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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인증제, 작은 변화가 큰 혁신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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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산업기술진흥협회 산업기술혁신연구원장
[기고] 인증제, 작은 변화가 큰 혁신 만든다
기업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사업화로 가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위기와 고난의 기간을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이라 표현한다. 2021년 기준 중소기업이 기술개발에 성공한 이후 사업화를 거쳐 매출까지 발생시킨 경우가 약 16%에 그쳤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중기중앙회가 진행한 2022 중소기업 기술통계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 기술개발 성공률은 평균 34.8%였으며, 사업화 성공률은 기술개발 성공건수의 46.4%로 나타났다. 10개의 기술 중 1.6개만이 겨우 시장의 문턱을 넘은 것이다. 제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라도 시장에 안착하지 못하면 곧 사장되고 만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는 다양한 정책으로 새로운 기술의 시장 진출을 지원하고 있으며, 대표적 제도 중 하나가 '신기술·신제품 인증제도'(NET·NEP, New Excellent Technology·Product)이다. NET·NEP 인증제도는 아직 사업화가 되지 않은 신기술과 사업화 초기단계의 신제품에 대해 정부가 그 우수성을 인증하는 제도다.

기술성과 경제성, 품질관리체계까지 철저하게 심사하기에 지난 5년간 NET 신청기업 중 16.3%, NEP 신청기업은 12.5%만이 인증을 통과할 수 있었다. 이들 기업에 공공기관 우선구매라는 인센티브를 부여해 기술사업화와 초기시장 진출을 돕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정책의 효과는 확실하다. 지난해 인증 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NET 인증 기업들은 인증 전에 비해 1.2배 이상 매출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NEP 인증 기업 매출의 43.3%를 NEP 인증 제품이 창출하고 있을 정도로 비중이 컸다.

각각의 기술과 제품들은 해외시장에서도 그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일례로 가스 누출과 전기 방전을 찾아내는 초음파 카메라를 개발한 기업은 NEP 인증 이후 캐나다, 중국에 진출해 연 48억원에 달하는 수출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또한, NET·NEP 인증제도는 기업의 연구·개발(R&D) 재투자를 유인하는 성과도 보이고 있다. 인증 이후 R&D 투자 규모를 NET 인증 기업은 1.5배, NEP 인증 기업은 2.4배 가량 늘린 것이다. 신기술과 신제품을 개발하여 창출된 수익을 다시 R&D에 재투자하는 '기술혁신의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

이처럼 성과가 확실한 제도는 약간의 개선만으로도 더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조달청의 '우수제품제도'와 NET·NEP 인증을 연계해볼 수 있다. 이 제도는 기술 및 품질이 우수한 제품의 판로 개척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다. 현재 NET·NEP 인증 기술과 제품은 우수 제품이 될 수 있는 신청 자격만 주어질 뿐 또다시 서류심사를 거쳐야 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유사한 심사를 두 번이나 받아야 하기에 행정적 부담 뿐만 아니라 적절한 시기에 시장진출 기회를 놓칠 수 있는 부담을 지게 된다. 이미 우수성이 입증된 기술과 제품에 대해 유사한 심사절차를 면제하거나 단축한다면, 시장 내 입지를 굳건히 다질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될 것이다.

장기 저성장 시대에는 산업계 내 기술혁신의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기업의 R&D 활성화를 이끄는 정책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NET·NEP 인증 기업처럼 이미 R&D 우수성이 확인된 기업의 국내외 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돕고 지원하기 위해서 작지만 커다란 혁신을 불러올 수 있는 정부 정책의 세심함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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