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희의 정치사기] 고려 재상 이규보를 통해 본 송영길·최강욱의 `내로남불`](http://contents.dt.co.kr/images/202311/2023113002109958038005[1].jpg "[김세희의 정치사기] 고려 재상 이규보를 통해 본 송영길·최강욱의 `내로남불`")
글에 따르면, 이규보가 10월 초하룻날 외출을 했다가 집에 돌아오니 어린 머슴들이 땅을 파서 움막을 만들고 있었다. 이규보는 짐짓 모른 체 하며 "무엇 때문에 집안에 무덤을 만들었나"라고 물었다. 그러자 머슴들은 "무덤이 아니라 움막"이라고 반박했고, 이규보는 다시 "무엇을 위해 지었나"라고 질문했다.
머슴들은 "겨울에 화초나 과일을 저장하기 좋고, 부인들이 추운 겨울에 이 곳에서 길쌈을 하면 손이 얼어터지지 않으니 참 좋다"고 말했다.
이규보는 다짜고짜 화를 냈다. 그는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추운 것은 사계절의 한결같은 이치며, 만일 이에 반하면 괴이한 일이된다"며 "옛 성인이 만든 제도는 추우면 갖옷(짐승 가죽으로 만든 옷)을 입고 더우면 베옷(천으로 만든 옷)을 입도록 마련했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람은 뱀이나 두꺼비가 아닌데 겨울에 굴에 엎드려 지낸다는 것은 이보다 상서롭지 않은 것이 없다"며 "길쌈은 제 때가 있는데 하필 겨울에 하느냐"고 되물었다. 또 "철을 어긴 물건을 만들어 때에 맞지 않게 즐긴다면 이는 하늘의 권리를 빼앗는 일"이라고까지 했다. 그러면서 "모두 내 뜻에 맞지 않는다"며 "너희가 빨리 헐어버리지 않는다면, 용서하지 않고 때리겠다"고 협박했다.
현대인의 관점에서 보면 참으로 황당한 궤변이다. 추운 겨울에 가죽옷을 입어 몸을 따뜻하게 하는 건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는 것이 아니고, 추위를 막아주는 공간을 만드는 건 그렇다는 논리다. 이규보의 논리대로라면 자연에 적응하고 생존을 위해 환경을 변화시키는 시도는 모두 잘못된 것이다.
그러나 반전이 있었다. 이규보는 머슴들이 집을 헐은 뒤의 상황을 이렇게 적었다. "그 재목을 땔감으로 쓴 뒤에야 마음이 비로소 편안해졌다." 움집을 허물고 나온 나뭇가지를 자기 방 온돌을 덥히는 땔감으로 쓰니 안심했다는 의미다. 머슴들이 따뜻한 공간을 만드는 것은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는 것이고, 자기방을 따뜻하게 하는 것은 아니란 말인가. 주장이 일관성도 없고, 어찌보면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다.
![[김세희의 정치사기] 고려 재상 이규보를 통해 본 송영길·최강욱의 `내로남불`](http://contents.dt.co.kr/images/202311/2023113002109958038005[2].jpg "[김세희의 정치사기] 고려 재상 이규보를 통해 본 송영길·최강욱의 `내로남불`")
그러나 마음에 와닿진 않는다. 송 전 대표는 5선 의원과 인천시장을 지내며 20년 넘게 억대 연봉을 받아왔다. 30대에 의원 배지를 달고 40대에 인천시장을 했다. 5·18행사 전날 같은 386세대 정치인들과 유흥주점에서 술을 마셔 논란이 된 '새천년NHK'사건은 그를 23년 내내 따라다닌다.
참으로 황당하다. 자신의 정치 권력을 쥐면 '새 바람'이고 남이 하면 어린 놈인가. 본인이 고액연봉을 받는 것은 정당한 일이고, 타인이 재산이 많으면 부정한 일인가. 세상이 온통 자기중심주의다.
![[김세희의 정치사기] 고려 재상 이규보를 통해 본 송영길·최강욱의 `내로남불`](http://contents.dt.co.kr/images/202311/2023113002109958038005[3].jpg "[김세희의 정치사기] 고려 재상 이규보를 통해 본 송영길·최강욱의 `내로남불`")
자신의 '암컷' 발언이 계속 화두에 오르고, 비판을 받는 게 달갑지 않다는 뉘앙스가 느껴진다. 그 동안 정부와 언론, 여당을 향해 거침없이 비판·비난의 말들을 해온 자신을 되돌아봤으면 좋겠다. 자신이 쏟아내는 비판은 정당하고, 자신을 향한 비판은 견디기 힘들다는 것인가.
더구나 이중잣대를 보인 적도 있다. 최 전 의원은 이재명 대표의 '무기한 단식투쟁'에 대해 '웰빙 단식', '출퇴근 단식'이라는 비판이 쏟아져 나오자 '한 사람이 곡기를 끊었으면 최소한의 예의나 성찰이 있어야지 그런 식으로 비아냥대고 그럴 일은 아니다'라며 대응했다. 그러나 과거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의 단식을 두고는 칼럼을 통해 '아첨을 위한 단식'이라고 조롱했다.
고려시대를 살았던 이규보,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송영길·최강욱, 내로남불의 전형을 보여주는 정치인들이다.
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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