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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근의 족집게로 문화집기] 확산되는 임영웅 주제파악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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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족집게로 문화집기] 확산되는 임영웅 주제파악 이슈
얼마 전 임영웅이 SBS '미운 우리 새끼'에 출연했을 때 '주제파악' 이야기가 등장했다. 서장훈이 "공연장을 키워서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 같은 곳에서 해야 할 것 같다"고 하자 임영웅은 "생각을 계속 하고 있는데 아직은 모자라지 않나 싶다"라고 했다. 그러자 프로그램이 '임영웅 주제파악 좀 해'라는 자막을 띄우며 그의 주제파악을 촉구한 것이다.

이 주제파악 이야기는 일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등장했다. 임영웅이 정규 1집을 낸 후 순회공연을 할 당시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몰려 표 구매가 거의 불가능해지는 파동이 일어났었다. 그게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며 임영웅이 주제파악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나타난 것이다.

당시 그가 올림픽 체조경기장이나 고척돔 같은 곳에서 공연하자, 슈퍼스타라는 자신의 주제를 너무나 모른다며 그의 주제에 걸맞게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이나 '대평원' 같은 곳을 공연장으로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여기서 특이한 건 일반 커뮤니티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는 점이다. 보통 어떤 가수의 공연은 팬들만의 관심사일 때가 많다. 일반 커뮤니티에선 특정 가수의 공연이 별로 언급되지 않는다. 그런데 임영웅의 순회공연에 대해선 여러 일반 커뮤니티에서 관심을 보였다. 그러더니 급기야 임영웅에게 거대 스타디움 공연을 촉구하는 이른바 '주제파악 요구' 운동까지 벌어지게 된 것이다.

임영웅 공연이 다수의 관심을 받는 국민 공연이라는 걸 말해주는 사례다. 그렇게 인터넷상에서 등장한 주제파악 요구가 지상파 예능에서까지 나올 정도로 임영웅 공연은 범국민적 관심사가 되고 있다.

요즘엔 심지어 일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임영웅 공연 표 판매를 국유화해서 추첨제로 하자는 주장까지 나온다. 물론 농담인데 임영웅 공연이 공공재라고 할 정도로 국민적 사안으로 인식된다는 이야기다.

최근 임영웅의 새로운 순회공연 서울 표 판매가 시작됐는데 370만 트래픽이 몰렸다. 대기자수는 62만 명을 찍었고 서버 마비와 함께 순식간에 매진됐다. 이게 특히 놀라운 건 총좌석수가 8만 4000석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매진이 나오기 힘든 대규모이지만 임영웅에겐 극히 적은 좌석수일 뿐이었다.

이 좌석수를 확보하기 위해 임영웅은 무려 6일 공연을 결정했다. 게다가 360도 개방형 무대까지 직접 기획했다. 공연장인 잠실 체조경기장은 일반 무대 공연시 1만석 정도 규모다. 그걸 개방형 무대로 바꿔서 1만 4000석으로 늘리고 6일 공연으로 총 8만 4000석을 확보한 것이다.

이 정도면 주제파악에 최선을 다 했다고 할 수 있다. 공연은 보통 2~3일 정도 진행한다. 6일 공연은 몸을 갈아 넣어야 한다고 할 정도로 힘든 일이다. 일반 무대에 비해 360도 개방형 무대도 역시 체력 소모가 더 크고 공연 준비 난이도도 올라갈 것이다. 그래도 임영웅은 한 석이라도 늘리기 위해 이런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인터넷상에선 임영웅의 주제파악이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이번 서울 공연 표 판매가 순식간에 매진됐으니 공연장이 임영웅의 인기에 비해 너무 작은 건 사실이다. 문제는 이것이 임영웅이 주제파악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경제대국 반열에 올랐으며 문화대국임을 자처하는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에, 지금 현재 대규모 공연장이 없다.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은 몇 년 간의 수리에 들어갔고, 상암 월드컵 경기장은 잔디 훼손 문제 때문에 공연 대관을 기피한다. 고척돔도 운동 관련 일정들 때문에 공연 대관이 힘든데, 대관한다 해도 2만석 정도 규모로 임영웅급 슈퍼스타의 주제파악엔 도움 되지 않는 크기다. 이렇게 공연장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임영웅 측에서 360도 개방형 무대 6일 공연이라는 고행의 길을 감수했을 것이다.

공연장은 대중문화의 기본 인프라다. 국내사가 주최하는 '아시아 아티스트 어워즈'가 올해엔 장소를 필리핀 아레나로 결정했는데 5만 명 규모의 실내 공연장이다. 이 기사를 접한 이들이 '한국엔 왜 이런 대형 시설이 없을까?'라고 의아해 했다. 케이팝이 제이팝을 제쳤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케이팝 업계는 일본의 공연 인프라를 부러워만 하는 처지다.경제대국, 문화대국을 자처하려면 기본 시설부터 제대로 구축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국민이 원하는 임영웅의 주제파악도 수월해지고 케이팝 업계도 보다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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