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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서 칼럼] `절반의 승리` 라이칭더, 진짜 위기는 지금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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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서 논설위원
[박영서 칼럼] `절반의 승리` 라이칭더, 진짜 위기는 지금부터
향후 4년간 대만을 이끌 지도자를 뽑는 총통 선거(대선)가 막을 내렸다. 2024년 '슈퍼 선거의 해'의 첫번째 주요 선거였고, 미·중 대리전 성격을 띈 것이라 큰 주목을 받았다. 예측불허의 선거가 치러졌던 것은 당연했다. 친미·독립 성향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의 라이칭더(賴淸德) 후보와 친중 제1야당 국민당의 허우유이(侯友宜) 후보가 치열한 승부를 펼쳤다.

라이칭더는 역대 총통 선거 중 가장 적은 표를 얻었지만 허우유이를 누르고 대권을 잡았다. 이로써 민진당은 국민당을 따돌리며 정권 연장에 성공했다. 이른바 '8년 교체 주기 공식'이 깨진 것이다. 1996년 총통 직선제가 시작된 이후 민진당과 국민당은 8년씩 번갈아가며 집권하는 패턴을 보였다. 그러나 이번에 민진당은 차이잉원(蔡英文) 정부 8년에 이어 총 12년 연속 집권의 길을 열었다.

미국은 활짝 웃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성명을 내고 "우리는 대만 국민들이 다시 한번 민주주의 및 선거 제도의 강건함을 확인한 것을 축하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민진당을 비난했다.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은 라이 후보의 당선이 확정된 지 두 시간 만에 낸 논평을 통해 "조국은 결국 통일될 것이고, 필연적으로 통일될 것이라는 점은 더욱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치공학적으로 국민당 패배의 원인을 분석하자면 '야권 분열'일 것이다. 지난해 11월 성사됐던 국민당-민중당 후보 단일화 합의가 이견으로 인해 불발된 것이 치명타로 작용했다. 대선은 3파전으로 치러졌고 제2야당 민중당 커원저(柯文哲) 후보로 젊은 층의 표가 몰리면서 국민당은 쓴잔을 들이킬 수 밖에 없었다.

대만 전체 유권자 1980만명의 20%를 차지하는 20~30대 젊은 층은 자신들이 양안(兩岸·중국과 대만)의 현 상황을 바꿀 능력이 없다고 느끼고 취업, 집값, 임금, 학비 등 자신과 관계있는 의제에 더욱 관심을 두었다. 취업난 등으로 불투명한 미래를 걱정하는 젊은이들은 거창한 정치적 문제보다는 경제 문제에 더 신경 써줄 수 있는 민중당 커 후보에게 투표했다. 현재 대만의 청년층 실업률은 11%를 넘어 평균 실업률을 3배 이상 웃돈다.

정서적으로 본다면 중국의 강압적 태도에 대한 대만인들의 반감이 있었다. 대만 독립을 인정하지 않겠다며 잇단 무력시위로 위협했던 것이 대만내 친중세력 위축이란 역풍으로 돌아왔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민중당의 약진이다. 민중당 커 후보는 26.4%의 지지를 받았다. 국민당·민진당 양당 구조는 창당 5년된 민중당에 의해 깨졌다. 게다가 민중당은 의회에서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됐다.
총통 선거와 함께 치러진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진당은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했다. 113명을 뽑는 선거에서 국민당은 52석을 차지해 원내 1당이 됐다. 민진당은 51석에 그쳤다. 민중당은 8석, 무소속은 2석을 각각 차지했다. 2020년 총선 때는 민진당은 과반인 61석을 차지했었다. 이번에는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한 것은 물론이고 10석이나 내줬다. 2000년대 천수이볜(陳水扁) 집권 시기 이후 대만 사상 두 번째로 야당이 입법원을 장악한 것이다.

행정권은 집권 민진당이, 입법권은 국민당 등 야당이 가져간 것에는 대만인 특유의 균형 감각이 발휘된 것으로 풀이된다. 대만 유권자들은 민진당 정부에 모든 것을 맡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

대선은 이겼지만 총선에선 실패하면서 라이칭더는 어렵게 국정을 운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의회는 그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무기 구매나 군사 개혁 등을 의회에서 통과시키기가 훨씬 어려워질 것이다. 이는 미국과의 관계에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만약 올해 11월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차기 미국 대통령이 된다면 이전과는 다른 상황을 겪을 수도 있다. 민진당 집권을 허용한 중국은 앞으로 더욱 세게 라이칭더를 흔들어댈 것이다.

그의 앞에 놓인 길은 반듯하지 않다. 이를 보면 총통 선거 이후에도 대만의 '미래'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진짜 위기는 지금부터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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