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현장칼럼] 소통은 경청부터, 진화하는 리더십

프린트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박은희 산업부 재계팀장
[현장칼럼] 소통은 경청부터, 진화하는 리더십
"소통의 적은 불통이 아니라 소통을 하고 있다는 착각이다." 홍정욱 올가니카 회장이 '7막 7장' 이후 27년 만에 펴낸 책 '50 홍정욱 에세이'에서 가장 인상적으로 읽었던 문장이다.

조직문화가 수평적 구조로 변화하면서 자연스럽게 중요해진 '소통'. 정부도 기업도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소통 강화 프로그램을 늘리고 있다. 하지만 일방적이거나 형식적인 이벤트에 그치는 경우가 여전하다. 결정권자인 리더의 태도와 마인드가 소통의 질을 결정하기 때문일 것이다.

많은 리더들이 소통을 하고 있다고 착각한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자신의 경험과 조직 상황 등을 전달하면서 의견을 나누다보면 공감대도 형성된다. 하지만 경청이 이뤄지지 않으면 공감보다 권위가 앞설 수 있다. 소통이 무의미해지는 시간이 되고 마는 것이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최근 전국 만 19∼59세 직장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꼰대 관련 인식 조사를 한 결과가 흥미롭다. 62.0%가 꼰대 이미지에 대해 '권위적'이라고 했다. '고집이 세다'(58.7%)와 '말이 통하지 않는다'(53.7%)가 뒤를 이었다. 모두 소통과 거리가 먼 이미지다.

응답자 가운데 93.5%는 '나이가 많다고 다 꼰대는 아니다'라는 데 동의했다. 이들은 자신이 꼰대가 되는 것에 대해 큰 두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47.0%는 '나도 언젠가 꼰대가 될 것 같다'고 답했다. '꼰대가 될까 두렵다'는 응답 비율도 44.8%에 달했다.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서 필요한 태도를 묻는 말에는 '내 가치관이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한다'가 56.0%, '잘못된 부분을 고쳐 나가려는 태도'가 45.0%, '나이나 지위로 대우받으려 하지 않는 태도'가 44.1% 순으로 답이 나왔다.

조직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진정한 소통의 의미와 중요성을 아는 리더는 이러한 태도들을 갖추기 위해 노력한다. 기존의 조직문화에 익숙한 데다 좀 더 목소리를 내고 싶기도 하겠지만 이상적인 소통 과정을 거치기 위해 그만큼 고민을 한다.


필자는 회사를 운영하거나 어느 조직을 이끄는 리더를 인터뷰할 때 "어떤 리더십을 지향하느냐"라는 질문을 빼놓지 않는 편이다. 5~6년 전만 해도 통솔을 강조하는 리더가 많았지만, 최근 인터뷰에선 대부분 소통과 배려를 통한 팀워크를 언급했다.
특히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의 리더십이 기억에 남는다. 그는 "업무 지시를 할 때 강요형·지시형 멘트를 하지 않고 '무엇 무엇을 하자'라고 이야기한다"며 "부담을 함께 나누며 나도 같이 고민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또 "소통을 위해 말을 걸어오는 후배들은 항상 준비된 상태로 만난다"며"완충된 휴대전화 충전기 역할을 하며 경청에 집중한다"고 강조했다.

박진우 티모넷 대표는 "리더십은 일과 직원에 대한 관심이라고 생각한다"며 "빨리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편한 업무환경과 기회를 만들어주는 일을 해야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노력은 하지만 사실 내 일하기 바빠서 실천하는 게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국내 주요 기업 경영자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MZ세대와의 소통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회장·신입사원 간담회를 진행했고, 실시간 유튜브 소통채널 '위톡'을 운영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마음상담 토크콘서트'를 개최한 데 이어 올해 타운홀미팅 방식의 신년회를 진행했다. SK는 지난해 회장·직원간 문답이벤트 '회장과의 찐솔대화'와 '온라인 신입사원과의 대화'를 마련했다. LG는 지난해부터 오프라인 시무식을 없앴고 디지털 영상 신년사를 하고 있다. 또 임직원 소통채널 '엔톡'을 운영 중이다.

조직이 한 번에 바뀔 수는 없다. 시대의 변화에 맞춰 사회가 요구하는 리더의 모습도 조금씩 진화하고 있다. 다수의 다양한 리더들을 만나면서 리더들의 소통이 시늉만 내는 형식으로 끝나는 사례는 점점 드물어질 것이란 확신이 든다. 지난 몇 년간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귀 기울여 주의 깊게 듣는 '경청'이 기본이 돼야 한다는 사실은 누구나 인지한다. 다만 소통한다는 착각을 벗어야 실천할 수 있다. 이제는 노력할 때다.

박은희기자 ehpark@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