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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희의 정치사기] `조국의 강`은 아직도 흐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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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희의 정치사기] `조국의 강`은 아직도 흐르는가
<조선왕조실록> 35권 세조 11년(1465년) 3월 17일, 과거 시험 답안지를 조카의 것과 바꿔치기했다가 적발된 전주 판관 현득리가 처벌받는 내용이 담겨 있다.<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데이터베이스>

조선 세조 시기, 전주 판관을 역임하던 현득리라는 인물이 있었다. 그는 외조카 유양춘과 함께 과거에 응시했다. 조카보다 학문실력이 떨어졌던 현득리는 순간 꾀를 냈다. 시험 답안지의 표지와 색깔을 조카의 것과 똑같이 만들어 몰래 바꿔치기 하는 방법이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현득리는 합격했고 유양춘은 낙제했다.

당시 시험 감독관이었던 김수령은 이런 결과를 납득할 수 없었다. 김수령은 유양춘의 학문 실력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결국 유양춘의 답안지를 다시 확인해보니, 그가 쓴 글이 아님을 직감했다. 김수령은 유양춘을 불러 이같은 사실을 전했고, 유양춘은 삼촌에 대한 배신감으로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어렸을 때부터 자신을 돌봐준 사람이 그런 짓을 저지를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외할머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결국 유양춘은 도승지 노사신에게 삼촌의 만행을 알렸다. 노사신은 세조에게 이 사실을 보고했고, 세조는 사헌문에 명을 내려 현득리를 국문하게 했다. 유양춘은 재판정에서 현득리를 만나 힐난했고, 현득리는 거듭 자신의 범행을 부정했다. 수사 결과 진실이 밝혀졌다. 현득리는 홍패(문과의 회시에 급제한 사람에게 내어 주던 증서)를 빼앗겼고, 합격이 취소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인 조민. 민정수석이었던 아버지가 지난 2019년 8월 법무부 장관으로 내정된 후, 그를 향한 여러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조민은 한영외국어고등학교, 고려대학교 생명과학 환경생태공학부를 졸업하고 부산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에 재학 중이었다.

의혹은 대부분 논문 저자 부당 등재, 자기소개서 허위 경력 등 입학스펙과 관련된 것들이었다. 급기가 '부모찬스'논란으로까지 번졌다. '조국사태'라는 네이밍이 붙었고, 진실을 가리기 위한 2년 5개월여 간의 지리한 검찰수사가 진행됐다. 조민에겐 입시 비리와 관련된 7가지 혐의가 붙었다. 이른바 '7대 허위 스펙'으로 불리는 △단국대 의과학연구소 인턴 확인서 △공주대 생명공학연구소 인턴 확인서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의 인턴 확인서 △부산 아쿠아팰리스호텔 실습 및 인턴 확인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인턴 확인서 △동양대 총장 표창장 △동양대 어학교육원 보조연구원 등이다. 모두 대학과 의전원에 입학하기 위해 활용된 스펙이며, 어머니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아버지 조 전 장관(서울대 전 교수)이 일부 개입됐다. 대법원 판결결과, 전부 허위로 밝혀졌고 유죄가 확정됐다. 고려대와 부산대 의전원은 이후 조민의 입학을 취소했다.

딸이 허위 스펙 쌓기에 관여한 조 전 장관도 해당 혐의 등이 유죄로 인정, 지난 1월 1심 재판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현재 조 전 장관은 진행 중인 항소심에서 입시 비리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그런 그가 지난 6일 아주 놀라운 발언을 했다. 한 유튜브에 나와 총선에 출마할 수도 있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관련 질문에 그는 "법률적 해명이 안 받아들여진다면 비법률적 방식으로 명예를 회복하는 길을 찾아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내 귀를 의심했다. 총선에서 당선되면 자녀 입시 비리 등에 대한 징역 선고는 무의미해지고, '조국 사태' 이전 '잘 나가던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는 소리로 들린다. 사법의 향배에 앞서 비양심적이다. 비리 혐의로 국민의 비판을 받은 사람의 입에서 할 말은 아니다. 모든 자식 가진 부모가 그런 반칙을 쓰진 않는다.

더구나 국회가 공권력의 힘이 미치지 못해 범죄자들이 도망치는 소도인가.국회는 불공정과 반칙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법을 만드는 입법의 공간이다. 그런 공간에 또 다시 '조국의 강'이 흐를까 걱정이 된다.

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김세희의 정치사기] `조국의 강`은 아직도 흐르는가
'자녀 입시 비리·감찰 무마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2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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