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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예술을 즐기는데도 `선생`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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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 월간객석 발행인
[포럼] 예술을 즐기는데도 `선생`이 필요합니다
세밑에 많은 음악축제가 전국에서 열리고 있어 시간 나는 대로 이곳저곳을 둘러보았습니다. 각각의 음악제는 나름의 예산과 감독들의 역량에 맞추어 훌륭하게 치러졌다고 볼 수 있지만, 제 눈에는 한두 가지 아쉬운 점이 있어서 풀어보고자 합니다.

각 음악축제마다 다른 축제와의 차별을 위해, 특히 참가 음악가와 선곡에 심혈을 기울였는데, 과연 이 프로그램들이 청중에게 얼마나 호의적인 반응을 일으켰는지를 먼저 따져봐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국내외 유명한 음악가가 무대에 오르는 날은 관객석이 기득 찼지만, 생각해보면 그만큼 예산도 많이 집행됐을 것입니다.

우스갯소리로 지방의 관객석을 가득 채우려면 'Three 조'나 'Two 임'을 초청해야 한다고 합니다. 여기서 'Three 조'는 조성진, 조수미, 조용필이고, 'Two 임'은 임윤찬과 임영웅을 말합니다. 즉 대부분의 청중은 곡목과 크게 상관없이 연주자의 지명도에 따라 몰린다는 것이지요. 이러한 관객의 성향은 피나는 노력 없이는 바꿀 수가 없을 뿐더러 굳이 바꿀 필요도 없습니다.

하지만 클래식 음악계는 더 노력하여 이를 바꾸어야만 합니다. 같은 '음악'이라 하더라도 K팝이나 트로트는 인간의 흥을 기본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쉽게 다가갈 수 있지만, 클래식 음악은 인문학과 역사를 바탕으로 한 힐링이 주된 목적이라 청중들에게 천천히 다가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지요. 이 대목에서 제가 평상시 존경하는 이영조 작곡가의 글 한 대목이 생각납니다.

글의 요지를 밝히면 "음악도 시장 원리에 준한다"는 것입니다. 클래식 음악가들은 자기 분야를 일반 산업계와 다르게 생각합니다. 사실 클래식 음악은 200~300년 전만 해도 왕족이나 귀족의 후원을 받았으며, 별다른 엔터테인먼트가 없어서 독야청청하게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는 다양한 엔터테인먼트가 존재하고 그 종사자들은 늘 관객을 어떻게 하면 즐겁게 할까 노력하는데 비해, 클래식 음악은 과거의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니 청중이 늘어날 리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이영조 작곡가는 작곡-연주-감상-비평을 아우러 한 세트로 끝나는 음악 행위가 가혹할 만큼 냉혹하다고 했습니다. 다시 말해 맛있고 영양가 높은 식당에 손님들이 몰리는 걸 보면 그 이유가 반드시 있는 것과 같은 '시장 원리'라는 것입니다.


아무리 좋고 전설적인 작품이라 할지라도 연주가 맘에 안 들면 청중은 외면하기 마련이고, 훌륭한 연주력을 갖추었어도 연주곡이 마음에 안 들거나 성에 안 차면 청중은 발길을 돌린다는 뜻입니다. 또 악곡과 연주력이 아무리 훌륭해도 그것을 이해 할 수 없는 수준의 사회에서는 관객의 호응을 받기 어렵고, 이에 따라 음악인들의 입지는 어려울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예술가는 때때로 청중의 수준을 일구는 교육자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이영조 작곡가는 이야기합니다.
제가 클래식 음악가들에게 바라는 것이 바로 이 '교육자적인 자세'입니다. 현재는 주민의 1% 정도가 클래식 음악을 좋아할 뿐이지만, 이 비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여러 작품 중에 어느 곡이 대중의 사랑을 많이 받는지, 또 그 곡을 어느 음악가가 가장 멋지게 연주할 수 있는 지를 고려하고 판단해 음악회 프로그램을 기획하면 사람들로부터 외면받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죠.

하지만 실력 있는 많은 음악가는 항상 자신의 수준에 걸맞은 곡을 연주하길 원하고, 청중이 좋아하는 곡은 '대중적'이거나 '너무 자주 연주'되어 유치하다는 착각에 빠지는 오류를 범하고 있습니다. 제가 젊은 음악가들에게 항상 하는 말이 '해설이 있는 음악회'와 앙코르 곡을 연주하기 전에는 청중에게 반드시 감사의 인사말과 작곡가와 곡명을 말해 주라는 것입니다. 이는 물론 연주자와 청중 간의 교감을 늘리고자함입니다.

대중음악을 '달리기'에 비유한다면, 클래식 음악은 '자전거 타기'와도 같습니다. 달리기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 어디서나 쉽게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대중음악은 쉽게 적응되고 즐길 수 있습니다. 한편 자전거는 처음 배울 때 남이 도와주지 않으면 자전거가 굴러가기는커녕 혼자 서 있지도 못 합니다. 하지만 몇 번 넘어져 보면서 슬슬 앞으로 나아갑니다. 이처럼 클래식 음악은 애호가와 연주자들이 서로 이끌어 주어야만 많은 이들이 즐길 수 있는 예술입니다.

음악가들은 더 노력해야 합니다. 자신이 준비한 공연에 만족한 청중이 그의 다음 연주회에 다른 사람을 데리고 오게 하도록. 천천히 청중의 수준과 감상력을 업그레이드 시키면서 같이 상생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도록! 이 모든 것은 '교육자적인 생각' 없이는 안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이 그들이 성장하는 데에 중요한 에너지원이 된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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