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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고객이 `네` 했다고 은행 면책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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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수십 장짜리를 상품설명서를 보면 눈에 안 들어오고 안 읽힌다. 그런 상품들을 팔면서 질문을 하고 그대로 '네, 네'라고 답변했다고 해서 책임이 없는 건 아니다."(금감원·자산운용사 CEO 간담회)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9일 은행 프라이빗뱅커(PB) 등 일선 행원들의 영업행태에 대해 비판했다.

내년 상반기 도래하는 KB국민·신한·NH농협·하나·우리 등 5대 은행의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만기 물량은 총 8조4100억원. 홍콩H지수가 신통치 않은 흐름을 보이고 있어 업계는 3조원대 손실이 예상하고 있다. 내년 4월 총선과 맞물린다면 윤석열 정부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는 사안이다.

이날 이 원장은 ELS 상품 손실에 대한 금융사의 보상 필요성을 지지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 원장은 "(금융사와 소비자 간) 어떤 책임 분담 기준을 만드는 것이 적절한 것 아니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연내 기초 사실관계를 좀 파악하려고 노력 중인데, 일부 민원이나 분쟁 조정 예상 상황들이 있다"고 했다.

이처럼 금감원이 최근 실시하고 있는 은행·증권사 ELS 전수조사는 "상품 권유 행태가 애초에 적절했는지" 여부에 초점을 두고 있다.

예를 들어 '다소 원금 손실이 나더라도 여유 자금이 있으니까 수익이 크게 나도록 운용해달라'는 고객 요청이 있을 때 목적에 맞는 상품을 권유했는지, 반대의 경우에는 어땠는지 등 적합성 원칙 기준을 세우고 이에 맞춰 다시 한 번 살펴봐 달라는 요청이다. 고객의 입장과 상황을 고려한 영업이 우선돼야하는데, 상품만 일방적으로 판매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원장도 "80~90세까지 넣어둘 노후 생계자금인데 투자 권유 행위로 원금손실이 발생한 경우는 다르다"며 "고객이 '정기예금에 들었으면 좋겠다' 했는데 창구에서 '요새 금리가 낮아서 정기예금 1%대밖에 안 되니까 원금 손실 걱정 말고 이 상품에 가입해보세요. 이거 최근 5년 동안 손실 난 적도 없어요'라며 가입을 유도 했다면 새롭게 봐야할 문제다"고 설명했다.

이는 상품을 설명한 사실을 녹취하거나 서류로 남겨놓은 금융사의 대비책이 "책임회피용 아니냐"는 지적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원장은 애초에 은행의 영업행태에 의문을 던졌다. 홍콩H지수 ELS의 시중은행 쏠림현상은 핵심성과지표(KPI)를 따라 공격적으로 영업을 진행한 결과라는 입장도 내비쳤다. KPI가 본사의 영업 지침인 만큼 영업을 유도한 사실이 있다면, 일선 행원과 경영진의 책임 논란도 피하기 어렵다. 과거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시즌2'인 셈이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이 불완전판매를 가려냈던 기존 방식을 벗어나 원죄를 들여다 보려하고 있어 "ELS를 판매하지 말라는 것이냐'는 식의 볼멘소리도 나온다.

업계는 불완전판매를 고려해 대비책을 세웠으나 억울하다는 입장을 호소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앞서 홍콩H지수가 폭락한 것을 보고, 상품 설명의무가 대폭 강화돼 자체적인 투자설명 기준을 세우고 이에 잘 따랐을 것"이라며 "상품을 기준에 따라 판매한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고, 설명을 제대로 했는지 여부도 가려내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경렬기자 iam10@dt.co.kr

이복현 "고객이 `네` 했다고 은행 면책 안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감원-자산운용사 CEO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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