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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DT인] 직원들 詩모아 책 펴낸 `감성경영`… "IT에도 온기가 있어야 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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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20년 맞아 매년 쌓인 135편 詩 엮어… 처음 불만갖던 직원들도 달라져
"익숙한 것을 다르게 보는 시간·경험 갖길… 5년후에 두번째 시집 낼겁니다"
[오늘의 DT인] 직원들 詩모아 책 펴낸 `감성경영`… "IT에도 온기가 있어야 하잖아요"
황보창환 컨피테크 대표. 윤선영 기자



IT융합기업 컨피테크 황보창환 대표

"IT(정보기술) 회사를 가보면 대부분 컴퓨터 자판기 두드리는 소리 외에는 조용해요. 하지만 코딩에도 피가 흘러야 하고 SW(소프트웨어)에도 온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서비스를 위한 개발을 해야지 개발을 위한 개발을 해서는 안 되니까요."

2003년 11월 설립된 IT기업 컨피테크에는 특별한 문화가 있다. 바로 상반기와 하반기 각각 한 번씩 1년에 두 차례 진행되는 회사 워크숍에서 백일장을 열어 대표부터 막내 직원까지 모두 시를 쓰는 것. 컨피테크는 커넥티드카 서비스, 무선인터넷 솔루션, e러닝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술 기반 IT융합 기업이다. 대부분 공과대학 출신인 IT 회사 직원들이 시를 쓰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여기에는 개발자들도 감성을 키워야 한다는 황보창환(61·사진) 컨피테크 대표의 철학이 크게 작용했다.

대학 시절 불어불문학을 전공한 황보 대표의 신념은 감성이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는 것이다. 황보 대표는 "사용자들이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그 안에 감정과 감성이 녹아 있어야 한다. 단순하게 코딩만 하면 무슨 의미가 있겠나"라며 "전사가 함께 하는 시 쓰기는 냉정하기 짝이 없는 디지털 시대에 사용자들이 직접 느낄 수 있는 배려가 필요하다고 보고, 이를 위한 감성을 키우자는 차원에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몇 년 전에는 코딩을 하는 직원들에게 개인 화분을 하나씩 선물하기도 했다. 이들이 꽃에 물을 주며 한 생명을 정성들여 키우는 감성 개발자로 변해 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렇게 시작한 시 쓰기는 어느덧 20년의 결실을 맺었다. 매해 열린 백일장에서 나온 시들이 차곡차곡 쌓여 수백 편이 됐다. 황보 대표는 그렇게 모인 시 작품들을 한데 묶어 회사 창립 20주년을 기해 시집으로 펴냈다. 컨피테크와 직원들의 지난 20년이 압축·요약돼 시집에 담긴 셈이다.

"처음에는 시를 쓰자고 하니 불만을 토로하는 직원들도 있었어요. '일하는 것보다 시 쓰는 게 더 힘들다', '왜 이러시냐'라고 하는 직원들도 있었고 어떤 직원은 우스갯소리로 '시를 못 써서 퇴사한다'라고 하기도 했죠(웃음).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직원들의 반응이 달라지는 게 느껴져요. 지금은 자녀 등 가족들에게 시를 쓰라고 권유하는 직원들도 있다니까요."

시집 명은 '그리움이 멈추면 섬이 된다'이다. 황보 대표를 포함해 직원 59인이 자연을 벗삼아 써 내려간 135편의 시가 담겼다. 20년의 결실인 만큼 현재는 컨피테크를 떠난 직원들의 시도 포함돼 있다. 모두가 자신들이 작성한 시가 시집으로 나왔다는 사실에 놀라워했다는 후문이다.


황보 대표가 시집을 출간한 것은 좀 더 긴 반향을 이어가는 한편 다음 페이지를 위한 새로운 시작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 일환으로 컨피테크는 시화전 형식을 빌려 회사 내부 회의실에서 시를 전시하고 방문하는 손님들이 시를 감상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황보 대표는 "시집 출간은 지난 20년간 이어온 사업에 새로운 모멘텀을 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이를 넘어 다음 페이지를 적어 나가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직원들도 시집 출간을 보며 그간의 작은 행동과 습관들이, 막연히 해 온 모든 일들이 새로워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황보 대표는 시집에 실린 시 가운데 컨피테크를 가장 잘 나타내는 작품으로 커넥티드팀 소속 김정원 과장의 'Cloud 서버'를 꼽았다.

'이 구름에는 와이프와 나만의/ 추억이 들어 있다/ 이십대 초반 풋풋한 모습부터/ 우리의 결혼 전까지 차곡차곡// 이 구름에는 우리 아들 성장일기/ 100일, 200일, 돌… 5살…/ 이렇게 컸구나, 우리 아들/ 사랑하는 우리 아들/ 이제 시작한 이 구름에는/ 사랑하는 우리 딸 크는 모습/ 사랑스런 공주님 같네/ 사랑하는 우리 가족/ 구름 속에 가득하네'

황보 대표는 "클라우드 서버라는 제목이 마음에 든다. 클라우드가 대표적인 IT 기술이라는 점에서 컨피테크와 잘 맞기도 하지만 클라우드 서버 안에 나의 꿈이 전부 녹아들어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황보 대표는 5년 후에 두번째 시집을 내겠다는 목표도 밝혔다.

그는 "시를 쓸 때를 제외하면 사실 평소에 익숙한 것들을 다르게 생각해 보고 되돌아보는 시간과 경험이 많지 않다"며 "직원들이 시를 쓰면서 꿈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통해 회사가 성장할수록 직원들의 꿈도 커지고, 행복을 공유하고 함께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회사, 직원들의 꿈이 함께 녹아들어 하고 싶은 일을 함께 해볼 수 있는 회사를 만들어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오늘의 DT인] 직원들 詩모아 책 펴낸 `감성경영`… "IT에도 온기가 있어야 하잖아요"
컨피테크 로고. 컨피테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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