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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철 칼럼] 부동산 PF의 `인질`이 된 추경호 경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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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철 신문총괄 에디터
[강현철 칼럼] 부동산 PF의 `인질`이 된 추경호 경제팀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구조조정 과정에서 '이익의 사유화와 손실의 사회화'를 어떻게 방지하느냐가 사회적으로 큰 이슈였다. 위기의 원인을 제공한 부실 대기업이나 금융기관들을 파산시킬 경우 경제에 미칠 영향이 워낙 커 혈세를 투입해 살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정책 당국자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이른바 '대마불사(too big too fail)' 문제다.

그때 만들어진 기준이 바로 "국민들이 납득할만한 자구노력을 먼저 실시한 후에야 정부 지원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이런 원칙이 세워진 후 개별 기업이나 금융사들이 손실은 국민들에게 메우게 하고, 이익은 자기들이 모두 챙기는 '모럴 해저드'를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었다.

최근 우리 경제에 또다시 위기의 그림자가 스멀거리면서 과거의 사례를 소환하고 있다."사람은 누구나 결국 한번은 죽는 것 같이 경제위기는 반드시 발생하게 돼있다"는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말처럼 1997년이나 2008년 같은 대규모는 아니더라도 소규모 위기는 불가피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그 핵심엔 문재인 정권을 쓰려뜨렸던 부동산 문제,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의 부실이 자리잡고 있다.

추경호 경제팀은 부동산 PF발 위기를 피하기 위해 총력을 경주,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고 있다. 주택가격 급락을 막기 위해 각종 규제를 없애고, 분양가 상한제도 거둬들였다. 지난 '9.26 대책'에선 PF 사업장에 대한 공적보증기관 보증규모를 15조원에서 25조원으로 확대하고, 7조2000억원 이상의 정책금융도 투입키로 했다. 제2금융권 부동산 PF 사업 정상화를 위해 5000억원 규모의 배드뱅크 조성도 추진하고 있다.

이같은 부동산 시장 연착륙 정책엔 기본적으로 찬성이다. 하지만 정부 지원에는 과거 쓰라린 경험에서 얻었던 "부실 기업엔 먼저 책임을 묻는다"는 원칙이 전제돼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들도 납득할 수 있다. 그러나 자구노력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거시 경제 건전성을 이유로 정부가 부동산 PF의 인질이 된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부동산 시장이 흥청망청했을때 건설사들은 PF를 활용해 '떼돈'을 벌었다. 증권사들도 관련 직원들이 수억에서 수십억원의 보너스를 탈 정도로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그런데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부동산 가격이 조정을 보이면서 PF가 문제가 되자 국민들에게 손을 벌리는 형국이다. 전형적인 '이익의 사유화, 손실의 사회화'다.

게다가 대형 건설사나 증권사들의 올 실적은 정부가 앞장서 도와줘야 할 만큼 나쁜 것도 아니다. 윤 정부의 부동산 정책 목표는 건설사의 부도 방지인가, 서민 주택시장의 안정인가?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때마다 정부는 부동산 PF를 지원할 것인가?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부동산 PF가 유난히 문제가 되는 건 우리나라뿐이다. 개발 시행사가 자기 돈을 거의 안들이고도 사업을 할 수 있게끔 돼있기 때문이다. 시행사는 브릿지론으로 토지를 구입한 후 본PF 대출로 이를 상환하며, 수(受) 분양자의 자금으로 공사비를 충당한다. 본PF의 대출 금융사는 담보권을 온전하게 확보하기 어려워 시공사에 신용보강을 요구하게 된다. 부동산이 호황일때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불황일때는 PF가 부실화되면서 건설사와 금융사가 함께 흔들리는 구조다. 반면 미국의 경우 토지 매입시 시행사가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확보, 매입 자금을 모두 상환한 후에 대출기관으로부터 건설자금을 조달하는 구조여서 부동산 PF 부실이 발생하지 않는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부동산 PF 지원의 전제조건을 명확히 해 자구노력에 힘쓰도록 해야 한다. 또 이번 기회에 시행사의 자본요건을 강화하고 재무적 투자자들의 참여를 유도하며, 부동산금융이 발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제도적 개선책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하는 '자유주의'의 원칙은 '자율'과 '책임'이다. 개인이 사회 규범내에서 자유롭게 선택하고 행위할 수 있는 반면에 그 결과에 대해선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원리다. 이같은 원칙은 경제 정책에도 적용돼야 한다. 강현철기자 hc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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