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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균 칼럼] 스멀스멀 살아나는 新관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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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균 국장대우 금융부동산부장
[김화균 칼럼] 스멀스멀 살아나는 新관치 그림자
"우리나라에는 절대 불사신 3가지가 있다는데?"

얼마 전 한 모임에서 관료 출신 인사가 농반진반 던진 질문이다. 답은 바퀴벌레, 골프핸디캡, 그리고 모피아라고 했다.

바퀴벌레는 그 강한 번식력과 기적에 가까운 생존력이 입증된 해충이다. 지난 8월에는 중국에서 수천m 상공을 날던 비행기 창문에 바퀴벌레가 매달린 채 고도를 견디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공개돼 충격을 주기도 했다. 골프 핸디캡도 마찬가지. 18개 홀을 돌다보면 숨은 핸디캡은 바퀴벌레 같이 어김없이 스멀스멀 기어나온다. '연습이 왕'(Practice makes perpect)이라고 외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 역시 이 핸디캡을 끝내 이겨내지 못했다.

마지막 답은 좀 더 현실적이다. 관피아(관료+마피아), 그 중 특히 모피아(재무부 관료+마피아)란다. 과거 재무부 공무원들의 인적 네트워크다. 요즘에는 '금피아'(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로도 불린다. 모피아가 금피아로 변신했지만 그 끈끈함을 여전하다. 과거 재무부 출신으로 타 부처 장관을 지낸 한 인사는 "재무부에는 이른바 '3·3·3룰'이 있다. 퇴직 후 최초 3년간은 가장 좋은 곳에서 근무한다. 3년 후 후배에게 그 자리를 넘겨주고 차상위 자리로, 그리고 차차상위 보직으로 옮겨가는 게 관례"라고 했다. 꿀통에 꽂은 빨대를 대를 이어 쪽쪽 빠는 것이다.

물론 전설 같은 이야기다. 하지만 금융권 인사들의 전언을 종합하면 모피아의 강하고 끈끈한 네트워크는 여전히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모피아의 가장 강력한 도구는 이른바 인사를 통한 '관치'다. '시장의 조율자' '관(官)은 치(治)한다'…. 숱한 미사여구 속에 관치는 모피아와 함께 그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왔다. 문재인 정부 시절 공정거래위원장을 지낸 김상조 전 한성대 교수는 과거 언론 기고문을 통해 "우국충정은 온데 간데 없고, 사익을 좆는 패거리 문화만 남았다. 한국 사회의 퇴화를 증명하는 가장 확실한 증거가 바로 관치금융의 저급화라고 단언한다"고 모피아를 직격했다.

이른바 '상생금융 시즌2'를 둘러싸고 금융권에 '신(新)관치'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을 수시로 공개 소집(?)하면서부터다. 김 위원장 등은 지난 22일 KB금융 양종희·신한금융 진옥동·하나금융 함영주·우리금융 임종룡·NH농협금융 이석준 회장을 비롯 8대 금융지주 회장을 모았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업계 스스로 국민들의 기대수준에 부합하는 지원방안을 마련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국민의 기대수준'은 2조원으로 관측된다.

일주일이 지난 27일에는 17개 은행장을 불러모았다. 외국계와 인터넷은행장들도 참석했다. '소상공인 대환대출 확대' 등 보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제시됐다. 앞으로 보험·증권·카드사 등 제2금융권 CEO의 줄소집도 예고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를 직접 숫자를 들이대고 압박하는 '구(舊)관치'에서 진화한 '에둘러 문제의 경향을 알려주고 간접적으로 문제풀기를 압박하는 신관치의 전형'이라고 평가한다.
금융당국은 부인한다. 김주현 위원장은 "(신관치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에) 금융 시장이 급변하는 만큼 상황에 따른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 필요에 따라선 면도칼 같이 정교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를 위해선 당국과 금융사들이 서로 생각하는 것을 나눌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하다.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을 관치라고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속사정도 있다. '표 근육'을 자랑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안, 이른바 '횡재세법'을 밀어붙이고 있는 '급박한 상황'이다. 여당과 정부는 반대하고 이복현 원장은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격'이라고까지 반박하고 나섰다. 그럼에도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소위는 28일 법안 심사에 돌입했다.

금융권은 사정은 이해하지만 풀어가는 방식에서 관치의 그늘을 지울수 없다고 평가한다. 금융권 한 인사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한국의 관치를 대표적인 위해 요소로 판단하고 있는 상황에서 처리 방식이 너무 단선적"이라고 말했다. 다른 인사는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를 불러모으는 것 자체가 관치쇼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시대는 변했고 관치의 힘도 예전만 못하다. 이번 상생금융 시즌2의 지향점도 명확하다. 바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 취약 계층 보호차원이다. 하지만 좀 더 세련된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윤석열 대통령의 '(은행의) 종노릇' 발언에 화들짝 놀라 습관처럼 과잉 충성 경쟁에 나선 건 아닌지.

김화균 국장대우 금융부동산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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