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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서 칼럼] `눈에는 눈`, 가자전쟁과 함무라비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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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서 논설위원
[박영서 칼럼] `눈에는 눈`, 가자전쟁과 함무라비 왕
함무라비 법전은 인류 최초의 성문법으로 알려져 있다. 약 3700여년 전인 기원전 18세기경 메소포타미아 지방의 있었던 고대 바빌로니아 제6대 왕인 함무라비는 법치주의를 통해 중앙집권체제를 강화하려 했다. 이에 그는 높이 2.25m의 검은색 현무암 석비에 282개조의 법령을 쐐기문자로 새겨넣은 후 수도 바빌론의 중앙광장에 세웠다.

법령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이 196조다. 바로 '눈에는 눈, 이에는 이'다. 동해복수(同害復讐)법이다. 상대방이 내 눈이나 이에 피해를 줬다면 나도 상대방에게도 똑같은 피해를 줘 복수를 하라는 의미로 흔히 알고 있다.

동해복수법은 이후 이스라엘 민족에게 전해져 유대 율법은 이를 채택했다. 이런 전통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이스라엘군의 사고 방식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공격을 당하면 반드시 보복하는 게 원칙이다. 일반적으로 갑절 이상으로 '피의 보복'을 가한다.

지난 10월 7일 전쟁이 시작됐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는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포를 쏟아붓고, 동시에 이스라엘 정착촌에 침투해 주민들을 무차별 살해했다. 이스라엘인 약 1200명이 숨졌고 240여명이 인질이 되어 가자지구로 끌려 갔다. 이스라엘은 대규모 반격에 나섰다. 무차별 공습에 가자지구는 통곡의 땅으로 변했다.

국제사회는 휴전과 민간인 학살 금지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냈으나 이스라엘은 물러나지 않았다. 10월 27일 지상작전 확대를 공식 선언했고, 다음날 지상전을 공식화했다. 가자지구의 인명피해가 너무 크고 인질 안전에 대한 우려도 커지면서 국제사회의 비판과 압박은 거세졌다.

마침내 지난달 22일 처음으로 일시 휴전에 합의했다. 전쟁 발발 46일 만이었다. 하지만 휴전은 얼마 가지 못했다. 교전은 재개돼 다시 피바람이 불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서 하마스 궤멸을 위한 장기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가자지구 북부에 이어 남부지역까지 점령하겠다는 태세다. 가자지구 남부 거주민은 약 150만명의 피란민을 포함해 220만명에 달해 이스라엘군의 공격이 본격화되면 북부에서보다 더 큰 참사가 우려된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민간인들이 안전하게 갈 곳이 없다"면서 전투 중단을 호소했다.

이런 이스라엘의 행동은 함무라비 법전의 '눈에는 눈, 이는 이'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눈에는 눈, 이에는 이'는 복수를 부추기는 문구가 아니다. 너무 복수하지 말라는 '억지력'을 담고 있는 조항이다. 상대방에 의해 눈을 다쳤다면 눈에만 복수하라는 뜻이다. 팔이나 다리를 자르거나 죽이지 말라는 것이 이 규정의 참뜻이다.

당시 바빌로니아 제국은 신분제 사회였다. 그래서 처벌 정도가 신분에 따라 달랐다. 노예가 평민을, 평민이 귀족을 다치게 했다면 그에 대한 복수로 상대방에게 훨씬 심한 피해를 주는 경우가 흔했다. 사적 제재도 다반사였다.

양심 있고 현명했던 왕 함무라비는 과잉 보복을 막기 위해 '눈에는 눈, 이에는 이'를 성문화했다. 처벌이 적절하고 비례적이여야함을 법을 통해 보장한 것이다. 이는 그 시대 대다수를 차지했던 평민과 노예들을 배려한 조치였다.

피의 복수는 또다른 피의 복수를 낳기 마련이다. 눈과 이가 빠지고 나중에는 목까지 날라가지만 죽을 때까지 싸워야 한다. '증오'의 악순환이다. 그래서 나사렛 예수는 새로운 윤리를 제시했다. "누가 너의 오른 뺨을 때리면, 다른 뺨도 그에게 대 주어라"고 말씀하셨다. 악을 악으로 갚지 말고, 선으로 갚으라는 뜻이다. 그러나 역사를 보면 실천된 사례는 거의 없다.

가자지구에서는 두 달간의 전투로 1만6000명이 사망했다. 그 중 40% 이상이 어린이다. 심각한 인도주의적 위기다. 일시적 휴전을 영구적 휴전으로 이어가야할 시점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이스라엘이 전쟁을 포기할 기미가 없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는 천배, 만배의 복수가 아니다. 팔레스타인 어린이와 이스라엘 어린이의 울음소리는 모두 똑같은 것이다. 자신의 의도와 달리 해석되어 적용되는 과도한 '응보주의'를 지하에 있는 함무라비 왕이 본다면 아마도 개탄을 금치 못할 것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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