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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성패, 데이터에 달렸다] 탄소 데이터 수집만 수천만원… 기업들 "공시 1년이상 연기"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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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한 데이터 분량·비용까지
국가·기업간 세부기준도 제각각
"2025년 시행 촉박" 의견 많아
시스템 구축 기업 10곳중 1곳뿐
"2027년 이후 도입해야" 목소리
[ESG성패, 데이터에 달렸다] 탄소 데이터 수집만 수천만원… 기업들 "공시 1년이상 연기" 호소
[ESG성패, 데이터에 달렸다] 탄소 데이터 수집만 수천만원… 기업들 "공시 1년이상 연기" 호소
ESG공시 의무화에 기업 '발등의 불'

"사업(분기)보고서 제출 시점이 다가오면 외부인 감사보고 등으로 정신이 없다. 실적 발표 자료를 만들거나 컨퍼런스 콜까지 준비해야 할 경우엔 말 그대로 눈코 뜰 새가 없다. 이런 가운데 ESG 공시까지 의무화되면 해외 법인을 포함해 막대한 분량의 데이터까지 확보하고 정리해한다. 공시 가이드라인이 정해지더라도 이에 대해 시뮬레이션을 해봐야 하는데 2025년 도입은 너무 촉박하다." 코스피에 상장된 한 중견기업 IR 담당자는 아직 기준도 모호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를 1년3개월 내에 준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이 같이 하소연했다.

기업들은 아직 ESG 데이터 표준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2025년 공시 의무를 강행할 경우, 잦은 공시 오류와 누락으로 제재까지 받을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내 한 대형 화학업체에 근무하는 ESG 실무자는 "제품의 탄소 배출량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원재료 등을 제공하는 협력업체의 탄소 발생 정보가 필요한 데 중소기업의 경우 이런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며 "중소업체의 경우 탄소 측정에 대한 이해가 아예 없거나 관련 인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비용 부담도 불가피해 도입 자체를 꺼리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직접 측정이 불가능한 경우 해당 사업에 대한 표준화된 탄소배출 계수 데이터를 활용하게 되는데, 검증된 기관에서 판매하는 데이터를 유료로 사야 한다"며 "데이터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수백~수천만원의 비용이 발생하고,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환경전과정평가(LCA)를 수행하기 위한 관련 소프트웨어 구입 비용도 수천~수억원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국가·기업마다 적용하는 LCA 방법론의 세부기준이 다른 것도 애로점으로 꼽힌다. 이 관계자는 "생산 공정에서 주 제품 외에도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부생물이 나오는데 각 제품의 환경영향을 어떤 기준으로 할당할지 국가·업체별 요구 기준이 다르다"며 "예를 들어 제품 판매가, 매스(질량 또는 부피), 에너지 등의 요구받는 할당 기준이 달라 LCA 수행 시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내는 기업들은 탄소배출량(스코프1~3) 등 ESG 자율공시를 하고 있다. 이마저도 어느 정도 인력이 갖춰진 대기업 정도에서만 이뤄지는 실정이다. 특히 스코프3의 경우 원자재 공급·운송 등 협력사의 탄소배출까지 측정해야 해 물리적으로 전체적인 도입이 어렵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자체적으로 ESG 공시 시스템을 구축한 곳은 10곳 중 1곳이 채 안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국내기업 100개사 ESG 담당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ESG 자율공시를 하고 있는 기업들 중 90.6%는 '외부전문기관을 활용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내부인력만으로 공시'하고 있는 곳은 9.4%에 불과했고, 공시를 위한 자체 ESG 전산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도 14.0%에 그쳤다.


공시 오류는 사안에 따라 제재의 강도가 다른데, 공시 누락·거짓 공시에 대해서는 1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여기에 단순 오류라도 잦은 정정공시는 기업의 신뢰도를 낮추는 요소라는 점에서 ESG 공시 의무화 추진에 대한 기업 IR 담당자들의 부담은 만만찮다.
재계에서는 2025년으로 예고된 ESG 공시 의무화를 거래소 공시 2027년, 법정 공시 2029년으로 각각 연장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국내 공시표준 자체가 없는 상황에서 이에 대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세우는 데 시간이 필요하고, 이후 1년간의 시뮬레이션을 고려하면 그나마 2027년이 가장 현실적으로 빠른 시점이라는 설명이다.

한 예로 보험업계의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시점도 당초 2021년에서 2022년으로 연장했다가, 다시 올해 1월1일부터 적용하는 것으로 바뀐 적이 있다. 회계기준이 변경으로 인식되는 부채 규모가 급증할 수 있어 각 보험사들이 자본금을 확충할 시간이 필요했고, 중소형 보험사들은 인력과 자본 부족으로 전산시스템 교체에 어려움을 겪는 등 여러 현실적인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설문조사에서도 'ESG 공시 의무화 일정을 최소 1년 이상 연기하고, 일정 기간(2~3년) 책임 면제기간을 설정하는 것이 적정하다'는 응답이 56.0%로 절반을 넘었다.

1년 반 가량 남은 ESG 공시 의무화 일정에 기업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지만, 정부는 아직까지 묵묵무답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 10일 'ESG 공시 의무화를 최소 3~4년 늦춰야 한다'는 입장을 금융위·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 등에 제출했지만, 아직 정부 측의 공식 답변은 나오지 않았다.

손석호 한국경영자총협회 사회정책팀팀장은 "세부적인 국내 공시 기준을 마련한 후 기업들도 검증을 해볼 시간이 필요하다"며 "무작정 연기를 요구하는 것이 아닌 거래소 공시를 먼저 2년 연장해 적용하고, 이후 법정 공시를 2년 늦춰 각 2027년, 2029년 도입하는 방안을 필요하다"고 밝혔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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