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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DT인] 변호사가 타워크레인에 왜 올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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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상황 직접 확인하려 '공포의 경험'… 원유유출 한복판 뛰어다니기도
전세사기 세입자에 보증금 찾아줬을땐 뿌듯… "소송이 능사는 아닙니다"
[오늘의 DT인] 변호사가 타워크레인에 왜 올라가
김문수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



'건설부동산 전문' 법무법인 동인 김문수 변호사

"올해 초에는 전라북도 군산에서 타워크레인 위에도 올라가봤습니다. 크레인 손상 관련 손해배상 소송을 맡았는데, 직접 피해 상황을 확인해야 했기 때문에 올라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당연히 겁났죠.(웃음)"

변호사라고 하면 영화나 드라마에서 종종 풀 정장 차림으로 법정에서 열변을 토하는 모습을 상상하기 마련이다. 건설부동산 전문 변호사 역시 법정 출석시에는 정장이겠지만, 현장조사에는 종종 구두가 아닌 운동화를 신고 나선다는 설명부터 인터뷰는 시작됐다.

김문수(42·사진)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보다 더 다양하고 많은 사건을 접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품고 올해 국내 10위 로펌으로 둥지를 옮겼다. 전문 분야는 건설부동산 쪽이다. 초년 변호사 시절을 국내 굴지의 로펌인 법무법인 율촌의 건설부동산그룹에서 시작한터라 자연스럽게 자신의 전문 분야가 정해졌다고 전했다.

물론 막연히 '건설부동산 전문'이라고 하기에는 분야가 너무도 다양하다. 부동산 개발사업부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건설공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사대금 및 추가공사대금 분쟁은 물론 입주자 하자소송에 분양금 반환소송까지 방대하다. 여기에 안전이나 인사관리 등 고객사 내부 문제 등에 대한 의뢰도 적지 않아 그야말로 전방위 '마크'가 가능하도록 늘 갈고 닦아야 하는 직업이라는 설명이 이어진다.

율촌에서 본격적으로 변호사로의 길을 걷기 전에는 공익법무관으로 검찰청 및 법률구조공단에서 경험을 쌓았고, 국선변호 업무도 적지 않게 해왔다.

일반 기업의 사내변호사로도 일했다. 국내 4대 정유사 중 한 곳인 에쓰오일이었다. 그는 재직 당시 터진 큰 사건 덕분에 변호 실력(?)이 부쩍 향상됐다며 이제는 웃으며 언급할 수 있을 정도라고 말한다. 김 변호사는 2014년 울산공장 원유유출 사고의 한복판에서 뛰어다녔다. 원유 저장탱크에서 14만 배럴 이상의 기름이 누출됐던 대형 사고였다. 당시 CEO(최고경영자)가 현장을 진두 지휘할 정도로 회사가 초긴장 모드였고, 김 변호사 역시 현지 공장 기숙사에서 한달 반을 지내야 했을 정도로 사고 수습에 눈코뜰새없는 나날을 보냈다.


김 변호사는 "5년반동안 에쓰오일에서 사내변호사로 근무하면서 주유소 관련 소송과 더불어 굵직한 사건들도 많이 만났다"며 "정유사들의 담합 혐의로 인한 공정거래법 사건이 있었는데, 이를 변호하는 과정에서 정유사업의 구조나 업계의 특성 등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회고했다.
최근 몇년 전부터는 건설부동산업계 이슈가 유독 많고, 특히 하자소송과 공사비 분쟁이 끊이질 않는 편이라는 설명이 이어진다. 맡았던 사건 중에는 황당한 전세사기 관련 소송도 있었다. 세입자의 개인정보를 알고 있는 집주인이 몰래 세입자 주소를 자신의 집으로 전입 신고한 뒤, 세입자의 보증금이 묶여있던 전세집은 근저당권을 설정했던 황당한 사건이었다.

그는 "어느 날 갑자기 전세집 경매가 들어와서 알아보니 집주인이 독단으로 세입자를 전출시켜 임차인의 대항력이 말소된 사건이었다"며 "당시 임대인이 잠적까지 했던 건이지만, 경매를 중단시키고 행정심판을 제기해 전입신고를 취소시켰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세보증금 선순위가 되살아난 세입자는 경매에 참여해 최우선변제권으로 보증금 3억원을 환수할 수 있었다"며 "개인적으로도 뿌듯한 결과였다"고 덧붙였다.

하자소송의 경우 과거에는 사용상이나 미관상 하자 관련 이슈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인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건 등으로 건물의 구조적인 하자에 관심이 부각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대형 건설사가 시공을 맡은 단지에서도 분쟁의 여지가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소송으로 가기 전까지 충분한 검토가 필수라고 조언한다. 하자소송을 통해 손해배상이 인정된 후에는 시공사 등이 더이상 하자보수를 진행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시공사에서는 되려 입주자 측에 소송을 진행토록 유도하는 경우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소송이 능사는 아니다. 원가변동에 따라 하자보수가 손해배상 인정 비용을 초과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법 전문가 및 하자진단 전문업체 등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서 소송이 유리할지 판단해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가 인상 관련 분쟁은 공사비 소송에도 발생하고 있다. 최근 공사 현장의 공사비 증액 관련 소송을 맡고 있다는 그는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공사비 인상을 시행사가 어디까지 인정해줄지를 둘러싸고 첨예한 다툼이 많다"며 "공사 중간에 시공사를 바꾸는 등의 극단적인 결정까지 나오면 오히려 비용이 더 불어나거나 공사기간이 늘어나는 등 리스크가 커져 조정하는 경우가 많지만 최근에는 소송도 적지 않은 편"이라고 전했다.

이미연기자 enero2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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