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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척`이 뭐길래...공정위는 `비전원회의` 中 [최상현의 정책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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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척`이 뭐길래...공정위는 `비전원회의` 中 [최상현의 정책톡톡]
조홍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연합뉴스]

수요일은 공정거래위원회 출입기자에게 설레는 날입니다. '공정위의 꽃'으로 불리는 전원회의가 대부분 수요일에 열리기 때문입니다. 공정거래법상 전원회의는 공정위의 위원장과 부위원장, 상임위원, 비상임위원 등 위원 전원으로 구성하는 회의를 말합니다.

전원회의의 의결 대상은 경제적 파급효과가 크거나 법 위반 행위가 중대한 '큰 사건'이 주가 됩니다. 7일 발표한 CJ올리브영의 대규모 유통업법 위반(과징금 18억 9600억원)은 두 차례의 치열한 전원회의를 거쳐서 의결됐고, 그 외에도 608억원의 과징금이 나온 호반건설의 부당내부 거래 사건이나 336억원의 과징금이 나온 5G 부당광고 사건도 물론 전원회의에서 법리를 다퉜습니다. 기자들은 전원회의를 참관하면서 그동안 베일에 싸여있었던 사건의 주요 쟁점을 공부하곤 합니다.

그런데 이 전원회의가 요즘엔 잘 개최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매주 금요일 "다음주 전원회의는 개최되지 않습니다"라는 공정위 측 메일을 받는 빈도가 부쩍 늘었죠. 가끔 개최되더라도 한명이 빠진 '비전원회의'로 개최되는 경우가 잦습니다. 바로 조홍선 부위원장의 전 직책 탓입니다.

조 부위원장은 지난 7월 6일 임명됐습니다. 37회 행정고시 합격 후 카르텔조사과장과 감사담당관, 카르텔조사국장, 사무처장 등의 요직을 두루 거친 '조사통'입니다. 문제는 조 부위원장의 직전 직책이 공정위의 모든 사건과 조사를 컨트롤하는 '조사관리관'이었다는데 있습니다.

전원회의는 일신상 사유 등이 없는 한 모든 위원이 참여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한 가지 예외가 있습니다. 위원 본인이 회의 안건으로 올라온 사건과 직·간접적인 연관이 있는 경우에는 '제척 사유'가 발생합니다. 제척은 공정한 재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특정한 사건의 당사자 또는 사건의 내용과 특수한 관계를 가진 법관 등을 그 직무의 집행에서 배제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전 직책이 조사관리관이었던 조 부위원장은 공정위 전원회의에 올라오는 대부분의 사건에 제척 사유가 발생합니다. 그가 부위원장으로 임명된 7월 둘째주부터 이번 12월 첫째주까지 총 22주 중 전원회의는 11회 개최됐는데, 조 부위원장이 참석한 회의는 3건에 불과합니다.

전원회의는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합니다. 원래라면 9인의 위원이 모두 참석해 어떻게든 다수결로 결론이 나겠지만, 짝수인 8명의 위원만 참석하는 상황에서는 '동률'이 나올 위험도 있습니다.

또 부위원장은 특히 위원장이 부재시 전원회의 의장 역할을 대리할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공정위원장도 국무위원의 1인에 속하는 만큼 외부 일정이 잦은데, 이 경우에도 공정위의 정상적인 업무 진행을 위해 부위원장이 의장을 맡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조 부위원장 체제에서는 이같은 대리 의장이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번 주 전원회의는 한기정 공정위원장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쟁위원회 참석차 프랑스 파리로 출장을 가면서, 기일이 잡히지 못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다만 공정위 관계자는 "상임위원도 일선 조사부서 국장에서 승진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제척 사유가 발생하는 경우가 꽤 있다"며 "전원회의는 되도록 위원장이 참석하도록 일정을 잡는 경우가 많아 꼭 조 부위원장 때문에 회의가 개최되지 못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습니다.

최상현기자 hy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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