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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실의 서가] `진짜 사랑`을 잊은 한국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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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사랑 권하는 사회
김태형 지음/갈매나무 펴냄
[논설실의 서가] `진짜 사랑`을 잊은 한국사회
2년 전 퓨리서치센터가 세계 17개국 국민들을 대상으로 '당신의 삶에서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설문을 했다. 14개국에서 1위는 단연 가족이었다. 그런데 유독 한국인들만 가족이 1위가 아니었다. 놀랍게도 1위는 물질적 풍요, 즉 돈이었다. 조사결과가 알려지자 한국인들은 자신들이 답해놓고서도 충격에 빠졌다.

한국인들은 가족을 사랑한다지만, 가짜 사랑이 많다. 책의 내용은 한국인들이 가족보다 돈을 더 의미 있다고 답한 배경에 대한 분석이라 할 만하다. 가족마저도 도구적 사랑을 하는 건 개인의 잘못도 크지만 무한경쟁에 내몰린 각박한 현실도 큰 몫을 한다. 책은 각자도생 사회가 부추기는 불안과 이기주의를 극복하고 진짜 사랑을 되찾기 위한 진단과 제안을 내놓는다.

한국사회는 한쪽에선 박탈감과 소외감이 위태롭게 분출되는 반면, 소셜미디어와 대중 매체에선 그린 듯 완벽한 행복과 사랑의 모습을 경쟁하듯 전시되고 있다. 현대 한국 사회가 진정한 사랑이 아닌 '가짜 사랑'에 빠져 있는 심각한 괴리 현상이다. 가짜 사랑이란 필요에 따라 상대를 이용하는 도구적 사랑이며 필연적으로 심리적 고통과 인간 소외를 초래한다. 가짜 사랑이 만연할수록 사람들은 점점 더 불행해지는데, 이 불행함을 감추거나 해소하는 수단으로 행복을 과시한다는 것이다.

사랑은 보통 사적인 감정으로 여겨진다. 사랑에 실패하는 이유 역시 개인적 문제로 치부되곤 한다. 실제로 주류 심리학에서는 사랑의 실패를 개인의 성격적 결함이나 정신 병리 탓으로 돌린다. 그러나 이는 사회라는 근본적 원인을 은폐하는 것에 불과하다. 이기주의를 조장하는 사회에서 상대를 조건 없이 사랑하는 능력을 함양하기란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오늘날 한국 사회는 자본주의적 생존 경쟁이 극에 달해, 경쟁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생존이 위태로워질 거라는 극심한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가짜 사랑의 진짜 이유는 이러한 불안이 초래하는 이기주의와 공동체 붕괴다. 저자가 진정한 사랑이 가능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회문제 해결이 동반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책은 3부로 돼 있다. 1부 '진짜 사랑을 잊어버린 한국 사회'에서는 가짜 사랑의 면면을 살피고 그 폐해를 제시한다. 2부 '주류 심리학은 왜 문제의 원인을 은폐하는가'에선 본격적으로 가짜 사랑의 유형과 원인을 분석한다. 3부 '진짜 사랑은 왜 사회개혁을 향하는가'에서는 진짜 사랑의 의의를 해설하고 진정한 사랑이 왜 사회개혁의 원동력이 되는지를 살펴본다.

이규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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