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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실의 서가] 늦게 핀 사랑, 한국판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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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와 춤을
정다경 지음/다산글방 펴냄
[논설실의 서가] 늦게 핀 사랑, 한국판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인스턴트 연애시대에 상사화 사랑은 구식이다. 이뤄질 수 없거나 평행선 로맨스는 쓰지만 여운이 깊다. 그런 연애소설이 드문 요즘 전혀 뜻밖의 작가가 독자들을 환기한다. 책은 20대 초에 미팅에서 인연이 돼 40년 만남과 헤어짐을 거듭하다 종국에는 신선하고 파격적인 결말에 이른다는 남녀 사랑이야기다.

소설은 60대에 접어든 우민이란 사내가 스무 살 첫사랑 민정과 재회하면서 만남과 작별을 반복했던 과거를 회고하면서 시작한다. 특별할 것 없는 역정이다. 보통 연애사다. 그러나 남다른 데가 있다. 작품은 작가의 데뷔작인데, 그런 만큼 '순애보적 장치'를 곳곳에 놓아두었다. 다음과 같은 표현은 도제식이지만 요즘 '인공지능 식 제품들'에서 느낄 수 없는 사람냄새가 배어있다. "가끔 그녀의 손을 스치듯 잡으면 가만히 있다가도 손에 힘을 조금 쥐어 꼭 잡으면 약간 눈을 흘기는 듯하며 슬며시 빼기도 하고, 어깨를 가볍게 감싸 안으면 여인의 향이 아련하게 전해오는 듯해 가슴이 설레기도 하고, 한번 안아 보고 싶은 충동이 생기기도 하였다."


이 소설이 갖는 또다른 차별점은 실명 같은 주인공 설정과 실제 배경이 픽션의 스토리와 중첩돼 마치 다큐같은 실감을 준다는 것이다. 서울대 법대생(우민), 성심여대생(경희=민정), 춘천 봉의산, 카페 이디오피아 등과 같은 실재와 한일외교협상, 파독 광부와 간호사 같은 시대상이 제시되면서 개발연대 근·현대화 과정의 청춘 상을 보여 주려한 작가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정다경은 전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차관보와 통계청장 등을 역임한 정재룡 전 청장의 필명이다. 학창시절(경기고, 서울법대)부터 문학소년이었던 그는 지순지애 연애소설을 써보는 것이 버킷리스트의 하나였다고 한다. 정 전 청장은 청년 시절부터 노년까지 이어지는 남녀의 연애 이야기를 통해 실버 세대가 처한 가정에서의 위치와 애정전선을 가늠해 보고 싶었다는 것이다. 불륜을 말하려는 게 아니다. 단언컨대 늦게 핀 사랑 이야기는 더 아름답다. 한국판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라 할 수 있다. 이규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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