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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위안부 항소심 日배상 판결, `제2징용공 파문` 돼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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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위안부 항소심 日배상 판결, `제2징용공 파문` 돼선 안 된다
위안부 피해자들이 국내 법원에 제기한 2차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23일 항소심 재판부가 일본 정부에 청구 금액인 2억원씩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주권 국가인 일본에 다른 나라의 재판권이 면제된다는 이유로 '각하' 판단한 1심을 뒤집은 것이다. 연합뉴스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배상을 청구한 항소심에서 1심을 뒤집고 일본 정부가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33부(구회근 황성미 허익수 부장판사)는 23일 이용수 할머니와 고(故) 곽예남·김복동 할머니 유족 등 16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1심의 각하 판결을 취소하고 1인당 2억원의 청구금액을 인정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2021년 4월 주권 국가인 일본에 다른 나라의 재판권이 면제된다는 '국가면제'(주권면제) 원칙을 들어 소송을 각하했었다.

항소심 결과는 피고인 일본 정부가 대응하지 않으면 그대로 확정 판결이 된다. 이번 소송을 대리한 민변은 "강제집행 등의 절차에 대해 열어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위안부 피해 배상 판결이 확정될 경우 '제2의 징용공 사태'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다. 2018년 10월 대법원은 일제 징용공 원고들에게 일본 기업들이 배상하라고 판결함으로써 한일간 심각한 외교적 갈등을 초래했다. 일본 정부는 한일 정부와 국민간의 청구권은 1965년 한일협정으로 최종 해결됐다는 입장이다. 일본 정부는 2019년 문재인 정부가 이 문제를 방치하고 법원이 국내 일본기업의 자산을 현금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대한(對韓) 수출규제에 나섰다. 문 정부는 그에 대응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를 선언하는 등 한일관계는 극도로 악화됐다. 한일관계가 정상화의 물꼬를 튼 것은 윤석열 정부 들어 징용공 문제를 제3자 대위변제하는 해법을 내놓으면서다.


이번 판결은 한일관계에 새로운 악재가 될 수 있다. 재판부는 반인도적 범죄행위는 재판할 수 있다는 국제관습법을 제시했다. 그것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못지않게 주권국가를 피고로 타국 법원이 재판을 하지 않는다는 사법자제의 원칙이 국제법상 통념이자 현실인 것도 사실이다. 우리 정부도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지원에 손 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 박근혜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사과한 고노담화를 재확인하고 일본 정부가 출연토록 해 위안부기금을 만들었다. 이번 판결로 윤석열 정부에 일본 정부와 협의해 위안부 피해자 배상 해법을 마련해야 할 새로운 과제가 던져졌다.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일본 정부의 배상 판결이 '제2징용공 파문'이 돼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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