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에 레저 수요까지 겹치면서 하이브리드를 탑재한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RV(레저용 차량) 차량이 '품귀 현상'까지 발생할 정도로 주문이 몰리고 있다. 일부 인기 모델은 지금 계약하면 내년 겨울에도 받을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2달만 기다리면 받을 수 있는 내연기관차와는 확연히 다른 온도차다.
6일 현대차·기아의 12월 납기표에 따르면 싼타페, 쏘렌토, 카니발 등 SUV와 RV의 예상납기가 최소 6개월에서 12개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이달 출시를 앞두고 있는 카니발 하이브리드 모델의 경우 이달 계약하면 내년 12월경 인도받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쏘렌토 역시 적어도 11개월, 많게는 12개월가량이 소요된다. 가솔린이나 디젤 모델이 2~3개월 정도면 받을 수 있는 것과 비교해 4~5배 가량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현대차의 경우 싼타페 하이브리드가 9개월 정도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젤 모델의 경우 1개월, 가솔린 모델은 3개월이면 받을 수 있다.
그나마 SUV 중 가장 하이브리드 모델 인도 기간이 짧은 차량은 기아 스포티지인데, 이마저도 반년 가량이 걸린다.
일부 세단 모델 역시 하이브리드 모델은 차량을 인도받기까지 수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 브랜드의 경우 아반떼 하이브리드 모델이 12개월 이상으로 가장 길었고,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7개월 가량 걸릴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휘발유 등 연료 값이 오르고 여기에 전기차로 갈아타기는 다소 부담스러운 국내 소비자들 중 다수가 하이브리드차를 선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통계에 따르면 올해 1~10월 현대차, 기아, 르노코리아자동차의 하이브리드차 내수 판매량은 22만4568대로 집계됐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기간(14만7315대) 대비 52.4% 늘어난 수준이다. 지난해 연간 판매량(18만3914대)와 비교해도 4만대 이상 많은 수준이어서 연말까지 격차가 더 벌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수입 자동차 브랜드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통계를 보면 지난달 하이브리드차는 9996대가 판매됐는데, 이는 전체 수입차 월간 판매량의 40.4%로 가장 많았다. 하이브리드차에 이어 가솔린이 9933대를 기록했는데, 수입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이 가솔린차 판매량을 넘어선 것은 2006년 9월 국내 시장에 수입 하이브리드차가 첫 출시된 이후 처음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최근 SUV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아직 전기차로 갈아타기를 망설이는 소비자들은 하이브리드를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현기자 ishsy@dt.co.kr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SUV 인기가 높아지면서 계약 후 차량 인도까지 수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기아 쏘렌토. 기아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