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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의 장막` 연 美외교 거목… 헨리 키신저 100세로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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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퐁외교'로 美中수교 주역
격변의 냉전기 커다란 족적
29일(현지시간) 100세를 일기로 별세한 헨리 키신저(사진) 전 미국 국무장관은 냉전 시기 미국 외교와 세계질서 재편을 이끈 국제 외교계의 '거두(巨頭)'였다.

그는 1972년 당시 이른바 '핑퐁외교'로 닉슨 대통령과 마오쩌둥 중국 공산당 주석 간 정상회담을 성사시켜 미·중 수교의 토대를 닦았다. 또한 구소련과는 데탕트(detente·긴장완화)를 조성하는 등 격변하는 냉전기의 현대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거인이었다.

미국 내에선 존 F.케네디 전 대통령부터 현직인 조 바이든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12명의 전·현직 대통령에게 외교정책을 조언해왔다. 특히,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리처드 닉슨 행정부와 제럴드 포드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 국무장관 등을 역임하며, 미국의 외교정책을 이끌었다.

키신저는 한반도 문제에선 남·북한과 미국, 중국이 참여하는 '4자 회담' 구상을 내놨다. 그는 지난 1975년 9월 제30차 유엔총회에서 한반도 긴장완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4자 회담 개최를 공식 제안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키신저 전 장관은 냉전의 역사를 조형한 인물"이라며 "전후 가장 강력한 국무 장관으로서 그의 업적은 추앙과 매도를 동시에 받는 복합적 유산"이라고 평가했다.

독일계 유대인 출신인 키신저는 1923년 5월 27일 독일 바이에른주 퓌르트에서 태어났다. 나치의 유대인 박해를 피해 1938년 가족과 함께 영국 런던을 거쳐 미국 뉴욕으로 이주했다. 뉴욕 시티칼리지에서 회계학을 전공하던 1943년 미 육군에 징집됐으며, 1950년 하버드대에서 정치학 학사 학위를, 1951년과 54년에 각각 같은 대학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하버드대 전임강사와 정치학 교수로 몸담으면서 1958년 국제문제센터를 공동 설립했고, 미국외교협회(CFR)와 랜드연구소를 비롯한 싱크탱크와 미 국무부 등의 컨설턴트 등으로 활약했다.

학자에서 외교관으로 노선을 바꾼 키신저는 닉슨 행정부에서 1969년 1월 국가안보보좌관, 1973년 9월에는 제56대 국무장관을 맡아 한동안 두 직을 겸직했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임한 닉슨 대통령의 뒤를 이어 대통령이 된 포드가 그를 받아들였다.

키신저는 1971년 두 차례의 중국 방문을 통해 저우언라이 당시 중국 총리와 회담을 가졌고, 이는 이듬해 2월 닉슨 대통령의 방중 및 마오쩌둥 주석과의 미중 정상회담으로 이어졌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후 23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과 중국이 적대관계를 털고, 관계개선에 나선 것이다.

키신저의 방중과 미중 정상회담에 앞서 미국 탁구대표팀이 중국을 방문해 친선게임을 벌인 1971년 4월 이른바 '핑퐁 외교'가 양국간 화해·교류의 물꼬를 텄다. 미중은 양국 정상의 회담 이후 상호 연락사무소 개설을 거쳐 1979년 공식 수교에 골인했다.

키신저는 소련과는 데탕트 전략의 일환으로 1969년부터 전략무기제한협정(SALT I) 협상을 주도, 1972년 협정을 체결했다. 키신저는 국무장관 퇴임 이후에도 저술과 강연 등을 통해 미 외교정책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쳤다. 고령의 나이에도 국제 컨설팅 회사인 '키신저 어소시에이츠' 회장을 지낸 것을 비롯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CFR, 애틀랜틱 카운슬 등의 멤버로도 활동했다. 각국의 각계 인사들에게 '외교 멘토'로서의 역할도 이어갔다.

그는 퇴임 이후에도 여러 차례 중국을 오가며 가교 역할을 이어갔다. 반도체 패권을 두고 미중간 갈등이 한창이던 지난 7월에도 중국을 깜짝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났다. 시 주석은 1970년대 미중 양국 사이에서 '핑퐁외교'를 주도한 키신저에게 "'라오 펑유'(老朋友·오랜 친구라는 뜻)"로 표현했다.

키신저는 반전단체나 인권단체 등으로부터 '전범'이란 비난을 받기도 했다. 베트남전 종식 노력과 관련해 노벨평화상을 받았지만, 노벨평화상 심사위원 2명이 휴전협상 중 하노이에 폭격을 명령한 키신저에게 평화상을 주는 것에 반대한다며 사퇴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죽의 장막` 연 美외교 거목… 헨리 키신저 100세로 별세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향년 100세로 29일(현지시간) 미국 코네티컷주(州)의 자택에서 타계했다. 사진은 지난 1998년 1월 22일 태국 수도 방콕에서 열린 미국상공회의소 주최 오찬에서 연설하는 모습. [워싱턴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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