올백)을 받았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관련 영상은 김 여사에게 가방을 준 재미 교포 최재영 목사가 '손목시계 몰래카메라'로 촬영했다. 선물은 서울의 소리 측이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란법은 공직자 또는 그 배우자가 동일인에게 1회 100만원 또는 1년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은 경우 처벌하도록 돼 있다.

검찰 등 사정기간은 이제야 수사에 돌입했고, 여권 내에서도 뒤늦게 사과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수단과 방법을 다해 용서를 구해야 할 일"(김경률), "국민들이 안좋게 보니 고개 숙여야 한다"(하태경) 등의 직설적인 요구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인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도 이 사안은 역시 기본적으로 '함정취재'라면서도 "국민들이 걱정할 만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참으로 때늦은 우려다. 아마 김영란법에 공직자의 배우자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고, 함정 취재 논란이 있던 탓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태의 본질을 봐야 한다. 김영란법, 함정취재는 부차적인 문제다. '대통령 부인의 선물 수수와 관련 의혹'이 본질이다. 국민은 대한민국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의 부인이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휘말린 이유를 알고 싶어한다. 김 여사가 왜 그랬는지 궁금하고, 조치나 해명이 있어야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바로 국민들의 정서다. 지금은 조말생이 살던 조선시대가 아니다.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김세희의 정치사기] 조선 `조말생 게이트`를 통해 본 김건희의 디올백 수수 의혹
김건희 여사가 지난해 11월 9일 서울 용산어린이정원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61주년 소방의 날 기념식에서 소방관 제복을 입은 어린이 합창단원을 격려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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