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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섭의 내로남불] `세월호` 잣대로 본다면 `서해공무원 피살사건`도 심각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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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섭의 내로남불] `세월호` 잣대로 본다면 `서해공무원 피살사건`도 심각한 문제다
문재인 정부가 2020년 발생한 '서해 공무원 피살(피격) 사건' 당시 상황을 방치하고, 사건 이후에는 관련 사실을 은폐·왜곡했다는 감사원의 최종 감사 결과가 7일 발표됐다. 사진은 북한군 총격을 받고 숨진 공무원이 실종 직전까지 탄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 연합뉴스 자료사진.

감사원이 최근 서해공무원 피격사건에 대해 국가가 방치하고 사후에는 은폐·왜곡까지 했다는 최종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2020년 9월 21일 새벽 1시경 연평도 인근에서 실종된 고(故)이대준 씨는 다음날 오후 10시~11시 사이쯤 북한군에 의해 피살됐고 시신은 소각됐다. 이 씨가 북한 해역에서 발견된 시점은 실종 하루 반나절이 경과한 뒤로, 사살되기 7시간 전쯤인 오후 3시쯤이었다. 국가안보실이 이 사건을 인지한 시점은 그로부터 2시간쯤 지난 오후 5시 18분이었다. 4~5시간의 구조 시간이 있었지만 정부가 이씨를 살리기 위해 조치한 것은 별로 없었다.

특히 국가위기관리센터장의 경우 북한이 서해 공무원을 구조한 뒤 상황 종결 보고만 하면 된다고 판단하고 19시 30분경 퇴근했다. 우리 국민이 주적인 북한 앞바다에서 발견됐는데도,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하는 컨트롤 타워 최상단에서는 북한이 알아서 이씨를 구조해 남한으로 보내줄 것이라는 근거없는 믿음이 있었던 셈이다. 그 시간 동안 북한은 바다 위에서 지쳐가는 이씨를 구조하지 않았지만 바로 피격하지도 않았다.

이는 분명히 2014년 세월호 사건보다 질적으로 더 나쁘다고 할 수 있다. 세월호 사건에서 청와대는 해경으로부터 잘못된 보고를 받아 상황을 오판했다. 심지어 사고 3개월 뒤인 같은 해 7월 2일에 녹취록이 공개됐다. 여기서 청와대 위기관리상황실은 세월호 사건 당일인 4월 16일 오전 9시 32분 해경에 상황을 물었으나, 해경은 "구조단계는 아니고, 지켜보고 있는 단계"라면서도 "전부 구조 가능하다"고 답했다.

해경은 이후 13시 16분에도 "생존자 370명이라고 한다. 진도 행정선에서 약 190명 승선하고 있었다고 한다"고 보고 했으나, 해경은 이내 집계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14시 36분에야 "(총 구조 자 인원으로)166명 말씀드리라고 한다"고 정정했다. 이 말을 들은 청와대 관계자의 반응이 "어이구 큰일 났네!, 중대본 브리핑 368명도 완전 히 잘못된 거네"였다. 이제 와서 제대로 상황을 파악한들, 골든타임은 지났고 배는 이미 침몰해버린 뒤였다. 당시 대응이 제대로 될 리 없었다.

그럼에도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박근혜 정부에 국민을 구조하지 못한 것에 대한 '무한책임'을 물었고, 나아가 탄핵소추안에 '세월호 7시간'도 포함시켰다. 국가안보실이 상황을 정확하게 인지한 상태에서 시간이 흘러가 북한군에 사살·소각된 이번 사건과 이를 비교할 수 있을까.

사건 후에는 더욱 황당한 일이 계속됐다. 국방부는 해당 사건 관련 생성된 문건을 삭제했고, 다음날 이씨의 신변 안전 보장을 북한에 촉구하는 대북전통문을 발송했다. 해경도 이씨가 발견되지 않은 것처럼 최초 실종지점을 중심으로 수색·구조 활동을 지속, 사실상 '연기'에 나섰다.

나아가 '월북 몰이'도 이뤄졌다. 월북을 주장하며 정부가 내보인 '증거'들도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해보면 상당 부분 왜곡돼 있었다. 대표적으로 '서해 공무원이 월북의사를 밝혔다'는 부분을 꼽을 수 있다. 확인결과 이씨는 최초 북한과의 접촉 시에 자진해서 월북의사를 언급한 적도 없고, 왜 들어왔는지에 대한 즉답도 회피했다. 수상하게 여긴 북한군이 거듭 질문하자 월북으로 답했다. 당시 그는 최소 하루 반나절을 바다에서 표류해 구조가 필요했던 상태였기 때문에, 자진해서 월북하려 했다면 처음 북한군을 마주쳤을 때부터 '월북하려고 왔으니 살려달라'는 말을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월북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으로 봐야 할 증거가 도리어 월북 정황으로 둔갑한 셈이다.

특히 정부는 월북을 주장하는 과정에서 이씨의 채무, 도박 정황, 도박자금 흐름·출처 등 사건과 관계없는 사생활을 공개했다. 최근 검찰이 피의사실을 공표하는 것도 정치적 행위라며 부당함을 비판하는 민주당이 정작 정권을 잡았을 땐 책임회피를 위해 공무원의 사생활도 아무렇지 않게 공개한 것이다.

만일 세월호 사건 당시 박근혜 정부가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에서 문재인 정부의 대응처럼 사건 발생 가능성을 알고도 방치했고, 일부 사실을 삭제·은폐했고, 이 과정에서 벌어진 수색·구조활동이 해경의 연기였다면 어떻게 됐을까. 최소한 8년 동안 조사해 내놓은 세월호 참사 종합보고서에 박근혜 전 대통령을 겨냥해 청와대의 실책이 상세하게 서술됐을 것이다. 심지어 박근혜 정부에서는 서남수 전 교육부 장관이 당시 박준영 전남도지사의 '라면을 함께 먹자'는 권유를 고사하다가, 계속 거절하기 어려워 같이 먹었는데 이 장면이 국민의 공분을 사 책임을 지고 물러난 사건이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은 "사실관계를 정확히 알았다면 경질까지는 가지 않았을 것이다. 후회스럽고 (서 장관에게)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회고록에 서술하기도 했다. 그런데 당시 문재인 정부에서는 이 사건에 대해 누가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구체적 내용(메시지)은 반박하지 않은 채, 감사원(메신저)을 비난하는 행태만 되풀이했다. 민주당은 "감사원은 수사 청부기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제 어느 국민이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신뢰할 수 있겠느냐"라면서 "총선 때마다 보수정권이 자행했던 '북풍몰이, 종북몰이'를 다시 시작하려고 하는 것이냐"라고 주장했다.임재섭기자 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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